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포럼 2011' 영화제 개막식이 6일 저녁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열렸다. 개막 축하 공연을 하고 있는 인디밴드 '얄개들'

'인디포럼 2011' 영화제 개막식이 6일 저녁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열렸다. 개막 축하 공연을 하고 있는 인디밴드 '얄개들' ⓒ 성하훈


 인디포럼 2011 개막식 사회를 보고 있는 윤성현 감독과 배우 겸 감독 류현경씨

인디포럼 2011 개막식 사회를 보고 있는 윤성현 감독과 배우 겸 감독 류현경씨 ⓒ 인디포럼


'독립영화인들의 승리!'

험난하고 지난했던 싸움이 끝나고 이제는 어느 정도의 여유를 찾은 듯 그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있었다. 고난의 행군을 이어왔지만 꺽이지 않았고 쉽게 물러설 사람들도 아니었기에 그들의 갖는 여유는 당연해 보였다.

6일 저녁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막한 '인디포럼 2011'은 독립영화 진영이 끝내 이겼음을 알려주는 시간이었다. 화려한 레트카펫이 있는 영화제는 아니었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 만큼  모든 좌석이 가득 찼고, 열기가 뜨거웠다. 인디밴드의 신나는 축하공연은 먹구름이 걷히고 밝은 햇살이 찾아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듯했다. 일종의 승전가였다.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과 단편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던 감독 겸 배우 류현경씨가 사회로 진행된 '인디포럼 2011' 영화제 개막식에서 독립영화인들은 해군기지 문제로 싸우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에 대한 연대를 이야기했고, 강정마을을 위해 싸우고 있는 영화평론가 양윤모 선생에게 올해의 인물상을 수여했다.

지난한 싸움 이겨낸 독립영화인들의 승전가

'인디포럼'은 올해 16회 째를 맞는 대표적 독립영화제다. 자율적 비경쟁영화제로 관객들과 독립영화의 접촉면을 넓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영화 문화의 다양성과 독립영화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토론의 장이기도 한데 인디포럼 작가회의(상임의장 이송희일 감독)가 주관하는 영화제다.

16번째의 행사가 의미있게 보였던 것은 인디포럼 측이 인사말에서 밝히고 있듯 최근 2년간 독립영화 진영은 독립운동을 하는 기분으로 험난한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 이후 이념을 강조하며 영화정책 기관을 점령한 세력들은 독립영화의 숨통을 조여 왔다.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등 그들이 오랜 노력 속에 이룩해 놓은 공간이 사실상 강탈당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쉽게 밀릴 독립영화인들은 아니었다. 그럴수록 문화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의에 맞선 그들의 결기는 매서웠다. 독립영화의 비판 정신은 그렇게 단순하게 무력화될 수 없을 만큼 뿌리 깊었던 것이다.

그런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도 독립영화의 꽃들은 곳곳에서 만개했다. 이제는 언제 그런 싸움이 있었냐는 듯 독립영화의 힘이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 박정범 감독이 <무산일기>의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민용근 감독의 <혜화, 동> 등 잇따른 수작들의 등장은 독립영화의 내성과 역량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단편 다큐멘터리 강세... 상큼하고 풋풋한 작품 줄어 아쉽다'

 '인디포럼 2011' 개막식을 찾은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인디포럼 2011' 개막식을 찾은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 성하훈

그 사이 독립영화를 눈에 가시처럼 생각하던 조희문 영진위원장은 해임되는 불명예를 당했고, 새로 취임한 김의석 영진위원장은 '인디포럼 2011' 개막식에 참석해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조금이나마 환경이 변화되고 있음을 알려줬다.

김 위원장은 인디포럼 영화제에 대한 영진위 지원 여부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지금 심사 중이라면서 심사위원들이 잘 판단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으로 양으로 독립영화 진영을 지원하던, 부산과 전주 제천 등 국내 주요 영화제의 관계자들도 참석해 독립영화인들의 의지에 박수를 보냈다. 인디포럼 상임작가이기도 한 박정범 감독이 만든 고된 땀방울 속에 만들어지는 된장을 형상화 한 트레일러 필름으로 인디포럼 2011의 개막을 축하했다.

인디포럼 관계자는 이번 영화제의 작품 경향에 대해 "올해 출품작이 역대 최다인 744편을 기록해 영화제로서는 매우 뜻깊었으나 그만큼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고르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이 가운데서 37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편 과 다큐멘터리가 강세지만, 상큼하고 풋풋한 작품이 줄어들고 어두운 작품들이 많아진 것은 아쉬움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작품마다 독특한 개성이 엿보여 영화제의 취지인 관객들과의 소통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맛깔난 단편들과 함께 상상력과 가능성을 담은 영화들을 즐기기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막작으로 상영된 3편의 단편(김준우 감독의 <만들고 싶다>, 김용삼 감독의 <가족오락관>, 이지상 감독의 <돈 좀 더 줘>)는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내며 큰 호응을 받았다.

인디포럼 2011은 오는 12일까지 7일간 이어질 예정인데, 주말에는 감독 겸 배우 유지태를 비롯해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 배우 황우슬혜와 김태훈 등이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도 갖는다. 11일에는 종로 인근 포장마차 거리에서 독립영화 감독과 관객들이 함께하는 '한 여름 밤의 포차파티'도 준비돼 있다.

"인디포럼 영화제는 영화와 사회의 소통을 향한 최전선"

 인디포럼 선정 '2011 올해의 얼굴상'을 수상한 양윤모 영화평론가

인디포럼 선정 '2011 올해의 얼굴상'을 수상한 양윤모 영화평론가 ⓒ 성하훈

한편 이날 개막식에서는 영화평론가 양윤모 선생이 인디포럼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얼굴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얼굴상은 매해 독립영화 정신을 가장 밀도 있게 구현한 분들에게 주는 상이다.

인디포럼 측은 양윤모 선생이 지난 4월 6일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려는 건설사와 해군에 맞서 싸우다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구속됐고 이후에도 60여 일 동안 목숨을 건 단식에 돌입했다며 고향에 내려가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양윤모 선생의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수상을 위해 개막식장을 찾은 양윤모 선생은 인사말에서 "인디포럼 같은 영화와 사회의 소통을 위해 최전선을 고민하고 있는 영화제가 주는 인물상을 받는 것을 영예로 생각한다"며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 사회 참여가 활발한 배우 김여진씨, 얼마 전 구속된 제주 강정마을을 평화활동가 최성희씨 등을 언급하며 이들에게도 박수를 부탁했다.

제주 강정마을은 이날 개막식의 주요 이슈이기도 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관계자는 김태일·홍형숙 등 8명의 독립영화 감독들이 함께 제작하는 '잼(JAM)다큐멘터리 강정'을 소개한 후 관객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사회적 제작의 일환으로 십시일반으로 제작비를 모아 완성시킬 '잼(JAM)다큐멘터리 강정'은 제주 강정을 향한 독립영화인들의 의미 있는 연대가 될 전망이다.

인디포럼 독립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