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자의 핵심은 자신감이다. 성향을 초월해 정치인과 정치적 상황을 풍자하고 '디스'하는 행위는 연기자 스스로가 보여주는 단단한 자신감과 여기서 비롯된 비수가 내비쳐졌을 때 비로소 웃음과 결부될 수 있다. 단순한 '성대모사'와 갈라지는 지점이다.

말 그대로 '공인'인 정치인을, 심지어 대통령을 풍자할 때, 그들의 영향력을 감안한 대중은 소소한 사안을 비꼴 때도 쉬이 웃음으로 공감하기 마련이다. 그 안에서 풍자는 말 그대로 예술, 대중문화, 개그의 한 영역으로 인정받는다.

풍자 개그로 치환하자면 정치풍자는 '용감한 녀석들'처럼 구호성 포퓰리즘에 영합하기도 하고, <SNL 코리아>의 '히트상품'인 '여의도 텔레토비'처럼 독창성 있는 하나의 시리즈 개그로 승화되기도 한다. 물론 그 안에 시류를 읽는 적확하고 균형 잡힌 시각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은 기본이다.

tvN <SNL 코리아>에는 '여의도 텔레토비'에 앞서 '위크엔드 업데이트'가 있다. 미국 본토의 'SNL'에서 그대로 형식을 가져온 이 코너는 시작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현안을 날카롭고 유머러스하게 풍자하면서 '정치풍자'의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대선정국과 맞물려 '여의도 텔레토비'가 여당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SNL 코리아>의 정치풍자는 세간의 화제가 됐다.


'SNL' 정치 풍자의 핵심, '위크엔드 업데이트' 표류의 책임은?

헌데 'SNL'에서 이 정치풍자의 핵심 추를 담당하던 '위크엔드 업데이트'가 이번 시즌 들어 그 동력을 현저히 잃어가고 있다. 형식이나 비판 수위는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얼굴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다만'이 그저 '다만'일 수는 없었나 보다.

시즌1부터 함께해 온 진행자 장진 감독이 창작 활동을 이유로 하차하면서 '위크엔드 업데이트'가 표류하고 있다. 심지어 시즌4 첫 회는 호스트인 최민수가 메인 진행을 맡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말 그대로, 연기자 외길 인생을 고독하게 걸어온 최민수에게 정치풍자 개그를 '연기'시킨 것이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것이 '문제적 인물' 강용석이다. <화성인 바이러스>에 '고소의 달인'으로 출연하며 예능과 연을 맺은 강용석 전 의원은 이후 자신의 지역구였던 마포구에 있는 CJ E&M의 Mnet <슈퍼스타K> 오디션장에도 얼굴을 비췄다. 당시엔 낮은 지지율로 재선에 도전하던 국회의원 후보의 유세로 보였지만, <슈퍼스타K> 제작진은 '떡밥의 제왕'답게 강용석 전 의원의 출연분을 예고편에까지 적극 활용했다.

그 전략이 시청률 상승에 얼마나 도움을 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간 강용석 전 의원은 이후 tvN에서 <강용석의 고소한 19>의 진행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CJ E&M과 연을 맺게 됐다. 종편 대담프로그램의 대담자로 나와 야당 저격수를 맡던 그가 스스로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며 정치인 출신 방송인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엔 JTBC 예능 <썰전>에까지 진출, 김구라와 짝패를 이루면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박지윤의 불편한 시선까지 감내하고 있다. 간간이 '아나운서 비하 발언'이나 '개그맨 최효종 고소' 건에 대한 '셀프디스'를 유머의 소재로 삼고는 있지만, 아직 김구라와 같이 '사과의 아이콘'에 등극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런 그가 장진 감독에 이어 '위크엔드 업데이트'를 3주째 진행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 중요한 것은 진행 능력과 연기

문제는 그의 정치적 성향이나 과거 발언이 아니다. 치명적인 것은 그에게 앞서 언급한 정치풍자의 핵심인 자신감과 당당함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반 아나운서만큼의 정보 전달력도, 수준급의 위트와 유머도, 그도 아니면 여성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도 아닌 그가 <SNL 코리아>에서 정치풍자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실 '위크엔드 업데이트' 역시 콩트의 일종이다. 생방송이라는 이점을 살려 하루 전까지 벌어진 현안을 담아낼 수 있다는 강점은 플러스 알파였다. 다만 촌철살인이 담긴 앵커의 멘트를 얼마나 능청스러우면서도 자신만만하게 전달하느냐 하는 점이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예능 작가로 출발해 연극과 영화라는 예술 형식을 고루 경험하며 자신의 영화에 카메오 출연을 통해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을 과시했던 장진 감독은 대한민국의 '온리원'은 아닐지언정 최상의 선택이었다.

물론 그 장진 감독을 강용석 전 의원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본인이나 제작진 모두 억울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별다른 매력은 물론 생방송이란 어렵고 큰 무대에, 그것도 정치풍자라는 고도의 연기를 요하는 자리에 그를 계속 앉히는 제작진의 의도는 쉽게 납득할 수 없다.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는 장진의 빈자리

'위크엔드 업데이트'가 심심해진 이유를 진행자의 표류로 돌리려는 것은 아니다.(공동 진행자 역시 박은지에서 김슬기로 교체됐다) 대선 이후 지나가 버린 '정치의 계절' 탓으로 돌려도 잠시의 면죄부는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신동엽의 투입 이후 19금 개그에 좀 더 쏠리고 있다거나 '여의도 텔레토비'가 가져가 버린 정치풍자의 상징성 또한 충분히 감안할 수 있다.

그러나 '위크엔드 업데이트'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절묘하게 채택하며 제작진의 날 선 감각을 자랑할 수 있는 시의성 높은 코너였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적응하고 있는 강용석 전 의원의 약점은 '정치'이자 '정치'가 아니다. 녹화 방송인 <강용석의 고소한 19>나 <썰전>에 출연하는 그는 훨씬 더 풀어지고 유연한 모습으로 변호사의 '말빨'을 인정받고 있다. 

반면 생방송인 '위크엔드 업데이트'에서 (김슬기와 마찬가지로) 진행자 강용석은 한껏 위축되어 있다. 특히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그 정도가 확연해 보인다. 날 선 비판을 해야 할 진행자가 주춤할 때, 그 어떤 정치풍자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오히려 철저하게 배우로만 살았던 최민수의 연기가 더 그럴듯하게 다가온다면 이건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 점에서 장진 감독의 능청과 재기가 얼마나 탁월했는가를 되돌아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다소 수위가 센 '위크엔드 업데이트'의 정치풍자를 감내할 이가 우리 방송 환경에서 그리도 드문가 하는 자괴감을 던지기도 한다. 그랬거나 저랬거나, 궁금한 것은 <SNL 코리아> 제작진이 초보 방송인 강용석 전 의원에게 '위크엔드 업데이트'의 진행자라는 중책을 계속 맡길까 하는 점이다. 유세윤이란 걸출한 호스트가 휩쓸고 지나간 다음 주 <SNL 코리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