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야구팬들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롯데 야구팬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6개월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페넌트레이스에 이어 야구팬에게 또 하나의 추억으로 기록될 포스트시즌이 10월 8일 시작했다.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간의 맞대결로 펼쳐지는 준플레이오프를 두고 많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한 뉴스가 야구팬들을 달아오르게 했다.

야구장의 재미까지 빼앗아가나

보건복지가족부가 9일 입법 예고하기로 밝힌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야구장·축구장 등의 체육시설 안에서의 음주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이 소식을 처음 보도한 <노컷뉴스>는 "개정안에 따르면 주류 판매가 금지되는 시설은 의료기관, 청소년 시설, 공연장·극장 등 문화예술시설, 축구·야구장 등 체육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이들 시설에서는 주류 판매는 물론 음주행위도 금지되며 주류를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을 접한 야구팬들은 야구장에서 느끼는 재미를 빼앗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야구팬은 포털 댓글 란에 "환율급등 주가급락 등으로 웃을 일 없는 국민들에게 한 번 웃어보라는 정부의 배려가 아닐까요"라는 글을 남기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판이 거세지자 보건복지가족부는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주류판매가 금지되는 구체적인 공중시설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후 시행규칙으로 정할 예정이므로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야구팬들의 비판을 받았던 주류 판매 금지의 시설 기준에 대해서도 "극장 등 문화예술시설, 축구·야구장 등 체육시설 등은 검토된 바 없으며 시설 종류에 대해서는 국민 의견을 수렴하여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구팬들과 누리꾼들은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반응 괜찮으면 밀어붙이고 나쁘면 '검토 중이다' '오해다'라고 빠져나가려느냐"며 보건복지가족부의 해명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번 논란을 두고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누리꾼들끼리 설전이 벌어졌다. 경기장 내 음주를 찬성하는 누리꾼들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맥주 정도는 허용이 되는데 이를 규제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반발했다. 또한 "항상 여론을 수렴한다고 하면서 막상 마지막에는 정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 아니냐"며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경기장 내 음주로 인한 폭력과 소란 등의 폐해를 지적하며 이참에 주류를 금지하는 것이 좋다는 누리꾼들도 있다. 경기장 안에서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사건에는 항상 술이 끼어있다는 것. "맥주 한 잔 정도가 아니라 만취한 상태에서는 자제력을 잃고 경기장 안으로 이물질을 던지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정도가 심해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

보건복지가족부, 야구장에 한 번 와 봤나?

 롯데 야구팬이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12:3으로 크게 리드하자 삼성 응원단상에 올라가 롯데를 응원하는 추태를 부리다가 경찰과 경호원들에게 저지되고 있다.

8일 저녁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과의 경기에서 롯데가 3-12로 지자 한 롯데 팬이 삼성 응원단상에 올라가 롯데를 응원하는 추태를 부리다 경찰과 경호원들에게 제지받고 있다. ⓒ 유성호

보건복지가족부가 해명자료를 낸 8일, 공교롭게도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양 팀 관중끼리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야구장 내의 음주가 다시 한 번 논쟁거리가 됐다.

경기가 삼성 쪽으로 크게 기울자 일부 롯데 팬들이 만취상태에서 3루 원정 응원석에 있는 삼성팬들을 자극하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한 것.

경호원들과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몸싸움은 계속되었고 결국 경찰이 관중석에 투입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경기 후에도 경기에 실망한 일부 팬들이 취한 상태에서 서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까지였을까 의심되는 대목임이 분명했다.

야구 경기장에서 항상 맥주 한 두 캔 정도는 마신다는 야구팬 P(23)씨는 "다짜고짜 야구장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지만 이날 경기처럼 폭력이 우려되는 상황은 걱정스럽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야구장 내에서 주류 판매가 공식적으로 허용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주류 판매와 음주를 규제하던 시절에도 많은 야구팬들은 팩 소주 등을 들여와 구장 안에서 즐겼다. 요즘은 유리병처럼 던지면 위험한 물건이 아닌 이상 종이컵에 담긴 맥주 정도는 판매하고 있어 많은 팬들이 맥주를 즐기고 있다.

야구장 안에서 치킨과 맥주 한 잔은 사랑받는 메뉴가 된 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작정 규제한다는 것은 야구팬들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물론 만취한 일부 팬들의 몰지각한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팬들은 언론에 보도되듯이 단지 '일부'일 뿐이다. 그 '일부' 때문에 맥주 한두 캔을 마시며 즐겁게 경기를 즐기는 팬들의 권리마저 빼앗을 순 없다. 대다수의 야구팬들에게 적당한 음주는 흥을 돋우는 좋은 수단이 된다.

여론을 지켜보겠다는 보건복지가족부. 단지 여론에 의지하기 보다는 야구장에 한 번이라도 와서 팬들의 모습을 지켜보길 바란다. 맥주를 들고 있는 대부분의 팬들이 과연 그렇게 위험한 존재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길 바란다.

금주령 보건복지가족부 야구장 음주 맥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