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 SNL 코리아 >에서 활약중인 배우 김민교

tvN < SNL 코리아 >에서 활약중인 배우 김민교 ⓒ 최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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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 SNL 코리아 >(이하 'SNL')에서 각종 패러디 분장과 익살스런 눈 연기 등으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는 배우 김민교. 그의 삶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 지난 12일 서초동 <블로그와이드뉴스>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부드러운 매너와 연기에 대한 깊은 성찰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실제로 뵈니 동안이시네요.
"그런가요? (웃음) 마흔 살이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어서 그럴까요? 아무튼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얼마 전 연극 <서툰 사람들> <발칙한 로맨스> 등을 통해서 연기와 연출 두 방면에서 모두 재능을 보여주셨는데요, 연기·연출 각각의 매력은 어떤 것이고, 또 둘 중에 어느 것을 더 선호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생활의 어려움이 있어서 투잡의 개념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지만, 같은 영역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어요. 그만큼 연극 무대가 좋았던 거죠.

먼저 연기는 놀이 안에서 즐기는 느낌, 그래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그리고 연출은 창작의 기쁨, 뭔가를 만들고 결과물에 뿌듯함을 느끼고, 박수 받는 동료들을 보며 흐뭇함을 느끼게 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처럼 각각의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 위에서 희열감을 느낀다는 배우 김민교

무대 위에서 희열감을 느낀다는 배우 김민교 ⓒ 최주호

예를 들어 어릴 때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고 생각해 보세요.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 싸우게도 하고 소리도 내어가면서 스토리를 만들어 가잖아요. 이런 것이 연출이라면 연기는 본인 스스로가 하나의 장난감에 녹아 들어 실제처럼 놀이를 하는 거죠.

하지만 연기∙연출이 전혀 다른 재능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역할에 따른 매력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연출도 물론 많은 매력이 있지만 저에게는 무대 위에서 땀 흘리며 연기할 때 느끼는 희열감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날 잡아준 부모님, '아들을 믿어'"

-연기를 하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님이 의사셨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 아버님이 무료진료 봉사활동 하는 곳에 저를 자주 데리고 다니셨죠. 특히 연예인들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이 많다 보니, 그분들을 뵐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배우라는 직업을 동경하게 되고 연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처음 연기를 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을 때, 특히나 아버님께서는 가업을 이어 가길 원하셔서 반대를 하셨지만, 주체할 수 없는 제 안의 끼는 억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학창 시절 밴드의 보컬, 응원단장 등을 하면서 무대 위 사람들 앞에 서서 끼를 발산하고 즐거움을 주는 과정 속에서 희열감을 느끼곤 했어요. 결국 부모님은 허락하셨고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하게 되었죠."

-다소 늦게 빛을 보고 계신데 긴 무명기간 동안 연기에 대한 꿈을 잃지 않게 해준 버팀목이 있다면?
"사실 저희 집안이 어린 시절에는 부유했어요. 아버님께서 종합병원을 하고 계셨으니까 많이 부유했죠. 하지만 아버님이 제가 고2 때 사기를 당하시고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어요. 급격한 삶의 격차에 겉돌기도 하고 비뚤어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저를 잡아준 것은 부모님의 한마디, '아들을 믿어'였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연기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죠. 30대 초반까지 연봉 300정도의 생활이었으니까요. 가세가 기울기 전, 중·고등학교를 8학군에 다녔기 때문에 (웃음) 그 시절 친구들은 지금 다 잘나가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 회사로 와서 일하라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친구들도 많았어요. 친구들의 마음은 고맙지만 그렇게 되면 연기를 중단하고 포기해야 하는 유혹의 순간들이었죠.

