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관한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29일 개관한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 시네마달


인디스페이스가 있기까지의 여정을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정리한 영상이 나오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난을 겪었던 지난 과정이 풍자적인 스토리로 재현되자 폭소가 내내 이어졌다.

영화를 보고 싶어 하던 '인듸'가 이웃마을 '영진이'를 만나 소원을 풀었으나, 영진이가 '유인촌'으로 이사가면서 인듸와 멀어졌고, 인듸는 '민간이'를 만나게 되면서 다시 영화관을 열었다는 내용이었다. '유인촌'은 재개발로 사라졌고, 인듸가 영진이를 걱정한다는 대목으로 마무리되는 영상은 인디스페이스의 험난했던 여정을 재밌게 묘사하고 있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도움으로 개관했던 인디스페이스가 유인촌 문화부 장관시절 문들 닫은 후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민간독립영화전용관으로 다시 등장했음을 핵심을 간추려 풍자한 내용이었다. 독립영화의 기운이 영상에 듬뿍 담겨 있었다. 

"임대료 못내 운영진 궁핍해 지는 일 없게 해 주시고..."

광화문에 자리 잡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29일 저녁 재개관식을 열고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독립영화의 축제일이 된 이날 인디스페이스에는 좌석(110석)을 초과하는 손님들이 참석해 다시 문을 여는 민간독립영화관의 앞날을 축하했다.

2009년 12월 30일 간판을 내렸으니 2년 5개월 만의 재개관에 영화인들은 감격스런 표정이었다. 지난해 6월 8일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설립을 위한 발기인 모임이 있은 지 1년 만에  결실을 맺는 극장이었다. 영진위의 지원으로 시작됐던 초기와 달리 '민간'독립영화전용관으로 다시 문을 여는 것에 대한 보람도 묻어났다.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된 개관 행사에는 많은 영화계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의석 영진위원장, 이춘연 씨네2000대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김영종 종로구청장까지 참석해 광화문으로 귀환한 인디스페이스의 재개관을 축하했다.

 인디스페이스 재개관식에서 고사를 지내고 있는 영화인들. 배우 안성기, 김의석 영진위원장, 이춘연 씨네 2000 대표

인디스페이스 재개관식에서 고사를 지내고 있는 영화인들. 배우 안성기, 김의석 영진위원장, 이춘연 씨네 2000 대표 ⓒ 인디스페이스


옥상에 마련된 고사 상에 김동원 감독이 불을 밝히자 안정숙 인디스페이스 관장이 축문을 낭독했다. 축문 중 '임대료를 못내 운영진이 궁핍해 지는 일이 없게 해 주시고, 독립영화인들에게 힘을 줄 수 있기를 기원'하는 부분에서 앞날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묻어 있었다.

함께 중추적 역할을 했던 김동호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비록 100석 규모의 작은 규모지만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아 오늘이 있었다"며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부탁"했다. 김의석 영진위원장도 재개관을 축하하면서 "독립영화 활성화를 위해 영진위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진 개관식은 변영주 감독과 이송희일 감독의 사회로 진행됐다. 시종일관 2011년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를 발표한 인디가수 김목인씨가 축하공연으로 개관의 의미를 더했다. 독립영화전용관에 대한 후원을 요청하는 영상에 김동원 감독이 배우로 등장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좌석 기부로 인디스페이스를 후원한 배우 안성기 씨는 축사를 통해 "많은 배우들이 찾아오고 좋은 영화들이 일반 관객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 한다"는 덕담으로 인디스페이스의 재개관을 축하했다. 

개관 선언을 위해 단상에 오른 안정숙 관장은 "잃어버리고 빼앗겼던 것을 영화인들의 힘으로 다시 만들었다"며 "한국 영화의 힘"을 강조한 뒤 "한국영화와 독립영화를 이끌어 갈 인디스페이스"의 개관을 선언했다. 이명박 정권의 탄압에 온몸으로 저항하던 영화인들의 독립운동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권력과 자본 눈치 안보는 독립적인 극장

 29일 개관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29일 개관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 인디스페이스


인디스페이스의 재개관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독립영화의 상영여건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창작과 표현의 자유 확장에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는 저예산으로 제작되기에 홍보 마케팅 예산이 없어 장기상영을 통한 입소문에 의지하는 게 특색이다. 아쉽게도 인디스페이스가 문을 닫은 이후  이 같은 여건의 극장이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2008년 개봉한 <워낭소리>가 당시 흥행에 성공했던 것은 인디스페이스의 장기 상영이 원동력이었다. 이번에 다시 문을 열면서 이런 기대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인디스토리 김화범 프로듀서는 "<어머니>가 인디스페이스에서 매주 2~3차례씩 장기상영을 하게 된다"며 꾸준한 상영을 통해 관객들과의 접촉면이 넓어질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민간의 힘으로 만들어졌기에 권력이나 대자본의 눈치를 안 봐도 되는 극장이라는 것은 인디스페이스의 가장 큰 힘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독립영화관들의 경우 정권에 따라 작품 상영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인디스페이스는 그런 염려가 없다.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위축돼 있는 표현과 창작의 자유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안정적 운영은 인디스페이스가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다. 공적자금이 지원 없이 영화관을 유지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관객확장과 운영비 조달이 인디스페이스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의 관심이 더 높아져야 할 이유기도 하다. 인디스페이스는 재개관 슬로건을 '독립자존'으로 정하며, 반드시 홀로 서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모집하고 있는 후원회원과 다양한 영화인들의 참여가 인디스페이스 독립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 같다.

영화인들 독립운동의 최종 성공 여부가 인디스페이스의 앞날에 달린 셈이다.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전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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