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야구 보러 가세요?"

야구에는 '직관의 맛'이 있다. 야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건 응원, 선수마다 정해진 개별 응원가에 팀의 득점 상황에 따라 다른 응원가까지. 2022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 기대 대비 만족도 1순위가 '현장 생동감 및 분위기'인 이유다.

현장감의 주역은 응원을 도맡는 치어리더는 1975년 실업 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창단한 '롯데 엔젤스'를 시작으로 1990년대부터 응원단상에 올랐다. 노래에 맞춰 열심히 춤추는 치어리더의 모습에 경기장 분위기가 뜨거워진다.

그러나 그들의 짧은 의상과 선정적인 안무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치어리더의 응원에 이제 '성 상품화' 이슈가 사라질 수는 없을까?
 
 2022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치어리더와 야구팬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자료사진).

2022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치어리더와 야구팬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끊임없는 치어리더의 '의상' 논란

치어리더는 주로 구단 로고가 박힌 의상이나 구단 유니폼을 개조한 의상을 착용한다. 끊임없이 무대에서 움직이는 직업적 특성과 달리, 의상은 대부분 짧은 바지나 치마, 몸에 달라붙는 재질이 일반적이다. 혹은 가터벨트처럼 선정적인 아이템을 착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기아 타이거즈 구단에서는 치어리더가 아이돌 의상이 연상되는 복장으로 무대에 올라 팀 정체성과 무관한 선정적인 의상이란 비판을 받았다.

기아 타이거즈 홍보팀은 "한 경기 내에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여러 의상을 교체하여 입는다"고 밝히며 "유독 그 의상만 돋보였을 뿐, 유니폼을 활용한 다양한 의상을 입고 있으며 다른 구단과 비슷한 상황"이라 답하였다.
 
이에 한 여성 팬은 "응원이 주가 되는 직업인데 이와 벗어난 복장처럼 보여 당황스러웠다"고 밝히며 "같은 여성으로서 그들의 직업이 대상화되는 거 같아서 안타깝다"고 답하였다.
 
특히 치어리더의 의상은 함께 응원하는 단장과 대비된다. 주로 남성인 응원 단장은 스포츠 선수 의상과 비슷하게 긴 바지에 정식 유니폼을 착용한다. 똑같이 경기장에서 '응원'을 책임지는 직업이지만, 확연히 다른 의상 차이에 치어리더를 둘러싼 성 상품화 논란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짧은 의상으로 역동적인 안무를 추는 찰나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이들이 있다. 무대 아래에서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르며 치어리더의 특정 신체 부위만 확대하여 찍는 일부가 등장하였고 불법 촬영으로 입건된 사례까지 있다.

치어리더가 응원하는 모습을 찍은 직캠은 유튜브 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지만, 댓글에는 그의 몸매를 평가하거나 성희롱적 표현이 다수다. 특히 미성년자가 치어리더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그들을 향한 성희롱에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야구는 가족 스포츠,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다

경기장에 '패밀리석'이 있을 만큼 야구는 온 식구가 함께 즐기는 가족 스포츠다. 2022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4.9%는 가족과 함께 경기장에 방문한다고 답하였다. 실제로 어린이 팬을 구단명과 어린이를 합쳐 '엘린이(LG트윈스)', '쓱린이(SSG랜더스)' 등으로 부르는 등 어린이 팬에 대한 각별한 환대와 애정이 있다.

그렇기에 치어리더를 둘러싼 성 상품화 논란에 더욱 민감한 상황. 이에 한 팬은 "어린아이에게 치어리더의 모습이 선정적으로 느껴질까 염려스럽다"고 답하며 "특히 어린 여자아이와 동반할 때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밝혔다.
 
 기존의 성 상품화적 콘셉트에서 벗어나 색다른 무대를 선보인 SSG 랜더스가 큰 화제를 모았다.

기존의 성 상품화적 콘셉트에서 벗어나 색다른 무대를 선보인 SSG 랜더스가 큰 화제를 모았다. ⓒ 유튜브 채널 '으쓱채널'

 
한편, 최근 기존의 성 상품화적 콘셉트에서 벗어나 색다른 무대를 선보인 SSG 랜더스가 큰 화제를 모았다. 개량한복 차림으로 보이그룹 세븐틴의 '손오공'을 공연하였고 이에 '프로페셔널하다', '멋진 모습이라 계속 보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비록 한시적인 공연이었지만, 노출이나 성적인 안무 없이 구성된 무대인 만큼 팬들의 환호가 뜨거웠다.
 
코로나 이후 다시 돌아온 가족 단위 관람객과 최근 여성 팬이 새롭게 유입되는 만큼 야구장 내 관람객층이 다양해진 상황. 치어리더 무대 또한 변화한 야구장 풍경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를 선보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치어리더를 없애면 해결된다? 

계속되는 치어리더 성 상품화 논란에 '치어리더'라는 직업 자체를 없애면 해결되는 일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현장에서 치어리더로 일해온 박기량 씨는 "치어리더는 사람과 소통하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치어리더는 경기장에 관람하러 온 팬들의 응원을 통솔하며 구단 특색을 살린 응원가와 안무를 고안하는 엄연한 직업인인 것이다.

또한 치어리더에 대한 성희롱은 여성 엔터테인먼트 종사자에 대한 직업적 편견이 더해진 악습이기에 단순히 이를 없앤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접근은 되려 치어리더에 대한 직업적 존중을 저해할 수 있다.

우리는 스포츠계에 존재하는, '치어리더의 의상은 짧고 달라붙는다'는 불문율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왜 그들은 불편한 옷을 입고 역동적인 안무를 추는지, 남성 응원단장과 복장이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할 때다. 더는 여성의 존재를 성적으로 상품화하는 응원에 함께 열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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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리더` 성상품화 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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