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 신드롬을 비스트가 잠재웠다? 

"진짜 이건 심해도 너무 심하다.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갈 정도로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있는데 정작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인해 가요 프로그램에서 만큼은 1위를 못 하고 있다. 어느 순간 아이돌들에게만 1위의 영광이 주어지는 뮤직뱅크.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참 걱정 된다."

10일 방송된 KBS <뮤직뱅크>의 시청자 게시판엔 위와 같이 제작진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와있다. 유투브 조회수 2000만 돌파를 필두로 미국의 CNN, LA타임즈와 월스트리저널, 프랑스 민영 TV 등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그러나 유독 <뮤직뱅크>에서만은 홀대(?)를 받고 있다.

이게 다 그동안 지적받아온 지상파 순위프로그램의 기이한 집계 방식 때문이다. 

 10일 방송된 KBS <뮤직뱅크>의 1위곡 결정 장면.

10일 방송된 KBS <뮤직뱅크>의 1위곡 결정 장면. ⓒ KBS


기준과 집계 방식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뮤직뱅크>의 순위 제도

먼저 집계 결과를 살펴보자. 10일 방송된 <뮤직뱅크>의 1위는 비스트의 '아름다운 밤이야'가 차지했다. 총점은 16303점. 2위 '강남 스타일'은 12293점이다. 이날 공개된 '아름다운 밤이야'와 '강남스타일'의 항목별 점수는 디지털 음원 점수가 '3580 대 7979', 시청자 선호도 점수가 '393 대 1920', 방송 점수가 '7547 대 1509', 음반점수가 '4783 대 885'이었다.

총점만 놓고 보면 '아름다운 밤이야'의 압도적인 우세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따져보면 불편한 진실들이 속속 드러난다. 디지털 음원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 가요계에서 국내를 넘어 전세계 대중을 사로잡으며 대세로 떠오른 '강남 스타일'. 그에 걸맞게 디지털 음원 점수와 시청자 선호도 점수는 비스트에 2배와 4배가 넘는 수치를 보였다.

반면 '아름다운 밤이야'는 기준이 모호한 방송점수와 주로 아이돌 팬들이 구입하며 시장 자체도 음원에 비해 현저히 축소된 음반점수에서 '강남 스타일'을 압도했다. 꾸준히 제기되어 온 집계방식의 공정성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라도 하등 문제가 없어 보인다. 

슈퍼주니어의 'Sexy, Free & Single'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지난달 27일 방송은 그나마 박빙이었다. 총점 '9172 대 8736'을 기록한 슈퍼주니어와 싸이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든 것은 시청자 선호도 점수였다. 허나 '강남스타일'이 대중들의 전폭적인 관심을 얻기 전임을 감안해도 '593 대 0'이란 결과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수치다.

<뮤직뱅크>의 순위가 아이돌 팬들의 지지로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1주 전인 지난달 20일 방송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역시 슈퍼주니어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2위인 티아라의 'Day by Day'와의 총점 점수차는 불과 1천점 정도에 불과했다.

그 중 디지털 음원과 시청자 선호도는 티아라의 우세였고, 방송 점수 또한 박빙이었지만, 결국 '519 대 4222'란 현격한 차이를 보인 음반 점수에서 승부가 갈렸다. 결국 신곡의 '음반 점수'가 우세인 아이돌 그룹이 1위를 가져가는 구조가 3주 연속 계속된 셈이다.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 속 유재석과 싸이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 속 유재석과 싸이 ⓒ YG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싸이의 '강남 스타일', 지상파 1위는 불가능할까?

하나 더, YG엔터테인먼트로 소속을 옮긴 싸이는 <뮤직뱅크>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 카라의 구하라, 니콜, 애프터스쿨, 씨스타와 합동 무대를 꾸미기도 했던 < SBS 인기가요 >와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YG와 KBS와의 불편한 관계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방송에서 '강남 스타일'은 기준이 모호한 시청자 선호도 점수에 0점을 받았다. 시청자 선호도 점수의 집계 방식과 기준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한편 SBS <인기가요>는 지난달부터 1위곡인 '뮤티즌송'과 '테이크7' 등 순위 시스템을 폐지했다. MBC <음악중심>은 이미 2006년부터 순위 시스템 자체를 없앴다. 현재 순위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방송은 <뮤직뱅크>와 케이블 방송인 Mnet의 <엠카운트다운> 정도다.

최근 들어 음원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음반 시장 구조의 변화와 아이돌 중심의 연예계 풍토, 또 점점 낮아지는 시청률로 인해 순위 제도는 유명무실해지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팬덤의 사재기 등 앞서 지적한 '음반 판매'량의 조작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 스타일'은 7월 15일 싸이의 정규 6집 발매 이후 5주간 각종 음원차트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이돌 그룹들의 음악이 점령한 가요계에서도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방송3사 중 유일하게 차트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뮤직뱅크>에서 과연 싸이는 1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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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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