 인터뷰 중 힘들었던 시기를 말하며 상념에 빠진 배우 김민교

인터뷰 중 힘들었던 시기를 말하며 상념에 빠진 배우 김민교 ⓒ 최주호


하지만 그런 힘든 순간들마다 소중한 부모님의 가르침이 힘을 발휘하더군요. '민교야, 난 너를 믿어, 넌 잘 될 거야'라고 자기 암시, 최면을 계속 걸었죠. '기회가 올 거고 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가고 있잖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빨리 잘되고, 안되고에 연연하지 않고 제 능력을 키워나가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솔직히 어린 20대 시절에는 대학 동기들이 잘되는 모습에 부럽기도 했어요. '나는 왜 안될까?'라며 자책하기도 했죠. 그러다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나에게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져 나갔습니다. 천천히 인생과 연기를 즐기면서 길게 보고 싶더군요. 서두를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자 주변의 여러 가지 말들에도 흔들리지 않는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어릴 때 겪었던 삶의 현저한 변화에서 비롯된 다양한 경험들이 오히려 저를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SNL'은 친정 같은 곳, 내 장기 활용할 수 있는 무대"

-장진 감독과의 인연은 어떻게 되나요? 마치 김민교씨가 장진 감독의 페르소나(영화에서 영화감독 자신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 – 오우삼 감독과 주윤발처럼)를 연상케 하는데요.
"페르소나요? (웃음) 장진 감독님이 발굴하신 배우들이 다 좋고 훌륭하신 배우들이기에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기분 좋고 고맙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장진 감독님 사단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기분이 좋아 일부러 부인은 안 했지만 사단이라 말씀 드릴 정도로 많은 교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대학교 선후배 사이지만 아마 감독님은 제 얼굴만 아는 정도셨을 거예요.

하지만 인연은 계속 이어졌죠. 제가 유시어터 극단 활동 시에도 알아봐주시며 인사 건네주시고, 영화 <킬러들의 수다>에서 단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뵙게 됐고요. 또 우연찮게 야구 동호회에서 감독님을 또 뵙게 되었어요. 그때 제 재능을 좋게 봐주시고 생활고에 힘든 모습이 안타까우셨는지 'SNL'에 출연할 기회를 주셨어요. 이렇게 계속된 인연으로 <서툰 사람들>이란 연극도 함께 하게 되고요. 장진 감독님은 제 재능과 특성을 보시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들을 제공해주신 거예요."

ⓒ tvN


 김민교가 <SNL 코리아>에서 특유의 동공 연기를 하고 있는 장면(위)과 <무한도전>에서 파격적인 분장을 한 모습.

김민교가 에서 특유의 동공 연기를 하고 있는 장면(위)과 <무한도전>에서 파격적인 분장을 한 모습. ⓒ MBC


-배우 김민교에게 'SNL'이 가지는 의미와 매력은 무엇일까요?
"'SNL'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배우 김민교'을 알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게 'SNL'은 친정팀 같은 느낌이에요. 더욱이 출연자들 모두가 한 식구처럼 팀워크를 발휘하고 서로를 배려하기에 제게는 정말 고향 같은 곳입니다.

'SNL'은 예능이긴 하지만 연기로 풀 수 있는, 또 제가 가지고 있는 장기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무대여서 제게는 '딱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촬영을 하면서 제 생각, 아이디어가 반영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에 보람도 많이 느끼구요. 앞으로도 'SNL' 식구들과 오랫동안 같이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무한도전> '여름예능캠프'에서 천연덕스런 넉살과 분장으로 큰 웃음을 주셨는데요. 촬영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또 출연 이후에 주위 반응은 어떤가요?
"아침 9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에 끝난 아주 강행군 촬영이었어요. 특히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6:6 버블 밀어내기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저와 노홍철씨가 20여 분간 혈투를 벌였죠. 정말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그 녹화가 2주 전이었는데요. 기가 다 소진 돼서 아직까지 체력회복이 안되네요. (웃음) 젊을 때 합기도 사범, 군대에서도 태권도 선수 등을 해서 체력적으로는 자신이 있었는데 이제 나이는 속일 수 없나 봅니다. 고생했는데 통편집 돼서 아쉽네요. (웃음)

방송 이후에 주변에서 잘 봤다는 이야기 많이 듣고 응원도 해 주셔서 기분 좋았습니다. 또 조금씩 후속 반응도 있는 듯해서 기대되네요. <무한도전> 출연은 예능의 맥을 짚어 볼 수 있었던, 말 그대로 스파르타식의 혹독한 신고식이었습니다. 앞으로 예능 자신 있어요. (웃음) 연기도 잘하고 예능도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바람이에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뭐든 잘 할 수 있습니다. "

