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가 8월 16일 첫 전파를 탔다. 유동근, 양희경, 김용건, 김현주, 김상경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총 출동한 가운데 방송가의 관심은 <가족끼리 왜 이래>가 'KBS 주말극 불패 신화'를 재건할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과연 <가족끼리 왜 이래>는 KBS 주말극의 부활을 선포할 수 있을 것인가.

KBS 주말드라마 '부활' 책임 진 <가족끼리 왜 이래>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 포스터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 포스터 ⓒ 삼화네트웍스


지난 15년간 KBS 주말드라마는 '시청률 불패 신화'를 끈질기게 이어나갔다. 김수현, 문영남, 조정선, 박지은, 소현경 등 스타 작가들이 꾸준히 대형 히트 작품들을 내놓으면서 '저녁 8시=KBS'라는 시청 패턴이 고착화된 데다가, 경쟁 방송사가 8시대 주말 드라마들을 포기함으로써 사실상 독점 체제로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불패 신화가 다소 흔들리고 있다. 시청률 40%를 넘나들었던 <내 딸 서영이>의 후속작 <최고다 이순신>이 30%대 시청률을 간신히 넘기며 체면치레를 한 데 이어, 세간의 화제작 <왕가네 식구들>의 후속작이었던 <참 좋은 시절> 또한 20%대 중후반 시청률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다 조용히 퇴장했기 때문이다. KBS 주말드라마의 기본 시청률이었던 30%대 선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주말극 시청률 1위 자리를 MBC <왔다! 장보리>에 빼앗겼단 사실이다. KBS 주말극이 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타 방송사에 내 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왕가네 식구들>로 전국을 호령했던 KBS로선 받아들이기 힘들만큼 충격적인 성적표다.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 KBS 주말드라마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출범한 작품이 바로 <가족끼리 왜 이래>다. 이 작품에 대해 KBS가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요즘 보기 드문 코믹 가족극을 표방하고 나선데다가 불효 소송이라는 독특한 설정까지 가미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야말로 'KBS 주말극'다운 전통적 기획으로 승부를 보는 셈이다.

특히 <오! 필승 봉순영><달자의 봄><제빵왕 김탁구><영광의 재인><구가의 서> 등으로 유명한 강은경 작가의 대본은 KBS의 이 같은 기대를 뒷받침한다 . 톡톡 튀는 대사와 강렬한 캐릭터 설정으로 유명한 강은경의 드라마답게 <가족끼리 왜 이래>는 1회부터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충돌을 그려내며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이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직장의 신>으로 예상외의 대박을 친 전창근 PD도 힘을 보탰다. 과장된 상황 설정으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주는 그의 센스 있는 연출은 이미 <수상한 삼형제><직장의 신> 등의 히트작들에서 충분히 검증된 바 있다. 강은경 극본-전창근 연출이라면 제작진으로서 나무랄 데 없는 조합이다. 회가 거듭될수록 뒷심이 좋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배우들 또한 막강하다. 유동근, 양희경, 김용건, 나영희 등 중견 연기자들을 시작으로 김현주, 김상경, 윤박, 손담비, 박형식, 남지현 등 세대를 아우를만한 스타급 배우들이 총 포진됐다. 이 정도 라인업이면 KBS가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타성에 젖어 대강 짠 진용은 절대 아닌 셈이다.

이 때문인지 KBS는 내심 <가족끼리 왜 이래>가 30% 시청률 회복은 물론 40~50%대 시청률까지 '대박'을 쳐 주길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목욕탕집 남자들><소문난 칠공주><부모님 전상서><엄마가 뿔났다><넝쿨째 굴러온 당신><내 딸 서영이> 등의 대박작을 꾸준히 배출해 온 KBS가 과연 <가족끼리 왜 이래>로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릴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신흥강국' MBC, <왔다! 장보리> 열풍은 계속된다

'왔다! 장보리' 파이팅 1일 오후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MBC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 제작발표회에서 백호민 PD, 김순옥 작가, 배우 오창석, 한승연, 이유리, 오연서, 김지훈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왔다! 장보리>는 피붙이지만 서로를 부인할 수밖에 없는 엄마와 딸, 또한 피한방울 안 섞였지만 가슴으로 맺은 엄마와 딸이 어떻게 화해하고 진짜 모녀가 되는가를 쫓아가면서 진정한 가족애를 그리고자 기획된 작품이다. 5일 토요일 밤 8시45분 첫방송.

MBC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 제작발표회 당시 모습. 왼쪽부터 백호민 PD, 김순옥 작가, 배우 오창석, 한승연, 이유리, 오연서, 김지훈. ⓒ 이정민


다소 초조한 모습인 KBS와 달리 '주말극 1위' 자리를 차지한 MBC는 여유만만이다. <왔다! 장보리> 열풍이 쉬이 죽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0회를 기점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간 시청률은 지난 주 전국 27.9%(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수도권 29.6%를 기록하며 '마의 30%'를 위협하고 있다. 시간대가 30분 가까이 겹치는 <가족끼리 왜 이래>의 도전조차 그리 두렵지 않은 모양새다.

이제 막 첫 회를 시작한 <가족끼리 왜 이래>에 비해 <왔다! 장보리>의 스토리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고 있다는 것도 자신감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보리(오연서 분)의 출생의 비밀이 극적으로 밝혀지고 연민정(이유리 분)의 악행 또한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면서 몰입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막장 드라마'라는 혹평조차 드라마의 인기를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앞뒤 가리지 않고 휘몰아치는 스토리라인의 중심에는 단연 김순옥 작가가 서있다. <아내의 유혹>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순옥 작가가 아주 오랜만에 특유의 강렬한 필력을 자랑함으로써 <왔다! 장보리>의 인기세는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연서, 이유리, 김지훈, 오창석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이 한껏 물이 올랐고 김혜옥, 안내상 등 베테랑 배우들이 뒤를 탄탄히 받치고 있는 것 또한 고무적인 일이다.

결국 <가족끼리 왜 이래>가 초반 성적표는 시간대 뿐 아니라 시청층까지 겹치는 <왔다 장보리>를 얼만큼 견제하느냐에 달려있다. 자칫 느슨한 전개로 기존의 고정 시청자들까지 뺏기는 날에는 KBS 주말드라마의 부활은커녕 또 하나의 '실패작'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왔다! 장보리>의 기세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왔다! 장보리>에게 남은 과제는 '남은 13회를 어떤 식으로 끌고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30%대 시청률이 아니라 40%대의 초대박작이 되고 싶다면 시청층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가족끼리 왜 이래>를 보는 시청자들을 중간에 확실히 빼앗아 올 카드가 절실하다. 결국 <왔다! 장보리> 또한 <가족끼리 왜 이래>에 맞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여야 하는 형편인 셈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KBS와 주말극 왕국을 꿈꾸는 MBC 중 시청자들은 누구의 손을 먼저 들어줄 것인가. 한 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흥미진진한 '주말극 대전'에 당분간 시청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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