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오피스 시트콤 <나인 투 식스> 출연자들. 왼쪽부터 권오중, 박휘순, 양세형, 원자현, 송병철, 김대희.

전격 오피스 시트콤 <나인 투 식스> 출연자들. 왼쪽부터 권오중, 박휘순, 양세형, 원자현, 송병철, 김대희. ⓒ mbc 플러스


과거 <TV 손자병법>부터 최근 <직장의 신>까지. 회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 그러니까 오피스물(직장물)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왔다. 어디 드라마뿐이랴? 케이블 채널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는 벌써 열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또한 MBC <무한도전>에서 선보인 '무한상사'편은 우리 시대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며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쥐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여기 또 다른 콘셉트의 직장물이 있었으니 바로 MBC 에브리원 채널에서 방송되는 <나인 투 식스>다. 9시부터 6시까지 직장인의 삶을 연예인들이 직접 겪어보고 에피소드를 만들어 가는 프로로 배우 권오중, 개그맨 김대희, 박휘순, 송병철, 양세형, 그리고 방송인 원자현이 팀이 돼 참여 중이다.

이 방송의 정체를 놓고 시청자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했다. 각각 개성이 강한 연예인들이 정장을 갖춰 입고 직장인으로 사는 모습이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낯설다. 직장인을 욕 먹이냐는 성토에서부터, 실제 상황인지 가상인지 모르겠다는 질문도 이어지던 참이었다. <나인 투 식스>가 종반을 향해갈 무렵. 연출자인 권영찬 PD를 여의도에서 만났다. 그리고 대놓고 물었다. '대체 이 프로 정체가 뭡니까?'

<나인 투 식스>, 입소문 타고 의미 있는 성적 올리는 중

- 벌써 종영을 앞두고 있다고? 시간 참 빠르다. <나인 투 식스>가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이다. 최근 4주 연속 수도권 기준으로 시청률 1%이상씩 나오고 있다. 케이블 채널 입장에선 상당히 좋은 성적이다."

- 애초에 이 프로의 기획을 어떻게 하게 된 건가. 장르도 참 애매한 느낌이다.

"쾌감을 주고 싶었다. 직장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많이 있었고, 뭔가 다른 걸 할까 하다가 시트콤과 리얼 중간 정도에서 기획한 거다. 마침 지금 배경이 되고 있는 회사인 KCC가 제작 지원도 하면서 서로 타이밍이 맞은 거다. 당시 4군데의 후보군이 있었다. 그중 KCC를 선택한 거다.

- 굳이 직장을 소재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직장물은 끊임없이 등장하는 인기 소재다. 이미 <막돼먹은 영애씨>도 곧 새로운 시즌을 들어가고, 여러 예능 프로와 드라마가 다뤄왔다. 미국에선 이미 <안투라지> 등 여러 작품들이 장수하고 있다. 이런 드라마들을 보면 리얼과 실제가 혼합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재를 우리 상황에 맞게 애드리브도 하고 싶었다. <안투라지>를 보면 완전한 허구지만 실제 스타들이 출연하지 않나. 그런 시도도 해보고 싶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좀 새롭고 더 발랄한 시트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최근에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등을 보면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시도를 지상파에서 하잖나. 케이블이 좀 더 자유로우니 과감하게 시도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개그맨 김대희.

개그맨 김대희. ⓒ mbc 에브리원


현실과 시트콤 그 어딘가에 <나인 투 식스> 있다

- 아니, 그렇다면 <나인 투 식스>는 시트콤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철저하게 극으로 가자니 <직장의 신>이 있고 리얼로 가자니 무슨 <체험 삶의 현장>처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리얼과 시트콤을 섞은 거다. 물론 리얼 요소가 들어가니까 장난을 친다는 반응도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설정이 들어간 시트콤이라는 점이다.

<막돼먹은 영애씨>도 출연 배우들이 처음엔 유명하지 않아서 그랬지. 시청자들은 그게 진짜인지 헷갈려했다. 일종의 다큐드라마 형식이니까. <나인 투 식스>는 보통 직장인들이 상사에게 장난을 못 치고 경직된 경우가 많고, 여러모로 위축된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 쾌감을 주자는 의미가 있었다.

처음엔 우리 출연자들도 혼동했다. 자기 얼굴을 걸고 가는 건데 이 프로에서 보이는 모습을 사람들이 진짜로 알면 어떡하는지 걱정하는 소리도 했다. 다시 말하자면 이건 철저히 시트콤이다."

- 제일 궁금한 건 출연자들의 조합이었다. 어떤 기준으로 현재의 출연자를 섭외하게 됐을까. 연예인들이라 직장 생활 자체를 잘 모를 수도 있는데.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게 바로 캐스팅이었다. 다양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이려고도 했고, 출연자들의 조합도 신경을 써야겠다. 게다가 서로 스케줄도 맞아야 했고. 지금 출연자들이 베스트였던 거 같다. 다들 의욕적이고 촬영이 끝나면 맥주를 하면서 서로 의견도 주고받곤 했다.

연예인이라 직장 생활 자체에 공감은 부족했다. 이들을 데리고 직장 리얼로만 갔다면 연예인에 초점이 맞았을 거다. 우리 프로의 첫 번째 목적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는 거였다. 그걸 위해 캐릭터를 부여한 거다. 사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인터뷰했다. 권오중씨는 열정이 크더라. 근데 열정에 비해 결과는 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캐릭터가 또 정이 간다.

김대희씨는 오랫동안 히트 코너 없이도 잘하고 있다. 보니까 담당 PD나 선배에게 잘하더라. 이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얄밉지 않게 회사생활에 적용하게 했다. 박휘순씨는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생계형 연예인이다. 사내연애도 꿈꾸며 안정적인 생활도 원하는 캐릭터를 부여했다.

강세형씨는 박휘순씨와 앙숙이면서 박쥐 같은 모습이 있더라. 원자현씨는 반대로 기존 직장인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고 싶어서 캐스팅한 경우다. 송병철씨는 김대희씨와 조합을 생각해서 캐스팅했다. <개그콘서트> 선후배 사이다. 회사 내에도 학연과 지연이 있는데, 이 두 사람의 <개콘>이란 끈이 <나인 투 식스>에서 어떻게 작용할까 궁금했다."

 MBC 에브리원 <나인 투 식스>의 한 장면.

MBC 에브리원 <나인 투 식스>의 한 장면. ⓒ mbc 에브리원


권영찬 PD의 설명이 <나인 투 식스>가 잡고 있는 위치를 나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법하지 않나. 권 PD는 "리얼인지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재미있으면 그렇게 편한 웃음으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드라마와 정극을 넘어, 끊임없이 쏟아지는 직장물 속에서 <나인 투 식스>는 예능과 시트콤으로 진화하는 또 다른 직장물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나인 투 식스 김대희 권오중 원자현 막돼먹은 영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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