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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녹색정의당에 입당한 이유와 윤석열 정부가 RE100을 외면하고 CF100을 고집하는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녹색정의당에 입당한 이유와 윤석열 정부가 RE100을 외면하고 CF100을 고집하는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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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의 대세는 'RE100(재생에너지 100%)'이지, 'CF100(무탄소 에너지 100%)'이 아니란 말이에요. 작년에 전세계에서 원자력 발전을 새로 지은 게 총 5기가와트 정도 됩니다. 근데 태양광은 무려 400기가와트, 풍력은 120기가와트가 새로 지어졌어요. 신규 태양광·풍력을 합치면 500기가와트가 넘는다고요. 시장 크기로만 봐도 이젠 100대 1이에요. 이런데도 우린 아직도 원전을 늘리고 CF100으로 간다? 진짜 미친 짓이죠."

윤석열 정부가 'RE100' 대신 추진하고 있는 'CF100'과 원전 정책에 대한 조천호(63)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의 평가다.

지난 대선부터 국내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떠오른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전체 전력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다는 개념으로, 서구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이행요구가 늘고 있다. 반면 CF100(Carbon Free 100%)은 전체 전력을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로 만든다는 건데, RE100과 달리 원전을 허용한다.

윤석열 정부의 선택은 CF100과 원전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에서도 RE100이 아닌 CF연합을 제안했고, 문재인 정부 때 중단된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3·4호기 건설을 재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지난달 27일 "RE100을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떤가. RE100은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렵다. 우리는 탄소를 낮추는 것을 중심으로 가겠다"면서 CF100에 힘을 실었다.

30년간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일한 대기과학자로 지난달 녹색정의당에 1호로 영입된 조 전 원장은 "선진국 중 어느 나라가 CF100을 말하나"라며 "윤 정부가 원전 카르텔에 의해 완전히 포위됐다"고 했다. 그는 "현재 서구 등 전세계가 서둘러 RE100으로 전환하는 건, 원전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더 싸고 경제적이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기초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그나마 이만큼 살게 된 것도 지금껏 세계 주류 시장의 흐름을 필사적으로 따라간 덕인데, 윤 정부는 여기서마저 이탈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전 원장을 지난 8일 국회에서 만났다.

"세계 흐름은 분명 RE100...윤석열 정부, 원전 카르텔에 포섭" 
 
▲ 30년 대기과학자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녹색정의당' 들어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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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CF연합을 제안하는 등, 정부가 RE100 대신 CF100을 추진하고 있다.

"정말 이상하다. CF100은 세계 흐름이 아니다. 국내 기업들조차 관심이 없다. 오죽하면 작년 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국내 기업 82%가 'CF100 캠페인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했겠나. 세계 흐름은 분명 RE100이다. 정부가 전세계를 움직여 RE100이 아니라 CF100을 국제 표준으로 삼게 하겠다는 걸까.

한창 CF100을 외치던 윤 대통령이 석 달 전 세계 1위 반도체 장비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에 방문한 장면도 아주 엉뚱했다. ASML은 2040년까지 RE100이 안 되는 회사엔 장비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해 주목받은 회사다. 정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후위기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우리 먹거리부터 위협 받을 거다."

- RE100이 먹거리 문제인가.

"당장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월마트, 이케아, BMW 같은 거대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납품하는 기업들에게 2030년까지 RE100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나. 한국이 식량·자원·에너지를 영토 안에서 충당할 수 있는 나라도 아니고 우리 기업들도 다 수출로 먹고 사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그런데도 RE100을 안 하겠다는 건 갑자기 세계 주류 시장 흐름에서 벗어나겠다는 얘기다. 시간은 임박해 오는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6월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생산현장(원자력공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6월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생산현장(원자력공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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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RE100을 외면하고 CF100을 고집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정부가 원전 카르텔에 완전히 포획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적 소수의 이익을 위해 한국사회 전체가 왜곡되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전세계에서 새로 지은 원전이 5기가와트였다. 이 수치를 놓고 국내 원전 카르텔은 언론 등 스피커를 활용해 마치 전세계에 원전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홍보를 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내 전세계에 새로 지어진 태양광·풍력 발전이 500기가와트가 넘는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시장 규모가 무려 100대 1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히 100배 규모의 태양광·풍력의 재생에너지 시장으로 가야 하지 않나.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등 원전을 오히려 늘린다. 원전 카르텔에 포섭됐다는 것 외엔 도무지 설명이 안 된다."

- 원전 카르텔이라면 대형 건설사들을 말하는 건가. 지난해 말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3조 1000억원의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따냈다.

"건설 자본뿐만 아니라 학계나 공단 등이 모두 엮여있다고 본다. 만일 원자력 발전이 정말 그렇게 경제적이고 남는 장사라면, 왜 기업들이 자체 사업을 벌이지 않고 국가가 발주하기만을 기다리겠나? 아무리 발전사업이 국가기간산업이라 해도, 원전을 못 짓게 하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원전이 좋다는 여론을 만들어 국가가 공사를 발주하도록 만들고, 기업들은 시공 수주만 받아 돈을 벌어간다. 결국 원전 카르텔의 배만 불리다가 나라 전체가 세계 시장에서 낙오되고 있다. 

작년 <네이처> 논문을 보면, 이미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새로 발전소를 지으면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가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딱 세 나라만 아직도 원전이 제일 싼데, 그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한국이다. 어느새 우리가 이렇게나 세계 주류에서 뒤쳐져 있다."

-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볼 때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전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냐는 반론도 있다.

