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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브라운관에서 주로 활동했던 배우 유동근이 영화판에 몸을 던졌다. 약 7년 만이다. 단순히 오랜만이라 하기엔 그가 참여하는 작품의 면모가 신선하다. 대규모 자본과 엄청난 물량공세를 자랑하는 대작이 아닌 저예산 영화에, 이제 입봉하는 신인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배우 유동근을 만날 수 있었다. 언론과의 인터뷰 역시 그에겐 한동안 요원했던 일 중 하나. 간만의 겨울비로 어둑한 하늘에 물기를 가득 머금은 대기 속에서 그가 앉아 있는 소파가 유독 크게 눈에 들어왔다. 영화 <결정적 한방>에 함께한 그의 마음이 그만큼 남달랐기에 그랬던 것일까.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이런 메시지를 세상 밖에 내고 싶었구나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조용한 외침일 수도 있어요. 이들이 생각하는 상식과 의견이 수용될 수 있는 세상이 오리라고 봅니다. 또한 이 조용한 외침을 인정해 주는 영화 팬들이 분명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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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정의 그리고 아버지라는 키워드

그의 말처럼 영화는 상식과 정의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마냥 무거운 정치영화는 아니다. 대결구도가 분명한 가운데 색다른 코미디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등장인물의 입체적인 모습으로,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공인과 한 가정의 아버지에 대한 깊은 묘사가 담겨있다. 소탈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신임장관으로 분한 유동근이 영화에 함께 하게 된 이유 역시 이 지점에 있었다. 

"깨끗함, 순수함이었죠. 부수고 때리고, 스토리가 어디로 가든 간에 볼거리 위주로만 이어지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로서 장관으로서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었거든요. 작업하면서 아버지라는 사람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따라가게 된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래 우리 아버지가 이랬었지'하면서 생각이 나는 거예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약주 한 잔 하시고 거나하게 취해서 대문에서 헛기침 하는 소리가 들리면 난 형이랑 양쪽에서 아버지 팔짱을 끼고 그랬거든요. 그러면 아버지가 용돈을 꺼내 주시곤 했어요. 이 영화를 하면서 많이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했었지, 맞아 그게 아버지의 마음이었지' 라면서요.

영화에 극중 제 아들이 경찰서에 붙잡혀 제가 그리로 달려가는 장면이 있어요. 어렸을 때 저 역시 그랬거든요. 장발 단속에 걸리고 연극 포스터 붙이다 잡히고 '찌라시' 돌리다 잡혀가고... 파출소 가면 부모님 오시라고해요. 경찰에겐 '저 예술 하는 사람이니 머리는 건들지 마십시오' 그러면 경찰이 툭 때리면서 '예술은 무슨' 하곤 했는데 아버진 한 번도 절 때리시지 않았죠. 그게 참 힘든데 제게 매를 한 번도 든 적이 없어요. 극중에 제 아들을 막 때리는 설정이 있었는데 저 역시 그러지 말고 딱 한 대만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아버지 이야기의 그의 눈은 더욱 깊어져 있었다. "내가 아버지 역할을 맡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라며 반문하는 그에게서 그동안 왕의 카리스마로 각인되었던 빈틈없고 강한 모습에서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자연인의 모습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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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과의 작업..."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

40여 편의 작품을 해 온 그는 어느새 많은 후배들을 둔 선배 연기자가 돼 있었다. 오랜만의 영화 작업과 함께 후배들과 호흡은 물론, 영화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법도 했다. 그에 대해 오히려 그는 "혹시나 후배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는 답을 했다. 그는 현장을 호령하는 깐깐한 선배가 아닌 어느새 후배들의 생각을 듣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어있었다.

"워낙 살림살이가 넉넉한 영화는 아니었는데 작업에 합류 해보고 싶었어요.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그 경험이 소중하거든요. 촬영이 있었던 지난여름 부산에 꼬박 한 달을 넘게 있었는데 비가 매우 왔죠. 촬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어요. 거기 있는 게 다 돈인데 말이야. 하하! 그런데 그게 오히려 영화를 위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스태프들과 또 후배들과 같은 젊은 친구들 하고 무수한 얘기를 해운대 바닷가에서 비 맞아 가면서 했죠. 그런 낭만이 참 오랜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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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마련된 자리에서 유동근은 현장 사람들과 함께 그렇게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 보다 더 좋은 회식이나 뒤풀이가 있을까. 영화를 주제로 한 얘기는 자연스럽게 인생과 현재의 고민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러한 시간 속에서 역시 선배라지만 본인 스스로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음을 유동근은 강조했다. 동료 배우들의 고충을 언제 또 들을 수 있겠냐며 말이다.

"아무래도 제가 TV를 많이 했잖아요. 정훈이 경우도 TV로 알려진 친구고 그런 부분에서 얘기를 했죠. 스스로 걱정을 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 친구에게 '가수 출신이라지만 연기자는 실패와 훈련 속에서 다듬어지는 거야. 네가 하는 작업, 영화든 드라마든 진실성을 갖고 해보면 이해 할 거다'라고 했던 게 기억나요. 저도 노래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단지 그건 재주에 불과하죠.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누구나 연기할 수 있어요. 요즘 많은 연예인 후배들이 연기에 입문하곤 하는데 제 입장에선 진정성을 가진 후배들이 많이 진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죠.

진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한 번 속상해하고 말아요. 현장에서 대기하던 시간이 그렇게 많았는데 카메라 앞에선 매우 열심이죠. 게다가 그 친구 채식주의자예요. 촬영장에서 도시락을 먹다보면 어쩔 수 없이 고기가 반찬으로 들어올 때 있는데 불평 한 마디 안 하고 여유를 잃지 않더라고요. 그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마음 씀씀이가 참 선한 친구에요."

함께 한 후배 연기자인 김정훈과 윤진서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흐뭇해하는 그였다. 입가에 '아빠 미소'를 머금던 그에게 현장에서 재미있었던 기억 한 조각을 부탁했다. 후배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한 그것은 바로 함께 음식 해먹기였다고.

"같이 촬영이 없는 날엔 밥도 해먹고 라면도 끓여먹었어요. 그러다 보니 해운대에서의 촬영은 마치 엠티를 간 기분이더라고요. 이런 시간들이 우리가 현장에서 작업하는데 하나가 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라면요? 진서도 끓이고 정훈이도 끓이고 돌아가면서 했죠. 근데 제 라면이 가장 맛있더랍니다. 허허허! 비법은 냄비 뚜껑을 연 채로 끓이면서 고춧가루와 참기름! 여기에 콩나물도 있으면 더욱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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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기사: 배우 유동근 그가 말하는 정의 "보수·진보 문제가 아니다".

유동근 결정적 한방 윤진서 김정훈 오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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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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