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일본 영화로 제목이 꽤 독특하다.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일본 영화로 제목이 꽤 독특하다. ⓒ 스폰지

달걀말이. 달걀과 소금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생각보다 잘 안 되는 것이 이 요리다. 요즘이야 달걀말이를 위한 프라이팬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게 없었을 때는 잘 말려지지 않아 모양이 헝클어지기 쉬었다.

더구나 간을 맞추는데 쓰는 소금도 작게 넣으면 싱겁고 그렇다고 많이 넣으면 짜고, 또 소금이 뭉쳐버려 어떤 부분만 아주 짜게 돼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참 쉬워보이는 이 요리는 웬만큼 만들어보지 않고서는 힘들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년에 만들어져 국내에는 2004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소녀 조제와 잘 생긴 건강한 청년 츠네오 이야기다.

마작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 분)는 밤마다 낡은 유모차를 끌고 돌아다니는 어떤 할머니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느 날 새벽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오던 츠네오는 언덕길을 내려와 길가 가드레일에 부딪치는 유모차를 본다.

들은 말도 있어 호기심에 유모차를 보는데 유모차 안에 큰돈이나 마약이 들어 있을 거라는 마작집 손님들 말과 달리 잔뜩 겁먹은 얼굴로 식칼을 움켜진 소녀(이케와키 치즈루 분)가 있었다. 할머니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손녀를 유모차로 산책시켰던 것이다. 할머니를 대신해 집까지 유모차를 밀어주던 츠네오는 그 집에서 아침밥을 대접받게 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달걀말이를 만드는 조제.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달걀말이를 만드는 조제. ⓒ 스폰지


소녀 원래 이름은 쿠미코지만 프랑소와즈 사강이 쓴 소설 주인공인 ‘조제’라 불리길 원한다. 조제는 음식을 만든다. 츠네오는 선입관 때문인지 왠지 꺼림칙했지만 거절하기도 뭐해 그냥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음식에 대고 냄새를 맡으면 큰 실례다. 물론 이런 행동은 음식 냄새가 좋아서 한 것과는 다르다.

츠네오도 처음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국 냄새를 맡고는 슬쩍 맛을 본다. 그런데 의외로 맛있다. 그 다음부터 얼굴에 화색이 돌며 반찬을 하나씩 집어먹는다.

영화 속 조제가 만드는 달걀말이는 달랑 달걀과 소금만 들어간 듯하다. 보기엔 허전해 보이지만 이 달걀말이를 맛본 츠네오가 얼굴에 가득 미소를  띠는 걸 봐서는 조제가 만든 달걀말이는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달걀말이가 맛있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츠네오.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달걀말이가 맛있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츠네오. ⓒ 스폰지


방 안에 있는 시간이 많은 골방소녀 조제에게 행복은 주워온 책들을 읽는 것이다. 조제가 좋아하는 소설, 그 후속편을 읽고 싶어 하지만 도통 구할 수가 없었다. 츠네오는 조제를 위해 절판된 책을 구해주고 할머니를 대신해 유모차 드라이브도 한다. 츠네오에겐 예쁜 여자 친구도 있지만 웬일인지 조제에게 끌린다. 거기에는 조제 음식솜씨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조제는 츠네오와 호랑이를 보면서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조제에게 호랑이란 곧 두려움, 어쩌면 사람들 시선과 세상일지도 모른다. 늘 조제를 숨기려고만 했던 할머니는 죽고 없지만 그 곁에는 츠네오가 있다.

둘은 덤덤하게 만난 것처럼 헤어지는 것도 덤덤하다. 조제에게는 이제 자기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사람이 없다. 그러나 조제는 츠네오로 인해 골방도 깨끗하게 고치게 되고 누군가 유모차를 밀어줘야만 나갈 수 있었던 거와 달리 전동휠체어를 타고 스스로 움직인다. 조제는 이제 호랑이, 즉 세상을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다.

달걀말이 영화를 보고 먹어서인지 더 맛있었다.

▲ 달걀말이 영화를 보고 먹어서인지 더 맛있었다. ⓒ 위창남


이 영화를 보고 조제가 만든 달걀말이를 먹고 싶어졌다. 달걀말이를 만들어 밥을 먹으니 영화 감동이 더해서인지 술술 잘 넘어간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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