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액션게임 <히트맨> <히트맨>은 현재 4편 '블러드 머니'까지 공개됐습니다.

▲ 암살액션게임 <히트맨> <히트맨>은 현재 4편 '블러드 머니'까지 공개됐습니다. ⓒ 사이버프론트코리아(CFK)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 치고 <히트맨> 모르시는 분들 드물 것입니다.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머리카락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밀어버린, 유난히 눈에 띄는 '빨간 넥타이'가 두드러지는 '코드네임 47'도 이례적인 주인공입니다.

<둠>과 <히트맨>, 1인칭 액션 게임이라는 공통점, 그리고 '치트키'를 사용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는 난이도라는 공통점은 있습니다만 차이점이 더 많죠. <둠>은 주인공에게 일종의 '피의 학살'을 요구하지만, <히트맨>은 여러가지 돌발 변수도 많습니다.

'암살 게임'이기에 주인공으로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신분을 위장해야 할 필요도 있고, 그러면서 누군가를 기절시키거나 죽여야 하는 '나쁜 짓'도 해야만 합니다. 물론 이 역시 누구의 눈에도 띄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코드네임 47'이 머리카락을 단 한 톨도 남겨놓지 않고 밀어버린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혹시 모를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죠. 애초에 그는 '복제인간'이었습니다. '암살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살아오면서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자신을 만든 '박사'와 '클론들'을 모두 죽입니다. <히트맨> 시리즈 1탄에서 잘 드러난 시나리오죠.

주인공의 이미지가 이렇게 '쿨'하기에 유저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구석이 많습니다. 게임 분위기 자체도 대단히 어둡거나, 할리우드의 잘 만들어진 총격 액션 영화처럼 절제된 면도 있습니다. 4편에 걸쳐, 그래픽이나 스토리도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흥미를 더 해가기도 합니다.

영화판 <히트맨>, 11월 22일 개봉

영화판 <히트맨> 스틸컷 '코드네임 47'은 티모시 올리펀트가 맡았습니다.

▲ 영화판 <히트맨> 스틸컷 '코드네임 47'은 티모시 올리펀트가 맡았습니다. ⓒ 20세기폭스코리아


<둠>이나 <툼 레이더> 등도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히트맨>처럼 영화적 요소를 다양하게 담고 있는 작품이 영화화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300>을 제작했던 레전더리 픽처스(Legendary Pictures)가 블리자드 사 <디아블로>의 영화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21세기에는 이렇듯, 게임·만화·영화·드라마 등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로서 돈벌기를 꿈꾸는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을 듯합니다. 다만 <둠>에서도 그렇듯이, 영화화를 시도할 때 '압축'의 문제, 이야기 구조의 문제 등이 약점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습니다.

영화판 <히트맨>에서는 <다이하드 4.0>에서 천재적인 냉혈한 테러리스트로 등장했던 적이 있는 티모시 울리펀트가 머리를 빡빡 밀고 등장할 예정입니다. 포스터 상에서 엿볼 수 있는 예의 민머리와 빨간색 넥타이, 제법 잘 어울립니다.

이렇듯 거의 완벽할 정도로 구현된 '코드네임 47'의 이미지,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닙니다. 게임에서의 액션은 대단히 박진감 넘치면서도 사실적이었고, 음악이나 배경에서 비롯되는 음산한 분위기 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둠>은 게임에서의 그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재현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엉성한 작품이 됐다는 것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왜 하필 '로맨스'일까

<히트맨> 스틸컷 그런데 뜬금없이 웬 '로맨스'?

▲ <히트맨> 스틸컷 그런데 뜬금없이 웬 '로맨스'? ⓒ 20세기폭스코리아


하지만, 공개된 줄거리를 보니 환영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이전트 47'은 킬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프로페셔널한 킬러. 하지만 정치적인 음모에 의해 배신을 당하고 이내 다른 킬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에 자신을 음모에 빠뜨린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되고, 한 여자를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감정 때문에 혼란을 겪게 된다."

이런 작품에 있어 '로맨스'는 독약입니다. 사실 '로맨스 병'이 우리나라 드라마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흥행'하려면 이런 사랑 이야기가 억지스럽든 어떻든 꼭 들어가야만 한다는 강박이 영화 제작자들에게는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좀 잘 맞는 부분에 해야죠. 물론 마이클 베이의 <아일랜드>에서도 '복제인간'의 사랑이 간접적으로 묘사된 적은 있습니다만, 이 작품은 그런 류의 이야기. 그리고 <히트맨>을 원할 관객들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암살 전문 킬러가 사랑을 하려면 '코드네임 47'이 아니라 <첩혈쌍웅>의 주윤발이어야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인물의 성향이 180도 다르잖아요. 일에 철저하려고 자신의 머리카락조차 밀어버린 복제인간이 뜬금없이 '예기치 못한 감정'이라….

물론, '복제인간'이라는 설정을 무시하면서 전형적인 영웅 로맨스극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면 영화판 <히트맨>은 더이상 <히트맨>이 아닙니다. <히트맨>은 시작부터 주인공의 정체성에 대한 시나리오부터 시작할 정도로 '복제인간'이라는 정체성을 중시하고 있으며, 유저들도 여기에 매력을 느낀 면이 많습니다. 이대로라면 일부 누리꾼들 표현대로 "원작 말아먹기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영해야 할 것만 반영하자

공개된 예고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단 화끈한 작품일 것 같기는 합니다. 다만, 요즘 들어 누리꾼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도는 이야기가 있죠. "예고편빨에 속지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강조하지만, 저 줄거리대로라면 '경계'를 늦춰서는 안될 듯합니다.

그 장대한 시나리오를 다 옮기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시나리오의 '개연성'만큼은 제대로 반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 각국의 풍경들, 그게 잘 묘사돼야죠. <007 시리즈>가 사랑받았던 그 많은 이유들 중 하나는 마치 관광을 떠나는 것 같은 '제임스 본드'의 여정이었습니다.

홍보문구대로라면 영화판 <히트맨>은 소피아·남아프리카·이스탄불 등 세계 각지를 보여줄 생각인 것 같기는 합니다. 구색은 갖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패한 영화들 중에는 별로 맞지도 않는 상황임에도 억지스럽게 '로맨스'를 도입시키려던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게임 소재 영화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억지는 안부렸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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