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의 이른 입대는 대중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승호의 이른 입대는 대중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유승호 팬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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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승호가 3월 5일, 비밀리에 춘천 102보충대에 입소했다. 같은 날 그는 자신의 팬 카페에 올린 영상을 통해 "조용히 입대하는 것이 저와 같이 입대하시는 다른 장병 여러분들께 폐 끼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의 행동에 대중은 열렬한 호응을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당당히 입대를 결정하고 유승호를 보노라니 최근 국내 복귀를 염원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가수 스티브 승준 유(미국명, 이하 한국이름 유승준)가 떠오른다. 왜 그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일 수밖에 없을까.

한국 사회에 큰 충격 안긴 '유승준 병역파문'

1997년 '가위'로 가요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가수 유승준은 데뷔하자마자 각종 가요차트 1위를 석권하며 단박에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잘생긴 외모와 현란한 댄스 실력, 센스 있는 입담을 모두 갖춘 그는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음반 활동 뿐 아니라 예능, 광고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폭발적 인기를 구가했다.

90년대 남성 솔로 댄스가수로서 유승준은 가히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었다. 1집 '가위' '사랑해 누나'를 시작으로 2집 '나나나', 3집 '열정' '슬픈 침묵', 4집 '비전' '연가', 5집 '찾길바래' '어제 그리고 오늘', 6집 'Wow'에 이르기까지 약 4년간 그가 내놓은 여섯 개의 음반은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다. H.O.T 등 1세대 아이돌 그룹과 필적할 만큼 엄청난 팬덤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유승준의 인기는 2000년 MBC <목표달성 토요일-동거동락>(이하 '동거동락')에 출연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동거동락>에서 그는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모든 게임에 임하는 한편, 순수하고 '허당'끼 있는 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매주 한 명의 탈락자를 뽑는 이 프로그램에서 유승준은 시청자 투표를 통해 최종라운드 1위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2002년 불거진 유승준의 병역파문은 한순간에 그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당시 그는 "군대에 꼭 갈 것이며, 기회가 된다면 해병대를 지원하고 싶다"는 인터뷰를 공공연히 해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었다. 방송 3사 뉴스와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그의 신체검사 장면을 취재해 주요 뉴스로 방송할 정도로 유승준의 입대는 전 국민적인 관심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뒤, 유승준은 입대 한 달 전 돌연 공연을 이유로 일본으로 출국했다. 원칙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공연만 마치고 돌아오겠다"며 보증인까지 세운 유승준에 대해 법무부와 병무청이 양해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일본으로 들어간 유승준이 곧바로 미국으로 출국해 한국 정부 몰래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버린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그를 믿었던 대중은 엄청난 배신감에 휩싸였고, 한국 정부는 '출입국 관리법 11조'에 의해 그의 입국을 영구 거부했다.

유승준의 패착은 자신을 그토록 믿고 아껴줬던 대중을 기만한 데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자신의 인기를 과신한 나머지 미국 시민권 취득의 후폭풍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사려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의도적 병역기피와 자의에 의한 국적 포기는 대한민국에서 가수로 살아가기를 포기한다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임을 그는 과연 몰랐던 것일까. 결국 이중적이고 무책임한 유승준의 병역파문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일대 사건으로 남았고, 그는 아직 한국 땅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는 신세에 머물러 있다.

 2002년 유승준의 병역파문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2002년 유승준의 병역파문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 유승준 웨이보


유승호, '10년 전 유승준'에게 일침을 가하다

이처럼 유승준의 병역파문은 법적 문제를 떠나 그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안긴 사건이었다. 각종 언론을 통해 병역의 의무를 피하지 않겠다고 언론플레이를 했던 그가 뒤편으로는 미국 시민권 취득을 만지작거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대중의 공분을 사기 충분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현역도 아닌 4급 공익이었다. '눈 딱 감고' 멋지게 다녀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는다.

벌써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유승준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자 '비겁함의 상징'이다. 국내에서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은 소진된 지 오래고 비난과 조롱만 가득하다. 사랑이 컸던 만큼 미움과 실망도 큰 셈이다. 이는 유승준이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짊어져야 할 무거운 십자가다. 인기스타로서 대중의 사랑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한 업보다. 억울할 것도, 비참해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선택에 책임을 질뿐이다.

유승준이 유승호처럼 병역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아마 그의 인생은 지금과 180도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유승호는 "제 나이에 군입대는 당연한 것"이라며 매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10년 넘게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받았고, 매일 반복되는 삶을 조금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새로운 경험이 하고 싶었다"며 "말로 표현은 다 못하지만, 너무 신난다"고 군 복무에 대한 설렘을 표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인기스타로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입대를 결정한 유승호의 모습은 '10년 전 유승준'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연예인이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 대중의 기대에 충분히 보답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는 것, 자신이 뱉은 말에 책임을 지고 받은 만큼 돌려주는 자세를 견지하는 자세야말로 연예인이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덕목이다. 스물한 살 유승호도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왜 '10년 전 유승준'은 알지 못했던 것일까.

성룡과 함께 영화 <차이니즈 조디악>에 출연한 유승준은 최근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팬들에게 "나는 반드시 한국에 돌아갈 것이다"라고 강력한 국내 복귀 의지를 불태워 화제가 됐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의 의지가 아닌 대다수 국민의 정서다. 여전히 병역 파문에 대해 변명만 늘어놓는 그를 대중이 흔쾌히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가 안겨 준 배신감이 여전히 생생히 살아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대중의 사랑으로 부와 명예를 누렸다면 이제는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군대라는 새로운 환경은 제가 너무나도 원했던 곳"이라던 유승호의 발언에 왜 대중이 열광하는지 유승준 아니, 스티브 승준 유가 지금이라도 곰곰이 되새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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