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진 불타는 조조의 수군

▲ 영화사진 불타는 조조의 수군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지난해 여름 <적벽대전1: 거대한 전쟁의 시작>편을 통해 국내 157만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하며 2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던 영화 <적벽대전 2: 최후의 결전>편이 개봉했습니다. 1월 22일 개봉된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은 5일만에 102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2009 설 시즌 개봉영화중에 가장 흥행 성적이 좋습니다.

 

 <영웅본색>(1986), <페이스 오프>(1997), <페이첵>(2003)등 '오우삼'이 그동안 감독한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삼국지를 관심있게 읽은 독자들이라면 감독의 전작여부와 상관없이 삼국지속 가장 드라마틱한 전사인 ‘적벽대전’의 영상화란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수 없을 듯합니다.

 

 '적벽대전'은 중국 양쯔강 지역 전략요충지였던 '적벽'을 사이에 둔 채 조조(장풍의)의 위나라 100만 대군과 오나라 손권(장첸)의 10만 동맹군이 치렀던 1800년(서기 208년) 전의 역사적인 전투입니다. 적벽대전은 역사 속에 그리고 삼국지 속에 세밀하게 기술되고 있지만 전투의 치열함과 방대한 규모로 인해  어느 누구도 영상으로 선뜻 옮기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오우삼 감독 역시 18년에 걸친 힘겨운 준비과정을 거쳐 제작할 만큼 <적벽대전>시리즈는 전인미답의 쉽지 않은 길을 시도한 영화로 그 가치를 평가 받을 만합니다.

 

주유를 중심으로한 색다른 삼국지 해석이 특징

 

영화사진 <적벽대전>의 실질적 주인공인 주유

▲ 영화사진 <적벽대전>의 실질적 주인공인 주유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전편과 같이 <적벽대전 2> 역시  오우삼 감독 특유의 거친 화면전개와 인물에 대한 과도한 클로즈업, 정제되지 않은 남성우월주의 요소들이 많이 보입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은 오우삼 감독의 이런 스타일을 <필름 2.0>의 기고에서 ‘마초적 낭만주의’라고 에둘러 표현하지만 <적벽대전>의 구도를 꼼꼼히 분석해보면 <영웅본색>의 사극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언뜻 느낄 수 있습니다.

 

 결과론적인 측면에서 전쟁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전쟁의 준비과정과 영웅들간의 의리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감독의 스타일은 여전히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또 <적벽대전 2>의 전개방식을 두고 평론가에 따라서 '조조'나  '유비' 중심이 아닌 '주유'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 것에 대해서 불편해 하는 견해가 남아 있습니다. 특히, 10만 군사로 100만 대군에 맞서는 지략과 용기를 갖춘 인물로 주유(양조위)를 그린 데 비해 잔인하고 권모술수에 능한 악한으로만 그려진 조조에 크게 실망하는 관객도 많습니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인물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통일하긴 어렵겠지만 전반적으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주유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전쟁을 풀어간 오우삼식 묘사가  다양성 측면에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입니다.

 

영화사진 10만개의 화살을 모은 제갈공명

▲ 영화사진 10만개의 화살을 모은 제갈공명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하지만, 그런 평단과 일부관객들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중국 역사속 고대 영웅들의 우정과 지략이 다채롭게 그려진 데다 40여 분 가까이 진행되는 후반부 적벽대전 전투신은 과거 개봉된 어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전쟁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적벽대전 1>에서 오나라 동맹군의 구궁팔괘진 전투가 볼거리 였다면 <적벽대전 2>에선 볼거리들이 더 풍부합니다.

 

특히, 제갈공명(금성무)이 허수아비와 안개를 이용해 조조의 위나라 수군들로부터 10만 개의 화살을 모으는 장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동남풍이 불기를 기다려 위나라 적진으로 돌진하는 동맹군의 화공계는 삼국지 독자들의 영상으로 보고 싶어했던 오랜 바람을 그야말로 원없이 실현해주고 있습니다.

 

적벽을 사이에 둔 기나긴 대치가 끝나고 진군의 북소리와 함께 오우삼표 비둘기가 날아 오릅니다. 수십만 병사들의 함성과 지략과 야망의 충돌 그리고 스크린이 타오를 만큼 뜨거운 두 군대간의 적벽대전을 보며 손바닥이 어느새 흥건해짐을 느낍니다.

 

 피비린내나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속에 모든 전투가 끝날 무렵 '승자는 없다'는 주유의 탄식처럼 적벽대전은 겉으론 조조가 이끌던 위나라의 대패로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양측이 입은 손해는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그토록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던 수십만의 병사들은 강속에 그리고 산하에 묻혔고 패전의 분루를 삼키던 조조도 승자의 즐거움을 만끽했던 주유와 그의 아내 소교(린즈링)도 제갈량도 이젠 역사속으로 모두 사라졌습니다.

 

 영웅은 가고 역사는 흘렀지만 천하를 호령하던 그들을 현세에 부활시켜 지략과 전쟁의 허무함을 표현한 오우삼 감독의 뚝심과 끈기 그리고 배역을 위해 헌신한 배우들의 투지에 한표를 던집니다.

 

삼국지 마니아 관객이라면 <적벽대전 2>는 <적벽대전 1>에서 아쉬웠던 많은 부분을 채우는 시간이 될 듯합니다.

2009.01.28 09:45 ⓒ 2009 OhmyNews
적벽대전 한상철기자 양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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