"세상 앓이 거친 '나비' 같은 배우 되고파"

 인터뷰 중 미니 강의를 통해 자신의 연기철학을 설명하고 있는 김민교

인터뷰 중 미니 강의를 통해 자신의 연기철학을 설명하고 있는 김민교 ⓒ 최주호


-연기철학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 위해 꿈틀꿈틀 끊임없이 움직이잖아요? 마치 훌륭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과도 같죠. 즉,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분석하고 테크닉을 배워나가는 과정과 같아요. 날개가 아직 없는 애벌레가 훨훨 하늘을 날기 위해 많은 경험과 세상 앓이를 거쳐 나비가 되듯이,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테크닉만 있다면 그것은 나비가 아닌 나방이죠. 연기 속에 사람 냄새 나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인간관, 세계관이 녹아들어 있어야 진정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배우가 아름다운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테크닉만 가지고는 연기를 잘 할 수는 있지만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연기에 임하기에, 언젠가 나래를 폈을 때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져 있는 나비와 같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사람 연기 참 따뜻하고 감동적이다'라는 이야기도 듣고 싶구요."

-어떤 영역에서 어떤 연기가 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학창시절 비극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습니다. 비극 연기에 자신 있기 때문에 아주 깊은 상처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역할을 통해 희극적인 요소도 많이 체득해서, 희·비극이 모두 가능한 것이 저의 무기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주성치나 짐캐리처럼 희극적인 장면에서나 또는 비극적인 장면에서나, 어떤 장면이든지 보는 이들에게 믿음과 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기에 연장선으로 저는 반전 있는 역할을 좋아합니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케빈 스페이시, <프라이멀피어> <아메리칸 히스토리 X> <파이트 클럽>의 에드워드 노튼처럼 관객들이 경악할 만한 반전 있는 역할들을  싶어요. 지나온 제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삶이 저에게 다양한 눈빛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기에 앞서 말한 역할들의 격차가 큰 감정의 표현을 저 또한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케빈 베이컨의 6단계 이론을 아시나요? (기자- "잘 모르겠네요") 미국 영화배우 케빈 베이컨과 할리우드의 나머지 배우들의 관계가 6번 만에 연결된다는 연구결과죠. 즉, 케빈 베이컨이 그 만큼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는 의미입니다. 저도 그런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연기에 대한 열망이나 지식이 상당하신데, 연기와 관련하여 다른 분야에 도전하실 생각은 없는지?
"예전에 <굿윌헌팅>이란 영화에서 맷 데이먼이 극본과 연기를 동시에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극본을 쓰기 시작했어요.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하고, 그리고 연기를 하고, 이 모든 과정이 서로 분리 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즉, 극본·연출·연기 등을 경험하게 되면 서로 다른 영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줄 뿐만 아니라 시너지 효과도 낸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연출을 하면서 연기자들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연기를 할 때에는 연출자가 배우를 통해 무엇을 표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느낌이 오죠. 이처럼 쌍방향으로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최근에 뮤지컬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 작품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좀 더 인정을 받고, 나중에 스케줄도 좀 안정이 되고 하면 뮤지컬 무대에 꼭 서보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다짐 등을 밝혀주세요.
"곧 MBC 일일사극드라마 <제왕의 딸 수백향>(가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 바빠질 것 같아요. 극중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연기하게 됩니다.(웃음) 일일드라마를 통해서 좀 더 배우 김민교를 시청자 여러분께 알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끼를 가지고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터트릴 수 있는 배우 김민교가 되겠습니다. 예능에서도 기회가 주어지면 활약할 것이고, 물론 'SNL'도 계속 열심히 할 것이구요. 시청자 여러분께서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웃음)"

인터뷰 동안 자신의 인생 스토리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의 눈빛에서 희·비극이 모두 가능한 배우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 유쾌하면서도 진솔한 연기를 펼쳐 나갈 배우 김민교를 기대해 본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표정이 언뜻 비춰 보이는 배우 김민교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표정이 언뜻 비춰 보이는 배우 김민교 ⓒ 최주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윤정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nopanacea)와 블로그와이드(http://www.blogwide.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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