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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KBS 1TV <시사기획 쌈>의 스포츠계 성폭력 사실 보도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여성단체들에게는 더욱 충격인 듯했다.

지난해 4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이 성추행 파문으로 자진 사퇴한 일이 그것. 이 문제로 인해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가 한동안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국여성민우회(이하 여성민우회)는 이 사건 때부터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단체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동 여성민우회 사무실에서 신기루 활동가를 만나봤다.

"지나치게 폐쇄적인 구조가 문제다"

여성민우회는 스포츠계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사회적인 큰 틀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성폭력, 성차별은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데 스포츠계의 특수성과 결합해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야기됐다는 입장이다.

신기루 활동가는 "여성 운동선수들이 고스란히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이 밝혀졌다"며 "여성 스포츠계가 지나치게 폐쇄적이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이유로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지도자 임용 규정, 선수 선발 등을 들었다.

"지도자들이 연봉 협상, 선수 선발권을 모두 독점한 상태에서 어떻게 선수들이 대응을 할 수 있겠냐"면서 "선수들의 권리 침해도 문제지만 성폭력이라는 수단으로 자기 권력을 확인하고 심지어는 그것이 지도자의 능력으로 통용되는 게 현실이 더 큰 문제다. 또 임용 절차가 투명하지 않으니 사건 터질 때마다 대응이 어려운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덧붙여 선수들이 성폭력을 당해도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여성 스포츠는 지원 자체가 적은 편이다. 그래서 선수들도 더욱 이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기 어렵다. 만약 성폭력 문제로 일이라도 터져봐라. 선수단에 당장 지원 끊긴다. 또 선수 자신이 뛸 수 있는 입지, 팀 내 운신의 폭도 좁아진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동료 선수들끼리도 눈치를 본다고 들었다. 회사가 구단을 책임지는 입장이면 기본적으로 성폭력 예방, 징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우리은행 사건 이후 변화를 불러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여성민우회는 지난해 6월 27일 '스포츠 하는 여성을 위협하는 폭력과 차별, 이에 맞서는 아주 상식적인 대안들'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했다.

하지만 이 모든 움직임도 스포츠계의 폐쇄적 구조로 인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신 활동가는 성폭력 해결책에 대해 "지도자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스포츠, 여성 지도자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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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1일. 한 여성 스포츠 지도자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를 찾았다. '우리은행 감독 공모에서 자신이 탈락한 것은 성차별'이라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국가대표 스타 농구선수 출신 박찬숙(49)씨였다.

사건의 발단은 우리은행이 박명수 감독의 해임 이후 후임 감독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이에 감독 후보는 6명으로 압축됐고 한 남성이 최종 채용됐다. 6명 안에는 박씨도 있었다. 바로 이 과정이 성차별 소지가 있다는 게 진정서 내용이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심지어 여성단체 관련자들까지도 쉽게 단언하지 못하고 있다. 박봉정숙 여성민우회 사무처장은 지난해 6월 토론회에서 "남성이 최종 선임되었다고 해서 꼭 성차별이라고 볼 수는 없다. 능력이 된다면 남성이 채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프로농구에 여성 감독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이 과연 우연에 불과할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신기루 활동가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지도자가 여성이라고 해서 권위적인 훈련 문화가 반드시 없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스포츠계에서 남성 지도자들이 90%에 다다를 정도로 여성 지도자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고용 불평등과 성차별과도 연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여성 지도자들이 조금씩 설 자리가 늘어난다면 성폭력 문제는 보다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여성민우회는 '인식 전환'도 스포츠계 성폭력 추방 성패를 가름할 중요한 요인으로 꼽고 있었다. 이렇게 스포츠계에 성폭력이 늘어난 것이 사회 분위기와는 전혀 무관한 폐쇄적인 구조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신 활동가는 "성폭력 가해자에게 옹호적인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 여성민우회는 성폭력, 성문화 바꾸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며 "지난해 여자농구 선수 성폭력, 박찬숙씨 감독 탈락 문제를 제기하는데 신경썼다면 올해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입하고 서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시민들의 인식 전환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향후 여성민우회는 인권위의 지원 단체로써 토론에 참여하고 부설 성폭력 상담소 등을 운영해 성폭력 근절에 노력할 방침이다. 그리고 직장 내 성희롱을 포함해 업종별로 예방책을 강구하고 특히 스포츠의 경우 더욱 치밀하게 예방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신 활동가는 "전부터 이 문제로 선수들과 접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상담실도 운영하고 최대한 익명을 보장한 상태에서 그들의 편에 서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선수들이 접근해 주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뒤 "사회가 만든 문제점인 만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토론회를 통해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덧붙이는 글 스포츠 관련 제보나 인터뷰 신청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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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berealist@nate.com
한국여성민우회 신기루 박찬숙 국가인권위원회 박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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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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