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산으로 올라가고 싶어...산에서 내려가고 싶어...

▲ 민둥산 산으로 올라가고 싶어...산에서 내려가고 싶어... ⓒ 부산국제영화제

 

환상리얼리즘의 쾌거

 

 김소영 감독의 <민둥산>은, 동심의 거울을 통해, 인간의 적자생존의 세계와 자연회귀에의 여정을 한편의 수채화처럼 잔잔하게 그린 성장영화이다. 주인공 ‘진’과 ‘빈’은 어디론가 일자리를 찾아서, 떠난 엄마로부터, 알코올 중독자 같은 생의 무능력자인 고모에게 맡겨진다.

 

곧 아이를 찾으러 오겠다고 당분간만 맡아달라고 대책없이 올케가 떠난 후, 어린 조카들을 짐보따리처럼 떠맡게 된 고모는 사실 혼자 먹고살기도 힘든 밑바닥 인생이다. 어쩔 수 없는 혈연애는 있지만, 학교에 다녀야 할 '진'을 마냥 놀도록 방관할 수밖에 없고, 두 아이를 보호한다는 빙자로 도리어 기회가 생기면 돈을 챙긴다. 그래도 양심의 가책 따위는 없다. 조숙하고 당찬 '빈'의 언니 '진'은 이러한 고모의 행동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학교에 가야할 일이 없어진, '진'은 동생 '빈'과 고모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리면서 건설공사장 흙무더기에 고목을 심는다. 꽃이 필지 의아스러운 죽은 나무를 심는 '진'과 '빈'을 통해, 관객은 두 아이를 버린 엄마에 대해 질책하고 원망하는 목소리를 삭히며, 영화 속의 아이들의 해맑은 동심에 그저 동화된다. 

 

민둥산 나무 없는 산에 나무를 심어야지.

▲ 민둥산 나무 없는 산에 나무를 심어야지. ⓒ 부산국제영화제

 

  일곱살 키 높이의 따뜻한 카메라 시선

 

 이 영화의 카메라의 시선은, 일곱살 아이의 키 높이와 같이 한다. 아무리 비극적이더라도 아이들의 눈높이 맞춘 세상은 아름다운 풍경만 클로즈업 된다. 그래서 관객에게 동심을 회복시킨다. 부모는 당연히 자식을 보호하고 교육시켜야 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빵 다음으로 자식을 성장시키고 스스로 자립할 때까지 교육시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영화 속의 부모는 자식을 교육시킬 능력이 없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자식의 교육은 돈의 유무와 무관하고, 경제능력이 없는 부모의 입장이란, 최초의 인류 사회의 인간이 동물과 별로 다르지 않았을 자연에의 의탁하는 입장임과 동일선상에 놓여진다. 

 

 에덴동산 그 이후의 <민둥산> 

 

 영화 <민둥산>은 인류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와 스스로 생존하고 경쟁해야 하는 신에게서 버려진 이후의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테크노피아의 '에덴동산'이란 상징체계를 설정하고 있다. 이 각박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생존경쟁의 경제 능력을 상실케 된 무능한 부모들은, 이 문명의 '에덴동산'에서도 결국 추방당한다.

 

자신의 생존도 어려운 경제 능력이 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식들은 왜 자신이 버려져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고 버려진다. 왜 책임 질 수 없는 자식을 낳았을까 ? 따위의 질문도 질책도 이 영화에는 없다. 그저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상처와 애정이 담담하게 응시된다.

 

민둥산 성장통 없는 성장은 없다.

▲ 민둥산 성장통 없는 성장은 없다. ⓒ 부산국제영화제

이렇게 '진'과 '빈'도 무책임한 부모에 대한 원망도 없이 그저 기다릴 뿐이다. 엄마가 주고 간 빨간 돼지 저금통에 동전이 가득 찰 때 엄마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 믿음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진’과 ‘빈’은 메뚜기를 구워 판다. 그리고 그 돈을 돼지 저금통의 배를 채운다. 돼지 저금통의 배가 점점 불러와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가족해체의 아픈 사회상 담담하게 조응

 

고모는 결국 두 아이의 시골의 외갓집을 찾아간다. 이 외갓집의 외할아버지도 생전 얼굴 한번 보지 않은 손녀들을 의탁하겠다는 고모를 달가와하지 않는다. 다만 대지의 품과 같은 외할머니가 두 아이들의 상처를 애정으로 포옹한다. 자신이 뿌린 씨를 가꾸고 거두며 살아가는 외할머니의 삶을 보며, 자연을 배워나간다. 그 자연 속에서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하나씩 터득해 나간다. 나무 땔감을 마련하고 한 해의 추수를 돕는, '진'은 이제 더 이상 학교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러한 설정의 스토리와 도시의 이탈 속에서 자연과 어울림을 낳으며, 뛰어난 미장센을 통해 전체를 하나로 이야기하려는, 미학적 이미지를 형성한다.

 

김소영 감독은 우리 사회에 경제 한파로 가족이 해체되는 사회상을 카메라로 담담하게 조응한다.<민둥산>의 인물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아이와 어른들이다. 그래서 사실적이며 진정성을 획득한 잔잔한 감동을 준다.

 

민둥산 엄마 ! 보고 싶어.

▲ 민둥산 엄마 ! 보고 싶어. ⓒ 부산국제영화제

 

유년에의 직접 체험에서 진정성이 배가

 

<민둥산>은 김소영 감독의 유년 체험이 육화된 작품이다. 감독의 직접체험은 영화 속의 비전문 연기자들의 순수한 아동의 연기에 의해 그 진정성 표출이 배가된다. 해서 영화는 현실 속에서 만나는 이웃 아이의 이야기처럼 잔잔한 울림을 준다.  

 

김소영 감독의 데뷰작 <방황하는 날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민둥산>에서의 감독의 응시는 '애상'이다. <방황하는 날들>은 김소영 감독의 이민 체험이 골조가 된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10대 소녀 '에이미'의 행적을 영상화했다. 이번 작품 <민둥산>역시 김 감독의 한국에서의 유년시절 이야기다. 두 작품 다 비전문 배우들을 고용했다.

 

비전문 배우들의 비 영화적인 분위기 연출로 <민둥산>의 인물캐릭터들은 우리 네 삶 속 깊이 들어와 있는 인물처럼 다가온다. 김소영 감독은 말한다. "내가 알고 있는 일곱살의 한국어로 어린 배우들과 영화의 어려운 메시지를 소통할 수 있었다." '진'과 '빈'의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들은 말한다. "연기가 너무 쉬웠다"고.

 

김소영 감독의 작품은, 삶의 상처는 결국 자연에서 치유된다는 자연회귀사상. 이 자연회귀에의 회향을 통해, 감독은 삶의 속살을 건드린다. 그러나 아프지 않다. 성장통을 겪는 성장 영화와 변별성을 갖는 것은, 상처입은 동심에 대한 응시력이 가을햇볕처럼 알차고 따뜻하기 때문이다. 더 큰 성장통을 겪은 감독의 다음 영화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피프 리뷰란'에도 올렸습니다.

2008.10.18 13:59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피프 리뷰란'에도 올렸습니다.
민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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