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남쪽으로 튀어>에서 안봉희 역의 배우 오연수가 30일 오후 서울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영화 <남쪽으로 튀어>에서 안봉희 역의 배우 오연수가 30일 오후 서울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지난 2012년 여름, 배우 오연수는 며칠간 섬에 있었다. 전라남도 완도에서 뱃길로 3시간 걸리는 섬. 그곳으로 향하는 배는 하루 한 대에 불과했다. 편의점은 물론이고 에어컨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문명과 단절된 생활을 즐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변변한 숙소조차 없는 곳에서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섬에 갇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돈이 있어도 쓸 곳이 없고 먹을 것도 없고요. 며칠 동안 합숙 촬영을 했어요. 소품으로 만든 음식도 쉬기 일쑤였고요. 벌레도, 뱀도 많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고생 언제 해보겠어' 싶고, 당장 저희 어머니도 '가보고 싶다'고 하셨지만, 그때는 날짜가 가기만을 바랐어요."



오연수는 영화 <남쪽으로 튀어>로 1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평소 영화에 대한 애정이 컸던데다 '검증된 배우'인 김윤석과 호흡을 맞춘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는 게 오연수의 설명이다. 여기에 임순례 감독이 연출을 맡고 원작인 동명의 일본 소설이 베스트셀러였던 것 또한 '복귀작'에 의미를 더하기 충분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질끈 묶고 안봉희 역을 소화해냈다.

하지만 촬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임순례 감독이 연출권 침해를 이유로 촬영을 중단하고 현장을 떠난 것. 이후 임 감독은 복귀했지만 이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추측은 이어졌다. 당시 묵묵히 현장을 지켰던 오연수는 "20대였다면 '나도 서울 가버릴 거야'라고 생각했을 텐데 나까지 흔들리면 안 될 것 같더라"면서 "드라마 현장에서도 종종 있는 일인데 유독 크게 이슈화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영화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고, 서로 한 발짝 물러나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이 시대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 하나쯤은 갖고 살아간다. 다만 최해갑(김윤석)처럼 대놓고 이야기하느냐, 속에만 담아두느냐의 차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납부를 거부하는 최해갑의 모습에 통쾌함을 느끼는 관객도 많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찾아가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대목 또한 그렇다. 연기하면서도 속이 시원했다는 오연수는 "최해갑, 안봉희처럼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다"고 전했다.

"어딘가에 최해갑이나 안봉희 같은 사람이 있겠죠. 코드가 맞는 부부잖아요. 하지만 실제 저라면 남편을 지지하고 응원하면서도 벌이 없이 멋대로 살게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게는 못 살죠.(웃음)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가슴에 품고 있는 분들이 저희 영화를 본다면 대리만족을 느낄 것 같아요. 여기에 좋은 풍경까지 있으니 2시간 동안 힐링이 되지 않을까요?"



2013년을 영화로 바쁘게 맞은 오연수는 2월에도 꾸준히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13일 첫 방송 되는 KBS 2TV <아이리스2>에 NSS 신임 부국장 최민 역으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드라마 촬영에 한창인 터라 오연수는 영화 속 안봉희보다 드라마 속 요원의 모습에 가까웠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겠느냐"는 질문에 "배우보다 가창력 뛰어나고 히트곡까지 있는 남자 가수가 될 것"이라고 답한 오연수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그냥 '배우 오연수'였으면 좋겠어요. 동안이고 몸매 좋은 게 뭐가 중요해요. 그런 걸 생각했다면 영화에서도 예쁘게 하고 나왔겠죠. 신발도 한 켤레로 때웠는데.(웃음)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해요. 그냥 매 순간 맡은 역할에 푹 빠졌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안 보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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