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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대학생 기자상 결선 참가자들은 지정기사와 자유기사 각 1편 이상을 출품해야 합니다. 지정기사 공통주제는 '빛나는 조연'입니다. <편집자주>
▲ 지체장애인 도우미견 건강이.
ⓒ 노세희
TV 광고와 드라마 '내 사랑 토람이'를 통해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시각장애인 안내견.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토람이 같은 시각장애인 안내견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도우미견이 양성돼 있다. 필자가 만나본 '건강이'는 지체장애인 김연숙(51)씨의 보디가드 역할을 하는 도우미견이다.

지체장애인 도우미견? 아직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이름이 생소하지만, 도우미견들의 활약상을 들으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지체장애인 도우미견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사소한 심부름부터 휠체어 끌기까지 척척 해내며 장애인의 '제2의 손발' 노릇을 하고 있다.

이름만큼 씩씩한 건강이

경기도 광명에 있는 김씨 집에 들어서자, 건강이(3살, 코카스파니엘)가 필자를 반겼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건강이는 짖지 않고 오히려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건강이가 김연숙씨와 함께 생활한지도 2년 반이 다 돼 간다.

뇌성마비 1급인 김씨는 전동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며, 언어장애도 있다. 2005년 9월 김씨는 복지관의 소개로 장애인 도우미견을 알게 됐고, 건강이도 소개받았다. 하지만 요즘 강아지 키우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돈은 돈대로 들고 챙겨줄 것도 많은데다 책임감 있게 키울 자신도 없어서 김씨는 처음에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도 강아지를 한 번 보기나 하라는 복지관 측의 설득과 강아지를 좋아하는 자녀들 때문에 건강이를 데려오게 됐다.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 지어준 이름답게, 건강이는 지금까지 탈없이 지내고 있다.

건강이는 본래 성격이 활발한 코카스파니엘 종이지만, 말썽부리는 일도 전혀 없고 조용하게 지내서 참 편하다고 한다. 다른 집 강아지들이 소란피우고 집을 난장판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김씨는 건강이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했다.

▲ 리모컨을 가져다주는 건강이.
ⓒ 노세희
듬직한 심부름꾼, 건강이

인터뷰를 위해 김씨가 TV를 끄려고 건강이를 불렀다. "건강아~ 리모컨" 하자마자 건강이는 리모컨을 김씨에게 가져왔다. 인터뷰 도중 전화벨이 울렸을 때도 건강이는 멀리 있던 전화기를 김씨 앞에 가져다줬다.

이런 건강이를 필자가 신기해하자, 김씨는 자식자랑이라도 하듯이 "다른 것도 할 줄 아는 게 있어요" 하면서 건강이의 장기를 보여줬다. 휴지통 같은 물건들도 척척 가져왔다. 건강이뿐 아니라 신체장애인 도우미견은 몸을 움직이기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김씨와 건강이는 바깥나들이를 좋아한다. 물론 외출할 때도 건강이와 김씨는 항상 함께한다. 은행이나 시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도, 건강이는 꼭 김씨 옆에 붙어 있으며 김씨 뒤만 졸졸 쫒아 다닌다고 한다. 김씨는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울 때도 마치 보디가드 인양 옆에서 지키고 서 있는 건강이가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한 번은 건강이를 집에 두고 외출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막내는 어디 두고 왔느냐'고 하더라고요. 사람들도 건강이를 제 자식처럼 생각해요."

▲ 애교 부리는 건강이.
ⓒ 노세희
김씨 가족은 이제 건강이를 단순한 안내견이 아니라 한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씨는 "제가 혼자 있을 때면 건강이가 얼마나 애교를 많이 부리는지 몰라요"라며 건강이가 귀여운 막내딸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두 자녀들은 모두 중·고생으로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녀들도 건강이 덕분에 걱정을 많이 덜게 됐다고 한다. 학교에 가있는 자신들을 대신해서 김씨를 지켜주고 말동무가 돼 주는 건강이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는 것.

김씨는 "건강이가 우리 집에서 오래 살다보니 자기가 사람인줄 안다"고 했다. 잠도 꼭 김씨와 김씨의 딸 사이에서 코까지 골면서 자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된장과 김치도 좋아한다고 한다. 김씨는 "그저 강아지인줄 알았더니 우리 가족이랑 똑같아요"라며 웃었다.

▲ 마음의 친구로 지내는 김연숙씨와 건강이.
ⓒ 노세희
안내견을 넘어선 마음의 친구

김씨는 건강이가 사소한 심부름을 해줘서 고마운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지체장애인들은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그와 달리 김씨는 건강이 덕분에 외출도 자주 하고 집에 있어도 외롭지 않다고 한다. 또한 건강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마음을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됐다고 한다.

김씨는 "언제나 건강이가 곁을 지켜주니 걱정이 없어요, 집에 있을 때도 그렇고 밖에서도 저를 지켜주는 건 건강이죠"라며 "체구는 작지만 건강이는 제게 없어서는 안 되는 큰 존재로 자리잡았어요"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건강이는 김씨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또한 김씨의 즐거움을 위해 갖가지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건강이와 김씨는 동물과 사람의 관계를 넘어, 김씨 말대로 친구 같아 보였다.

김씨는 많은 신체장애인 가정에서 도우미견을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아지 키우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도우미견을 키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 김씨는 "밖에 나가면 다른 장애인들이 '그거 귀찮게 왜 키우냐'고 해요, 하지만 안 키워본 사람은 몰라요, 얼마나 예쁜데요"라며 아쉬워했다.

김씨는 지체장애인에게 도우미견이 좋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무료함도 줄어들고 정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는 말이다.

김씨는 건강이에게 주던 사랑을 최근 다른 동물들에게도 나눠주고 있다. 김씨 자녀들이 동물을 워낙 좋아해서, 버려진 새끼 고양이가 있으면 집에 데려오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김씨가 잘 돌봐서 주변에 나눠준다고 한다. 건강이 덕분에 김씨는 다른 외로운 동물들에게도 사랑을 전해주고 있는 셈이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어떤 복지기관의 광고문구가 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 도우미견은 장애인과 우정을 나누는 따뜻한 친구이자 동반자다. "동물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아요. 건강이에겐 내가 지체장애인이란 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죠. 그저 내가 주는 사랑으로 날 좋아해주는 거니까요."

도우미견의 종류

시각장애인 도우미견 :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한다. 보행 중에 장애물을 피해가도록 미리 알려 위험을 막아주며, 목적지까지 주인을 안전하게 안내한다. 맹인안내견이라고도 했으나, 일본식 표현이기에 지금은 시각장애인 도우미견이라 한다.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 청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일상의 여러 가지 소리 중에 주인이 필요로 하는 초인종, 팩스, 자명종, 아기울음, 압력밥솥, 물주전자, 화재경보 등 소리를 듣고 주인에게 알려주며 주인을 소리의 근원지까지 안내한다. 보청견이라는 용어보다는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지체장애인 도우미견 : 지체장애인의 휠체어를 끌어주고 신문이나 리모컨 등 원하는 물건을 가져온다. 전깃불을 켜주기도 하고 출입문을 열고 닫으며 여러 가지 심부름을 한다.

치료 도우미견 : 정신지체, 발달장애, 우울증 등 정신지체 장애인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고,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화 능력을 향상시키며, 심신회복의 동기를 부여해 재활과 치료의 자극이 되도록 한다.

노인 도우미견 : 고령화 사회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시중을 들어주고 심부름을 하며 외로운 노인들의 동반자로 지낸다.

출처 :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태그:#시각장애인안내견, #도우미견, #건강이, #지체장애인, #안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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