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클, 터보, HOT 등의 모델 사진이 담긴 최신가요 콜렉션 테이프와 가수 이승철씨의 데뷔시절 가요 테이프 자켓 사진.

핑클, 터보, HOT 등의 모델 사진이 담긴 최신가요 콜렉션 테이프와 가수 이승철씨의 데뷔시절 가요 테이프 자켓 사진. ⓒ 이정민


아이돌(idol)은 본디 '우상'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우상으로 여길 만큼 인기 있는 존재라는 뜻도 된다.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끄는 스포츠 스타 김연아, 월드스타라 불리는 싸이도 누군가에게는 '우상'이지만, 아이돌이라 불리지는 않는다. 우리는 10대가 주축인 팬덤을 이끄는 솔로 혹은 그룹 형태의 가수를 데뷔 때부터 아이돌이라 통칭한다.

흔히 H.O.T, SES, 젝스키스 등 1990년대 중반부터 활동하던 그룹들을 1세대 아이돌이라 부른다. 이들의 인기는 뜨거웠다. H.O.T의 콘서트 날, 전국 교육청에서 조퇴금지령을 내리고 지하철은 연장운행을 했다. 1만 5000원을 지불해야 가입 가능한 H.O.T 공식 팬클럽 'Club H.O.T'의 회원 수는 10만 명을 넘었다. 젝스키스는 등장과 동시에 H.O.T의 라이벌로 떠올랐고 SES와 핑클도 '국민 요정'의 칭호를 얻으며 인기를 얻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동성 그룹 형태의 가수들이 인기를 끌고 '10대들의 우상'이 되면서 그 후손들이 수없이 생겨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4년 1월 무렵에만, 가물치·비트윈·GOT7 등 벌써 3개의 아이돌 그룹이 탄생했다. 이렇게 아이돌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시점에서 어린 가수들에게 1세대 아이돌의 현재는 곧 그들의 미래일 수 있다. 1세대 아이돌의 행보가 현재 아이돌의 본보기일 수 있다는 말이다.

가장 빛나는 별이었던 아이돌, 지금은 뭐하고 있나

 20일 오후 서울 상암동 DMCC에서 열린 예능전문채널 QTV의 기억의 예능 <20세기 미소년> 기자간담회에서 '핫젝갓알지'의 천명훈(N.R.G), 토니안(H.O.T), 문희준(H.O.T), 은지원(젝스키스), 데니안(god)이 진지한 모습으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QTV <20세기 미소년>을 통해 결성된 핫젝갓알지의 천명훈(N.R.G), 토니안(H.O.T), 문희준(H.O.T), 은지원(젝스키스), 데니안(god). ⓒ 이정민


1세대 아이돌로 활동한 9개 그룹(HOT, 젝스키스, SES, 핑클, 신화, god, NRG, 클릭비, 베이비복스) 멤버 41명의 현재 근황을 조사해봤다. 미혼자가 35명으로, 불미스러운 일이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사실상 연예계에서 은퇴한 몇 명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여전히 국내외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재밌는 사실은 바다(S.E.S), 옥주현(핑클),  김태형(클릭비), 김동완(신화), 손호영(god) 등 그룹에서 보컬을 담당했던 멤버들이 대개 현재 뮤지컬배우로 활동 중이라는 점이다. 그런가 하면, 유진(S.E.S), 성유리·이진(핑클), 윤계상(god) 등 소위 비주얼(외모)을 담당했던 멤버들은 대개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1세대 아이돌들은 자신들이 그룹 내에서 맡았던 역할을 살려 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딱지는 쉽사리 벗기 힘들고, 너무 쉽게 연기자로 전향하는 행보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도 있었지만, 그룹의 멤버가 아닌 한 명의 연예인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이들은 인생 2막을 열 수 있었다.  

물론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젝스키스 장수원과 김재덕은 2002년 제이워크라는 듀오를 결성했지만 이전 만큼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지난 1월 27일 새 앨범을 발표한 제이워크는 Mnet <비틀즈코드>에서 유망주로 꼽히자 "유망주라기보다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뿐만이 아니라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1세대 아이돌은 현재 넘쳐나는 10대~20대 아이돌 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1세대 아이돌'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인기를 얻은 이들도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는 신화 멤버를 중심으로 한 <신화방송>을 시즌2까지 방송했고, QTV <20세기 미소년>에서는 핫젝갓알지(문희준, 토니안, 은지원, 데니안, 천명훈)가 아이돌 시절의 추억과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그 해의 엔터테이너에게 주는 'STAR of QTV' 상을 받기도 했다.

1세대 아이돌 중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할 수 있는 그룹은 신화와 god다. 신화는 현재 데뷔 16주년 콘서트를 준비 중이고,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은 god도 9년 만에 컴백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여전히 '워너비'인 아이돌, 무조건 환호해야할까

 아이돌 그룹 크레용팝(위)과 GOT7

아이돌 그룹 크레용팝(위)과 GOT7 ⓒ 크롬엔터테인먼트, JYP


21세기의 아이들도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한다. 어린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이란 '지금 내 눈에 가장 멋있어 보이는 직업'일 것이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조사에서 연예인은 꾸준히 상위권 안에 오른다. 2013년 조사에서도 10.0%로 3위를 차지했다.(출처: 통계청) 그만큼 10대들에게 연예인은 멋있고 화려한 직업이다.

하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이돌의 미래는 걱정스럽다. 최근 기자가 방문했던 한 음악 프로그램 대기실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칸막이로만 나뉘어 있는 좁은 대기실 안에 가수와 스태프를 포함해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쪼그리고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깨끗하고 넓은 대기실도 있었지만, 그곳까지 옮겨가기 위해서는 신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시간이 지나면 인기 그룹이 될 수 있으리라는 보장 역시 없다.

해마다 많은 아이돌 그룹이 생겨나고 소리 없이 사라진다. 그만큼 아이돌의 수명은 너무도 짧다. 하지만 현재 1세대 아이돌의 행보를 보면 희망을 가질 수 있을 법도 하다. 여전히 그들은 뮤지션, 배우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5장의 앨범을 발매했던 가수 클레오 출신의 공서영이 KBS N 스포츠 아나운서로 입사한 것처럼 연예계를 은퇴해 새로운 삶을 사는 이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아이돌의 화려한 모습과 실상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철저히 계획,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돌을 꿈꾸거나 이제 갓 데뷔한 이들이 자신의 꿈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면서 더 건강하게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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