K리그 클래식 전통의 호남 더비는 역시 뜨거웠다. 양 팀 모두가 최근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극적으로 희비가 엇갈렸는데 이 경기는 더 그랬다. 한 마디로 광양 극장이 5617명 관중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 것이다. 활짝 웃은 팀은 전남이었다. 이로써 한 팀은 두 경기 연속 버저 비터로 웃었고 나머지 한 팀은 두 경기 연속 버저 비터에 울었다.
하석주 감독이 이끄는 전남 드래곤즈가 31일 저녁 7시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4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안방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터진 전현철의 극적인 헤더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상위권 순위표를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렸다.
스테보, 친정 팀에 강하다광양의 일요일 밤에 먼저 웃은 것은 방문 팀 전북이었다. 경기 시작 후 10분 만에 이승기가 찔러준 공을 한교원이 받아서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성공 시킨 것이다. 한교원은 인천 유나이티드 출신으로서 빠른 측면 돌파로 주목받아 올해부터 전북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노련한 팀 동료 이동국과 함께 공격적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친 덕분에 국가대표 팀 7번의 번호까지 받게 된 것이 우연한 일이 아님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전북은 그로부터 6분 뒤에도 김인성이 멋진 발리슛으로 추가골을 노렸지만 맏형 문지기 김병지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막아냈다. 결과론이지만 이 슈퍼 세이브 하나가 대반전 드라마의 시작이 되었다.
전남에는 역시 해결사 스테보가 있었다. 일 주일 전 부산 아시아드에서 열린 22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방문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린 스테보는 0-1로 뒤지고 있던 35분에 왼쪽에서 현영민이 오른발로 올린 공을 향해 솟구쳐 올라 이마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로써 스테보는 친정 팀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선수가 되었다. 지난 17일 저녁 안방에서 열린 수원 블루윙즈와의 경기 3-1 승리 과정에서도 스테보는 전 소속 팀 수원의 골문에 팀의 두 번째 골을 꽂아 넣은 것이다. 포항과의 맞대결에서도 도움을 기록한 바 있기에 이른바 '친정 팀 킬러'로 각인될 수밖에 없었다.
스테보는 이 동점골 활약도 모자라 후반전 중반에 짜릿한 역전골을 터뜨릴 기회를 직접 만들었다. 73분, 전북의 수비수들이 공을 돌리는 것을 가로채 상대 문지기와 혼자서 맞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 스테보의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전북 문지기 권순태가 각도를 잘 줄이며 달려나와 왼쪽 다리로 쳐냈다.
이 아쉬운 기회가 무산되고 광양에는 무승부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김종혁 대기심이 추가 시간 3분을 표시했고 그 시간도 거의 다 흘러가고 있었다. 아마도 무승부의 아쉬운 마음에 이민후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기 1~2분 전에 일찍 관중석을 빠져나간 마음 급한 일부 관중들은 이 극적인 드라마의 결말을 못 봐서 크게 후회했을 것이다.
믿을 수 없는 드라마사실 전남으로서는 1위 팀 전북을 상대로 승점 1점이라도 감지덕지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3분의 추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옆줄 밖 던지기 공격권을 얻고도 시간을 끌다가 경고(안용우)를 받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전남의 마지막 역습이 오른쪽 측면에서 이루어졌고 안용우가 올린 공을 후반전 교체 선수 전현철이 이마로 돌려 넣었다. 90분이 지나고 2분 55초에 터진 골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감격 그 자체였다.
최근 두 경기에서 모두 추가 시간에 짜릿한 승리의 감격을 맛본 것이었다. 전남은 이 승리로 2011년 10월 30일부터 이어진 전북과의 7경기 연속 무승(3무 4패) 악연을 끊어 버렸다.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1위(전북)와 2위(포항)의 승점이 44점으로 같아졌고, 3위(수원)와 4위(전남)의 승점 또한 39점으로 같아졌다는 점이다. 골 득실차로 겨우 아래 위 순위가 갈라진 셈이다.
9월~10월의 K리그 클래식 상위권 순위 싸움이 점입가경이 된 것이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걸려 있는 3위까지의 순위표가 정말 예측 불가능한 상황까지 온 것이다. 강등을 막기 위한 하위권의 피말리는 싸움만큼이나 흥미로운 순위표가 또 만들어졌다.
이제 전남 선수들은 오는 6일 오후 7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방문 경기를 위해 서귀포로 날아가야 한다. 4위 자리가 어떻게 결정날 것인지를 알려줄 중요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 전북도 같은 날 오후 4시에 상주 상무를 전주성으로 불러들인다. 최근 두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뼈아픈 결승골을 내주며 2패를 기록한 수비 라인의 정비가 절실한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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