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스틸컷

▲ 아저씨 스틸컷 ⓒ 오퍼스 픽쳐스


<아저씨>는 원빈이 처음으로 원톱 주연으로 나선 영화다. 오랫동안 연기활동을 했지만 원빈이 혼자서 영화를 이끌어간 적은 없었다. 항상 그는 주연이긴 하지만 다른 카리스마 있는 배우가 있을 때 자신의 가치를 더욱더 높여온 배우였다. 그런데 <아저씨>에서 처음으로 원빈이 원톱 주연으로 나섰다. 이제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현실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만으로 승부해야 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당연히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 한 번도 자신 스스로 무엇인가를 마무리 지어본적이 없는 배우란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저씨>의 원빈은 확실히 변했다. 이제 연기 인생 제2막을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 보여준 원빈의 연기는 이전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 확연히 차이가 있다. 공동주연이 아니라 원톱 주연에서도 원빈이 얼마나 가치 있는 배우인지 <아저씨>를 통해 충분히 느껴볼 수 있었단 것이다. 원빈이란 배우의 스타성을 생각한다면 이런 연기진화는 충분히 반길만한 일이다.

<아저씨>를 연출한 이정범 감독은 2006년 <열혈남아>로 감독 데뷔하였다. 이 작품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거나 아주 잘 만든 영화는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 밋밋한 범죄물이란 평가도 있었던 것 역시 사실. 하지만 두 번째 영화 <아저씨>를 통해서 확실히 대중들과 호흡하는 면에서 큰 발전을 이룬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어차피 이 작품이 예술적인 면보다 상업적인 흥행성공을 노리고 연출된 작품이란 것을 감안하면 <열혈남아>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작품에서 부족했던 것을 두 번째 작품에서 확실히 채워 넣었단 것이다.

<아저씨>의 스토리는 사실 단순하면서 식상한 것이 사실이다. 전직 특수요원이었던 태식(원빈)은 불행한 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서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단 하나 소통하는 통로가 있다면 바로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다. 하지만 태식은 과거의 일 때문에 소미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이런 그가 극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소미의 엄마가 마약조직에 연류되면서부터다. 그리고 소미가 엄마와 같이 실종되면서 태식이 가지고 있던 세상에 대한 분노와 과거의 상처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작품성 높지 않다, 하지만 관객들 즐기기에 충분하다

아저씨 스틸컷

▲ 아저씨 스틸컷 ⓒ 오퍼스 픽쳐스


<아저씨>에 대해 평가하자면 작품성은 높지 않다. 이야기 구성 자체가 사실 너무 식상하다 못해 억지스러움도 끼여 있어 분명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약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관객들과 함께 즐기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온 것은 영화에서 전해주는 즐거움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액션영화중에 이렇게 큰 통쾌감을 전해준 작품은 거의 없었다고 단언해도 될 정도다.

쉽게 말해서 <아저씨>는 팝콘무비로서 확실하다. 원빈이 보여준 태식이라는 인물 자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는 상처 받고 고독한 인물이다. 그런 고독한 인물이 왜 소미의 일에 끼어들어서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복수의 화신으로 변하는지 그 변화 과정이 관객들에게 충분히 먹혀들 수 있을 만큼 카리스마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 구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대신 캐릭터에 대한 사연을 촘촘하게 엮어서 관객들에게 확실히 각인을 시켜준다.

여기에다가 원빈이 보여주는 연기 카리스마 역시 장난이 아니다. 그가 여태껏 나왔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원빈이란 배우에게 이 정도의 카리스마가 있었는지 되묻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아저씨>가 강렬한 캐릭터 중심의 액션영화가 될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원빈의 공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기존의 원빈이란 배우가 가지고 있던 캐릭터를 완전히 지워버림으로써 이 작품에 의외성을 부여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캐릭터의 의외성 위에 화끈한 액션이 존재한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정말 통쾌하단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든다. 감독이 얼마나 액션 시퀀스를 세밀하게 구축했는지 영화를 보면서 충분히 관객들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액션 장면만큼은 최근 한국에서 나온 영화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자평해도 될 정도다. 이정범 감독이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얼마나 철저하게 공부하고 노력했는지 예상을 뛰어넘는 액션 장면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영리하게 연출한 상업 액션영화

아저씨 스틸컷

▲ 아저씨 스틸컷 ⓒ 오퍼스 픽쳐스


<아저씨>는 정말 영리하게 연출한 영화다. 작품성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정확하게 짚어낸 영화란 평가가 가능해진다.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한가지인 작품성에 가끔 너무 매달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작품성이 영화 흥행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팝콘무비가 나올 시기가 되었단 의미다. 그런 면에서 <아저씨>는 그 가치를 인정 받을만한 작품이다.

특히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에서 원빈을 원톱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다른 배우들의 캐릭터 역시 세밀하게 구축하였다. 이런 부분들은 영화의 이야기 구성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문제점들이 크게 느껴지지 않게 만들고 있다. 소미역의 김새론, 만석역의 김희원, 치곤역의 김태훈 등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배우들은 아니지만 확실하게 캐릭터 구축을 해놓음으로써 영화 전체를 풍요롭게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장점들이 치명적일 수 있는 약점을 충분히 커버하고 있다. 따라서 여름 시원한 한국형 액션 영화를 즐기고자 하는 관객들이라면 <아저씨>는 충분히 그 소임을 다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꼭 작품성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요소가 많은 영화라면 최상급 팝콘무비로서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영화에 잔인한 장면들이 많기에 관객들의 반응이 다른 부분에서 극단적으로 나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원빈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영화 <아저씨>. 그의 변신만큼 영화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제 결과를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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