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닮았다?'
 
'불꽃하이킥' 미르코 크로캅(37·크로아티아)과 '농구천재' 허재(46·현 전주 KCC 감독)는 종목은 틀리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엄청난 고정 팬들을 확보하고있는 대형 인기스타들이다. 인기도 폭발적이었을 뿐 아니라 꾸준함까지 갖추고있어 스포츠 스타가 갖춰야할 상품성에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두 사람은 은근히 닮아있다. 언뜻 보면 "뭐가 닮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허재는 현역시절 자신이 활동하던 모든 무대를 평정했던 절대자의 이미지를 갖고있지만 크로캅은 항상 정상 일보 직전에서 미끄러져 내려야만 했던 2% 아쉬운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미르코 크로캅(왼쪽)과 허재는 무엇보다도 '순수함'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크게 닮았다.

미르코 크로캅(왼쪽)과 허재는 무엇보다도 '순수함'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크게 닮았다. ⓒ 프라이드-전주 KCC

 

NBA(미 프로농구)에서 마이클 조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식상하듯 허재 역시 국내 농구사에서는 그런 존재다. 그는 전문 슈터들이 각팀의 에이스급으로 군림하던 시절 현란한 드리블과 돌파력을 바탕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국내 농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거기에 슈팅-리딩-패싱력-수비 등 각 부분에서 모두 최상위급에 해당하는 능력을 자랑했던지라 지금도 역대 최고 테크니션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승부욕이 엄청나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승자의 위치를 차지하곤 했다.

 

이러한 스타일만을 놓고 보면 허재는 크로캅보다는 표도르와 비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표도르는 그래플러-타격가 등 스타일이 딱 나뉘어 선수들이 활동하던 시절, 두 분야 모두에서 수준급의 실력을 과시하며 밸런스 파이터가 뭔가를 보여줬다.

 

특히 견제용이 아닌 상대를 제압하는 무시무시한 파운딩을 통해 이후의 선수들에게도 하나의 큰 전례를 남겼다는 평가다. 위기에 강한 승부사 타입이라는 점도 허재와 닮아있다.

 

반면 크로캅은 전형적인 '반쪽 타격가'다. 그래플링에 상당한 신경을 쓴 것은 사실이지만 전형적인 입식타격가 출신인지라 그가 빛을 발한 순간은 대부분 스탠딩 상태에서였다.

 

거기에 전형적인 '사우스포(southpaw)'의 특성상 왼주먹-왼발-왼쪽 중심의 이동방향 등 대 부분이 왼쪽에 집중되어 있었다. 타격가이면서도 특기가 정해져있는 선수로 올라운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더욱이 선수생활의 대부분을 1인자의 위치에서 군림하던 허재와 달리 크로캅은 잘나가던 시절에도 정상 일보 직전에서 아쉬움을 겪던 2~3인자 이미지였다.

 

하지만 경기 스타일이나 성적을 떠나 캐릭터 자체만 놓고 봤을 때 허재와 크로캅은 묘하게 닮아있다. 이들은 화려한 플레이로 인해 열성 팬들도 많았지만 그로 인한 안티 팬들도 적지 않았다. 더욱이 고집이 강하고 주변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까칠한 성격으로 인해 그들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번번이 표적이 되는 경우도 잦았다.

 

물론 그러했기에 이들은 항상 관심의 중심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열성 팬들의 꾸준한 사랑도 변하지 않았지만 안티 팬들 역시 관심을 끊지 않았던지라 지금도 해당 스포츠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되는 모습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인기 하나 만큼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크로캅과 허재는 무엇보다도 '순수함'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크게 닮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이 몸담고있는 종목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사랑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존경을 받을 만하다. 때로는 약삭빠르게 머리도 잘 쓰고 계산적으로 모든 것을 풀어나가면 좋으련만 이들은 언제나 정공법이다.

 

팬들은 그러한 미련한 모습에 답답함을 표현하면서도 바로 그런점 때문에 이들을 더욱 존경하고 좋아한다. 우직하고 촌스럽지만 그래서 더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인물들이다. 어쩌면 크로캅과 허재가 이토록 오랜 기간 동안 사랑을 받고있는 비결은 팬들과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공감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싶다.

2011.02.03 15:25 ⓒ 2011 OhmyNews
순수한 열정 프로농구 허재감독 미르코 크로캅 팬들과의 공감 미련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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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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