"궁극적으로 기후위기는 탄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라는 것도 물질로 돼있고, 유한하다. 그러나 인류가 현재 만들어놓은 문명은, 지구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와 자원을 채굴해서 빼 쓴 뒤 쓰레기만 계속 쌓아두는 방식이다. 순환이 전혀 안 된다는 게 위기의 본질이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핵연료봉은 계속 들어가야 하고 핵폐기물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초기 시설 투자비용 외엔 들어가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냥 자연의 햇빛과 바람만 있으면 된다. 순환이 된다. 평균적으로 시설비 뽑아내는 데 10년 미만 걸린다. 이미 독일은 203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3년 전에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설립자 한스 요아힘 쉘른후버 포츠담대학교 석좌교수와 대담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독일이 왜 그렇게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려 하는 건지 물었다. 당시만 해도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당위적 답변이 나올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국가의 전략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순환이 가능한 재생에너지 시장이 열릴 게 뻔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산업에 투자한다는 얘기였다. 깜짝 놀랐다.

실제 재생에너지 가격이 매해 10%씩 뚝뚝 떨어질 정도로 기술은 발전하고 있다. 독일의 아이들은 금세기 중반이 되면 태양광과 풍력이라는, 공짜의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산업을 설계해갈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여전히 석탄발전소와 원전을 짓겠다는 윤석열 정부 식으로 가다간 미세먼지와 핵폐기물의 비용만 짊어지게 된다. 원전 기술이 우리보다 뛰어난 유럽 국가들이 무슨 인류애가 넘쳐서 재생에너지를 키우는 게 아니다. 철저한 이익 계산이 깔려있다. 우린 벌써 많이 늦었다."

"탄소세 거둬 기본소득 나누고, 지역에서 만든 재생에너지는 지역에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기후 회복과 기후 정의를 위한 탄소세 도입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기후 회복과 기후 정의를 위한 탄소세 도입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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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쓰는 등 기후위기를 대중에 알려온 대기과학자다. 지난달 5일 녹색정의당에 영입 1호로 입당한 이유는.

"다급해서다. 나는 20년간 매일 아침 기후변화 자료를 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20년 동안 기후 데이터는 단 한 번도 완화된 적이 없다. 우리 세대가 이걸 막을 마지막 세대라고 보고 있다. 책임감 같은 게 있다. 기후는 정의의 문제기도 하다. 예컨대 전세계 소득 수준 10%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전체 온실가스의 절반을 배출한다. 전세계 8억명이 굶어 죽어가는데 전체 식량의 3분의 1이 그냥 버려진다. 우리나라만 좁혀봐도 그렇다. 우리 세대가 원전을 더 쓰면 다음 세대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작대기라도 하나 들자 싶었다."

- 준비하고 있는 기후 공약이 있나.

"두 가지다. 먼저 탄소세와 기본소득 배당이다. 탄소를 배출하면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거기 때문에 세금을 매기고, 이렇게 거둔 재원을 기본소득으로 배당하자. 실제 스위스, 오스트리아, 캐나다, 스웨덴 등에서 탄소세를 하고 있다. 우린 탄소세가 처음이니까 가장 기본적인 난방부터 조금씩 부과하자. 집이 큰 사람들은 난방을 많이 때기 때문에 탄소세도 많이 낼 수밖에 없을 텐데, 이를 기본소득으로 나누면 난방을 적게 하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분배 효과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 '복지'가 아니다. 타구성원에 의해 탄소를 많이 떠안게 된 데 대한 '피해 보상'이다. 전 국민에게 1년에 10만원 정도라도 조금씩 시작하자. 한국은 기득권이 강고해 처음부터 너무 크게 했다간 생각지도 못한 반격을 당할 수 있는 나라니까. 프랑스에서 운송업에 탄소세를 매겼다가 노동자들의 '노란조끼' 시위로 좌초됐던 것도 참고해야 한다.

두 번째로 각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를 만들고, 거기서 나는 이익은 그 지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자. 지금 우리는 지역에 온갖 석탄발전소와 원전을 지어 환경을 훼손해놓고 송전망을 통해 전력과 이익은 도시로 보내는, 대단히 불평등한 에너지 체제 하에 있다. 에너지부터 이렇게 중앙집권적이어서는 권력이 독점되지 않고 분산되는 게 중요한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공동체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각 지방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풀뿌리가 회복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실제 유럽의 도시들은 지방정부가 재생에너지 회사를 가진다. 기술도 이미 충분하다. 공공 건물의 벽, 유리창 모두 태양광 패널로 바꿀 수 있고, 공공 주차장·철도변·도로변·방음벽·저수지·호수·해상 등 공유지만 활용해도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게다가 태양광·풍력 설비는 기존 석탄발전소보다 2.8배의 인력이 더 필요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 비례대표 후보 순번 앞자리를 고사했다는 소리가 당 안에서 들리더라.

"60 넘은 놈이 무슨 앞장을 서나(웃음). 우리 당엔 허승규(35,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2번)라는 아주 젊고 유능한 친구가 있다. 보수 중의 보수 동네인 경북 안동에서 '녹색당' 간판을 달고 16.5%(2018년 지방선거 낙선), 18%(2022년 지방선거 낙선)나 득표를 해내는, 나로선 정말 상상도 못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런 젊고 훌륭한 사람들부터 국회에 집어넣고 봐야 우리 기후에도 미래가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제일 절박한 목표다."
 
녹색정의당 인재영입 1호로 입당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녹색정의당 인재영입 1호로 입당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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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천호, #녹색정의당, #윤석열정부, #RE100,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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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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