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저씨>의 한 장면

영화 <아저씨>의 한 장면 ⓒ 오퍼스픽쳐스


#1. 아이는 돌아보지 않는 아빠를 애타게 부른다. 아빠는 아이가 "하나, 둘, 셋"을 세면 항상 "짠"하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빠는 아이의 앞에 나타날 수 없다. 사형 집행을 위해 형장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아이는 아빠를 부르며 오열하고, 아빠 또한 눈물을 쏟는다.

#2. 아이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다. 유괴를 시도하다 실패한 아저씨가 자신을 쫓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아저씨는 "강아지가 아프다"면서 "네가 좀 돌봐달라"고 했지만 강아지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두려운 마음에 집으로 뛰었지만, 주정뱅이 아빠는 술 살 돈을 다른 곳에 썼다며 쫓아냈다.

멀리는 <아저씨>(2010)의 김새론부터 가까이는 <박수건달> 윤송이, <7번방의 선물> 갈소원, <사이코메트리> 김유빈까지. 최근 영화계에서는 성인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의 아역 배우가 주목받고 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아역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는 대부분 이들이 관람할 수 없는 등급. <아저씨>의 김새론은 물론이요, <사이코메트리> 김유빈 또한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는 바람에 완성된 작품을 보지 못했다. 12세·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면 보호자와 함께라도 볼 수 있지만,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라면 미성년자가 볼 수 없다. 

게다가 청소년 관람 불가에 아역 배우들이 등장하는 경우, 주로 범죄에 연루되는 캐릭터를 맡게 되기 때문에 단순히 연기하고 이를 촬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촬영 이후에도 이들을 돌보는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장기 어린이인 탓에 자칫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인 배우들마저 연기 후,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데, 자칫하면 아역 배우들에게도 이런 여파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7번방의 선물> 스틸사진

<7번방의 선물> 속 한 장면 ⓒ (주)화인웍스, (주)CL엔터테인먼트


'7번방' 이환경 감독 "소원이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

<7번방의 선물>의 연출을 맡은 이환경 감독은 <각설탕>에서 김유정, <챔프>에서 김수정과 호흡을 맞추며 '아역 배우와 호흡할 줄 아는 감독'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환경 감독은 <7번방의 선물> 개봉 초기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촬영장 분위기가 낯선 소원이가 촬영장에서 대장이었다"면서 "경직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딸과 얘기하듯이 아빠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다운 엉뚱한 면이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려면 나 역시 낮춰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함께 촬영한 배우들도 소원이에게 맞추다 보니 눈높이가 맞는 애드리브가 나오더라. '앙상블이 좋았다'는 말이 나온 것은 이것 덕분이다."

갈소원은 교도소처럼 꾸민 세트장에서 대부분의 촬영을 했다. 촬영 준비 단계에서 <7번방의 선물>은 아이를 교도소에서 키우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었지만, 배우 류승룡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교도관인 정진영의 집에서 학교에 다닌다는 설정으로 바꿨다. 류승룡은 당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와 함께 있고 싶은 것이 아빠의 마음이겠지만, 용구가 '학교'를 강조해서 예승(갈소원)이를 바깥으로 내보내기로 했다. 그것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사이코메트리> 속 한 장면

<사이코메트리> 속 한 장면 ⓒ 미라클필름


"아이가 완성본 못 보니 트라우마까지는..."

<7번방의 선물>과 달리 최근 개봉한 <사이코메트리>에서 김유빈은 유괴당한 후, 살해 위협을 받는다. 큰 쓰레기봉투에 담겨 냉장고에 앉아있기도 한다. 언론시사회 이후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아역 배우에 대한 질문에 연출을 맡은 권호영 감독은 "(김유빈이) 촬영할 때 현실과 연기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생각한 것 같다"면서 나이는 어리지만 굉장히 프로다웠다. 연기 천재가 아닐까 할 정도로 잘해줬다"고 했다.

함께 촬영한 양춘동 역의 김강우는 이후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어떤 누구보다 아끼고 예뻐하며 촬영하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 데미지를 못 느낄 것"이라면서 "(편집을 끝내놓고) 보면 심각한데, 보질 못하니까 트라우마까지 생길 일은 없을 것 같다. 잠깐 순간에 들어갔다 나오는 정도지, 느낌을 쭉 갖고 있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의 소재가 점차 다양해지고, 아역 배우들의 활약도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동 전문가들은 아역 배우들의 '사후 관리'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아동상담 전문가는 "다년간의 경험으로 연기와 실제를 확실히 구분하는 프로 아역 배우도 있겠지만, 처음 연기에 발을 들이는 이들에게는 연기와 현실의 구분이 불분명할 수 있다"면서 "캐릭터, 맞닥뜨리는 사건이 강할수록 기억에 더 오래 남을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지켜보거나 상담 등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7번방의 선물 사이코메트리 아역 갈소원 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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