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m Docu 강정 > 스틸 컷. 경순 감독이 양윤모 평론가를 인터뷰하고 있다.

< Jam Docu 강정 > 스틸 컷. 경순 감독이 양윤모 평론가를 인터뷰하고 있다. ⓒ 시네마달


지난 4일, 권효 감독이 참석한 감독과의 대화에서 한 관객은 물었다.

"영화가 좀 더 실천적이어야 했지 않았나요?"

정치·사회 문제에 카메라 렌즈를 들이댄 다큐멘터리가 받는 숙명적인 질문일 것이다. 대상과 카메라와의 거리, 예술적인 고민과 현실적 실천의 간극, 촬영 당시와 개봉까지의 시차 등 이러한 다큐멘터리가 관객과 대면하기까지 염두에 둘 문제는 산재해 있다.

뒤늦게 대면한 < Jam Docu 강정 >도 마찬가지다. 지난여름 8인의 다큐멘터리 감독이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투쟁과 생활, 그리고 가슴 아픈 풍경을 100일간 촬영한 이 기록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현실과 대거리를 하는 영화일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출발한 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국회가 최근 여야 합의에 따라 올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산을 96%나 삭감했음에도 국방부는 작년 이월된 1084억 원과 올 예산에 반영된 49억 원을 가지고 이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투쟁'에 대해 영화는, 그리고 다큐멘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Jam Docu 강정 >은 이에 대한 대답을 나직이, 그러나 신념을 잃지 않은 채 관객에게 던져 준다. 영상과 내레이션으로 펼쳐진 < Jam Docu 강정 >의 답은 팩트를 넘어 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 Jam Docu 강정 >의 한 장면. 구럼비 바위에서 집회 중인 강정마을 주민들.

< Jam Docu 강정 >의 한 장면. 구럼비 바위에서 집회 중인 강정마을 주민들. ⓒ 시네마달


"막을 수 있을 때가 아니라 왜 이제야 왔어요"

영화를 총괄한 경순 감독은 영화가 양윤모 영화평론가의 투쟁으로부터 시작됐다고 고백한다. 양 평론가는 "구럼비 바위를 찾은 뒤부터 강정의 투쟁과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며 단식 투쟁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영화 속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한 주민은 "막을 기회도 있었는데 왜 이제야 왔느냐"며 원망 어린 눈으로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마을의 강동균 회장과 함께 최전선에서 싸웠던 그는 이제 힘이 빠져버린 상태라고 했다. 해군이 제주도 서귀포시 최남단 강정마을에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에 편입될 가능성이 농후한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공표한 것은 2007년. 4년이 지난 후에야 부랴부랴 찾아온 영화감독의 카메라가 야속할 법하다.

하지만 이러한 다큐멘터리 작업의 의무이자 필요성이 '현실의 환기'라고 한다면, < Jam Docu 강정 >은 소박하지만 강단 있게 강정의 현재형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 경순 감독은 왜 양윤모 평론가가 제 몸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가에 주목하고, 김태일 감독은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권효 감독은 마을 아이들조차 논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감지하고 있는 생태와 자연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제주 토박이이자 여전히 강정 관련 다큐멘터리를 작업 중인 양동규 감독은 온전히 바다와 사람들의 현재를 담고, 정윤석 감독은 밴드 '밤섬해적단'과의 강정 동행기를, 최하동하 감독은 '코사마트와 나들가게'로 상징되는 마을 사람들의 가슴 아픈 찬반을 다루는 식이다. 그러니까 즉흥연주를 일컫는 '잼 세션'을 표방하며 이들이 자유분방하게 쌓아 올린 2011년 여름 강정의 기록은 늦었지만 좀 더 총체적으로 다가가려 노력한 '이방인들의 연대'인 셈이다.

 < Jam Docu 강정 >의 스틸 컷.

< Jam Docu 강정 >의 스틸 컷. ⓒ 시네마달



이 진심어린 다큐가 말하는 연대에 대해

그래서 마지막에 배치된 작품이 <경계도시> 시리즈의 홍형숙 감독이 연출한 <구럼비에 멈춰 서서> 일 것이다. 홍형숙 감독은 '강정'을 '성미산 마을'의 투쟁과 연결 짓는다. 홍익대가 초·중·고등학교를 짓기 위해 개발하려 했던 성미산을 위한 주민들의 싸움과 연대는 박원순 서울시장 시대를 맞아 '마을 공동체'의 본보기로 재조명되고 있다.

홍형숙 감독은 제주 출신으로 성미산 마을을 지켰던 은희씨와 강정에서 활동하다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수감된 평화운동가 최성희씨의 면회를 담는다. 두 사람이 서울과 제주에서 자연과 생태를 지키고자 한 활동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20여 년 전 함께 활동했던 고향 친구를 교도소 면회실에서 만나야 하는 슬픔을 통해 '연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 Jam Docu 강정 >을 통해 용산을, 평택 대추리를, 새만금을, 한진중공업을 자연스레 떠올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현재진행형의 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환기시키는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리라. < Jam Docu 강정 >은 거기에 덧붙여 바다, 더 나아가 유네스코가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제주의 자연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정서적 울림을 던져준다. 어쩌면 논리보다 더 큰 현실에 대한 환기는 관객에게 와 닿는 울림일 것이다.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거기까지일지도 모른다. <도가니> 같은 현상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이려는 국방부의 불도저 행정을 막기 위한 각자의 고민은 영화를 본 이후 시작된다. 만약 강정에 대해 까마득히 몰랐던, 아니 알고도 별다른 힘을 보태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것이 이 진심 어린 다큐가 표방하는 '연대'의 진실이 아닐까.  

강정마을 JAM DOCU 강정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