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tvN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에 출연 중인 배우 조여정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웃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tvN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에 출연 중인 배우 조여정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웃고 있다. ⓒ 이정민


10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내 앞에서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한다. 그는 10살이나 어린 그녀에 대해 "보면 좋고 설레더라"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내게는 "널 버리지 않는다"며 "난 책임감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한다. 어린 그녀에게 설레지만 의무감이자 책임감 때문에 날 떠나지 않는다고? (tvN <로맨스가 필요해> 중)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상황이다. 울화통도 치민다. 하지만 당사자인 배우 조여정(31)은 "오히려 '아니다'는 변명을 안 해서 좋더라"는 반응이다. 아닌 척하며 무마할 수 있지만 어차피 받을 상처라면 지금이 낫다는 의미에서다. 조여정은 "못 숨겨서 솔직한 것"이라며 "적어도 뒤늦게 알고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헷갈릴 일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사에 울고 웃어요... 김정훈, 키스신 앞두고 나보다 부끄러워 해"

 올들어 가장 더웠던 16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tvN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에 출연 중인 배우 조여정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들어 가장 더웠던 16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tvN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에 출연 중인 배우 조여정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tvN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호텔리어 선우인영 역을 맡은 조여정을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만났다. 특유의 밝은 미소는 강렬한 햇빛을 이길 정도였다.

조여정은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영화감독 김성수 역의 김정훈과 10년 만난 연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조여정은 13일 첫 방송 후 또래 여성들이 겪을 법한 사랑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조여정은 "'(내 연기) 어땠어?'라고 못 묻는 성격인데 주변 사람들이 '재밌게 봤다'는 반응을 보이더라"며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하게 됐는데 선택이 옳았다"고 미소지었다.

"내레이션에서 공감되는 게 진짜 많아요. '어쩌면 더 사랑하는 쪽이 아픈 법이다' 등의 말이 가슴에 와 닿죠. '헌신하다가 헌 신 됐잖아'라는 대사도 기억에 남아요. 김정훈과 10년간 연애했던 모습이 회상 장면으로 많이 나오는데 대본을 보다가도 많이 울어요. 헤어지려고 해도 마음처럼 안 끊어지는 게 현실이잖아요."

조여정은 로맨틱 코미디와 꽤 잘 어울리지만 첫 도전이다. 우마 서먼의 영화 <프라임 러브>(2005), 감우성 손예진이 출연한 드라마 <연애시대>(2006)를 좋아한다는 조여정은 "풋풋하기만 한 20대의 일, 사랑이 아니라 경험과 깊이가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며 "나이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아는 게 아니지 않느냐. 엉뚱하고 부끄러운 짓을 하게 되는 점 자체가 재밌다"고 했다.

 올들어 가장 더웠던 16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tvN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에 출연 중인 배우 조여정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들어 가장 더웠던 16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tvN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에 출연 중인 배우 조여정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로맨스가 필요해> 방송 후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군 검색어는 '100초 키스', '거품 키스' 등이었다. 조여정과 김정훈이 선보이는 키스 신이지만 감정은 사뭇 다르다. 전자가 뜨거운 사랑이라면 후자에는 애틋함이 담겨 있다.

"(김정훈) 오빠가 생각보다 부끄러워했어요. '민소매 티셔츠를 입는 것도 처음이다'며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그렇다'고 했더니 황당해하던데요. 어처구니없어 하면서 '<방자전> 3번 봤지만 이해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대한민국 여배우로 산다는 건..."

 16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tvN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에 출연 중인 배우 조여정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tvN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에 출연 중인 배우 조여정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조여정에게 물었다. "대한민국에서 '배우' 아닌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조여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배우의 연기 자체가 예술이라는 맥락으로 포괄되지만 한국의 문화 안에서 살아가는 '여배우'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불평하거나 힘들어하지 않고 문화의 특성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숨이 죽는 느낌이랄까요. 틀에 저를 맞추게 되면서 개성이 없어질까봐 가장 두려워요. 포기하는 부분이 어느새 재미없고 뻔하게 보일까 봐서요. 꾸준히 위로 올라가는 중이지만 벽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거든요. 점점 좁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여배우라면 다 한 번쯤 생각했을 테지만 항상 창조적인 모습으로 리프레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활 자체에서 돌파구를 찾는 게 중요하죠."

조여정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 때마다 좋아하는 선배 여배우들을 항상 떠올린다"며 "한 번도 뵙지 못한 선배도 있지만 '얼마나 더 많은 일이 있었겠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항상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조여정. 1997년 데뷔 이후 14년간 연예계에 몸담으면서 이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유머를 통해 상황을 즐기게 됐다는 조여정은 "(고정화된 이미지를) 이용하게 되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는 말로 고민을 대신했다.

<방자전>을 통해 조여정에게 관심을 두게 되었는가? 그렇다면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그녀의 매력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조여정 로맨스가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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