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만 몇 백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 광고는 이제 각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고정 레퍼토리가 되었다. 과장이 일부 더해졌음을 감안하더라도 몇 년간의 열풍을 감안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얘기다. 연기자나 아나운서, 모델 등을 뽑는 오디션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인기의 중심은 가수 지망생들을 위한 오디션이다. 그러나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처럼,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그런 꼴이 되었다.   

오디션 쇠락의 이유,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MBC <위대한 탄생3> 공식 포스터

MBC <위대한 탄생3> 공식 포스터 ⓒ MBC


Mnet의 < 슈퍼스타K > 시리즈, MBC의 <위대한 탄생> 시리즈, SBS의 < K팝 스타 > 시리즈 등 몇 년간 맹위를 떨치며 기세등등하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예전 같지 않다. 일부에서는 '질린다'는 혹평이 나오고, 또 일부에서는 프로그램 잔류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몇 년간 이 같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배출된 가수들이 별다른 활약상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또 어떤 이유를 가지고 있을까.

사실 이런 현상은 방송사들이 너도나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오디션의 한 시즌은 대개 예선을 시작으로 결승에 이르기까지 몇 달이 소요된다. 그 과정에서 도전자들의 이미지 소모는 불가피한 일이 되었다.

그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도전자들의 개인적 사연들의 감성적 포장, 인위적 러브라인 등이 사용되었다. 방송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캐릭터의 다양화야말로 도전자들에게 입체감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이는 '독'이 되었다. 프로그램 종영 후 대부분의 도전자들이 포장된 이미지 이상의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경연이 끝난 후에도 살아남아 이름을 떨치는 도전자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도전'은 설레는 일이며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에 도전하는 일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 또한 중요하다. 도전에 이은 결과물이 신통치 않다는 것, '오디션 프로그램 하향세'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오디션의 의도는 '재능 가진 보통 사람들의 꿈의 무대'

 Mnet <슈퍼스타K4> 탑4 홍대광

Mnet <슈퍼스타K4> 탑4 홍대광 ⓒ CJ E&M


오디션 프로그램은 우리 곁의 평범한 사람들이 거대 기획사 등을 통하지 않고도 '스타'가 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등용문이다. 재능은 있지만, 스타가 되기 위한 발판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매력적이면서 솔깃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 비록 피를 말리는 생존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자력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힘든 신인들에게는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은 '의외성'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재능'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곧바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재능 이외에도 스타성, 노출 빈도, 그리고 때로는 운까지 더해지는 이상 최종적으로 어떤 도전자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게 될지는 그 누구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그것은 기획사를 통하거나 여러 경로를 통한 데뷔와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디션의 도전자들이 그들과 다른 점은 첫 등장에서부터 정식 무대 데뷔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노출된다는 점이다. 진행과정에서 이뤄지는 이미지 소비가 식상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대중들과의 친근감이 비교적 쉽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실제로 경연 중 도전자들은 기성가수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연 후 그들의 존재감은 마치 한바탕 꿈을 꾼 것 같이 사라져버리기 일쑤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 현상이 몇 해에 걸쳐 반복되면서 대중의 관심이 서서히 멀어져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열광의 시간이 반복해서 허무한 결과로 나타난 후, 또 다른 열정을 불러일으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둘러싼 풍경은 마치 너도나도 금을 찾아 서부로 몰려들던 미국의 '황금광 시대' 같다. 당시 금광 마을들은 사람들로 번성했지만, 캐낼 금이 다 소진된 후에는 폐허로 변해갔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들의 문제지 금의 탓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현재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문제는 그 운용 방식 등에 있는 것이지 '오디션' 자체가 아니다. '잘 되는 포맷'이라 하여 너도나도 뛰어들어 희소성을 희석시키고, 천편일률적 심사방식에 심사위원을 둘러싼 자질 논란은 프로그램들에 대한 염증을 유발시켰다.

재야의 스타 발굴, 그 즐거운 실험 계속되기를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의 심사위원 양현석·박진영·보아

SBS 서바이벌 오디션 의 심사위원 양현석·박진영·보아 ⓒ SBS


어느덧 '별 볼일 없는 것'으로 취급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들. 그러니 이제는 금 찾기를 멈추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때로는 사생활 팔이, 감성 팔이 등의 연출이 지나치다고 비판받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장재인·존박·허각 간의 치열한 경쟁, 이하이와 박지민, 악동뮤지션 등 어린 도전자들의 성장, 그리고 버스커버스커가 만들어 낸 극적 반전 등은 그 어떤 드라마에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또한 하나의 추세가 가요계 전체를 좌지우지하던 현상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덕으로 조금은 완화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잘 되는 쪽으로 투자가 집중되고, 대중은 별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그것을 받아들여야 했던 예전에 비해,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비교적 다양한 음악세계를 가진 신인들을 배출하고 있다. 완벽하게 공정한 게임이라고는 하기 힘들지만, 대중들이 취향에 따라 도전자들을 선별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천에 반짝반짝하는 사금이 있다 해도 그냥 두면 모래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것을 걸러내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할 일이다. 대중들과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그리고 그것이 멋지게 변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게 하는 것.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존재 이유는 그 역할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각종 비판과 격려를 자양분 삼아 한 단계 도약할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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