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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Facebook)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가 2013년에 기부한 금액이 1조 원을 돌파했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그가 '올해의 기부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매우 충격적이다.

기부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에서는 주커버그뿐만 아니라 엄청난 금액의 기부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기부가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이에 반해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도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4년 국내 나눔 실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의 기부금은 12조49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87%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미국(2.0%)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난해 방한해 인문학 열풍을 몰고 왔던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다시금 생각난다. 도저히 정독하기 불가능(?)한 1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경제 서적은 프랑스 진보 경제학자인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다. 상위 1%가 배당소득의 72%를 가져가는 소득 격차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소득의 재분배에 관한 이론을 제시했다.

그가 주장하는 이론이 맞느냐 틀리느냐에 대한 논란은 제쳐두겠다. 이 문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불균형'이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공동의 관심사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불균형'의 해결 방안으로 공공 역할과 부담의 일부를 개인으로 대체하는 기부금 제도를 언급한다. 필자도 연말정산 기부금 내역에 자랑스럽게 세부내역을 적은 기억이 많지 않은 지금, 기부는 더 중요한 소재로 다가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5000명 중에 1명입니다."
"아시아에는 5명 중에 1명입니다."
"한국에서는 3명 중에 1명입니다."
"문화예술계에서 최초입니다."


2012년 CFRE가 처음 취득한 이후 3년만에 선정된 김홍남(50)씨는 "서양에서는 모금실적의 일정 퍼센티지를 기부와 연계해 모금을 주겠다는 계약관계를 허락하지 않는다"며 "단기적으로 성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프렌드십과 릴레이션십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2년 CFRE가 처음 취득한 이후 3년만에 선정된 김홍남(50)씨는 "서양에서는 모금실적의 일정 퍼센티지를 기부와 연계해 모금을 주겠다는 계약관계를 허락하지 않는다"며 "단기적으로 성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프렌드십과 릴레이션십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 김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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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인모금전문가(아래 CFRE, Certified Fund Raising Executive). 이름부터 생소하다. 아마도 국제적인 전문가로, 모금 또는 기금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다소 낯설지만 국제공인인 CFRE는 전 세계적으로 5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아시아에는 총 5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2년 첫 번째 CFRE로 선정된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sia Philanthropy Awards) 디렉터인 김현수(40, 여)씨 이후 3년 만에 탄생한 것. 더욱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문화예술계 최초이기 때문이다.

CFRE는 지난 2012년 첫 취득 이후 많은 비영리기관 모금 담당자들이 자격 취득을 시도하고 있는 분야다. 기존에 이미 병원과 대학 등 모금과 발전기금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CFRE가 채용우대 조건일 정도로 비영리기관의 모금분야에서는 전문가 영역으로 통하고 있다. 기부와 모금이 새롭게 부각되는 요즘에 문화예술 최초로 비영리기관 모금 전문가로 선정된 서울문화재단 김홍남(50) 예술지원본부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아시아에 5명, 한국에는 3명에 불과하다. 먼저 축하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어떻게 해서 CFRE를 따게 됐나?
"처음에는 회사일로 바빠 별 관심이 없다가 미국의 CFRE로 활동을 하고 있는 비케이안(Bekay Ahn)씨를 통해서 알게 됐다. '모금'과 관련된 강의를 하니까 한번 들어보라고 해서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도 50세를 넘으면서 인생 2모작에 특별한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 50세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렵지 않았나?
"그렇다. 지금이야 합격을 했으니까 이렇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 같다. '문화예술계 최초'뿐만 아니라 '남성 최초' '최고령'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웃음). CFRE는 자격시험이라 800점 만점에 500점 이상이면 된다. 네 시간 동안 영어로 문제가 나오고, 모든 준비도 영어로 해야 한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영어가 장애요인이 되지는 않았다. 나 또한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두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이번에 떨어지면 포기하려 했는데….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아빠도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 꼭 CFRE를 따야 모금이 잘 되는 것인가? 미국이나 서양의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조금은 맞는 말이다. 모금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오히려 아이디어는 우리나라가 더 뛰어난 것 같다. 실제로 구호단체나 사회봉사 단체들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서양에서는 최대의 실적을 관리하는 '마케팅 전문가'와 실적위주의 모금이 아닌 학습을 통해서 다져지는 '펀드레이저(Fundraiser)'가 구분된다. 미국 모금의 역사는 19세기부터 시작됐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발전했으며, 우리는 이런 미국 시스템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기부, 보다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CFRE 김홍남씨.
 CFRE 김홍남씨.
ⓒ 김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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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모금과 서양 모금이 차이점은 무엇인가?
"서양에서는 모금 실적을 일정 퍼센트 기부와 연계해 모금을 주겠다는 계약 관계를 허락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인센티브를 줬는데, 그것이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것이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프렌드십(Friendship)'이나 '릴레이션십(Relationship)이어야 한다."

- 그런 의미에서 CFRE는 나름대로 공신력이나 신뢰가 있어 보인다.
"CFRE는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인데 지금은 영국, 호주, 아프라카에도 수많은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점차 기부문화가 중요해지고 비영리기관도 늘어나는 추세이며, 개인기부와 유산기부뿐만 아니라 기업기부까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서양에서는 돈도 많고 기부를 할 만한 정도로 사회적 지위가 오른 것에 대해서 CFRE가 찾아왔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이다. '미국에서 기부를 할 때, 구걸통을 치워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회를 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일종의 크레디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 미국이나 서양에서 진행하는 모금의 경향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미국의 기부문화는 보다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축제와 관련된 일을 할 때도 지역축제에 많이 참석해 자기 부스를 만들고 대면 접촉을 많이 한다. 길거리에서 사람을 붙잡고 모금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지속적이지도 않고 모금비용도 많으며, 실적도 그리 높지 않다."

- 문화예술계에서 최초의 CFRE로 선정됐다. 다른 분야에 비해서 문화예술계 환경이 열악하다고 얘기한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문화 예술은 기본적으로 '지원'을 통해서 운영된다.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 시장에서 예술이 없어지면 사회가 존속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문화예술은 시장에 놔두면 경쟁이 안 된다. 공공의 영역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

특히 유럽이 그런 전통이 강한 편이며, 미국은 기업이나 사적인 영역도 많은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예술을 국가에서 지원을 해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예술지원의 방식이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런 예술지원은 1년 단위로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들은 1년 단위의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결국에는 단기이벤트 또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되는 한계가 있다."

"기부에는 기본적으로 윤리가 중요하다"

CFRE 김홍남씨.
 CFRE 김홍남씨.
ⓒ 김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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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예술지원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단기보다는 장기로 가야 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렇게 하려면 지원을 받는 예술단체 수를 줄여야 한다. 이것은 쉽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원금은 한계에 도달했고 예술이 발전했냐는 의문도 든다. 이것 때문에 예술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것이 예술지원의 분명한 한계이기도 하다. 최근 기업과 문화예술이 접목하는 메세나 지원사업도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일례로 임인자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이 정부나 국고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아직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 기부나 모금을 잘 받는 특별한 노하우나 방법이 있는가?
"정부지원금뿐만 아니라 개인후원금도 전화해서 무턱대고 돈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장이나 기술 등으로 잠재적 기부자에게 접근해야 하는지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 교육도 일종의 투자다. 개별적인 접촉을 하다보면 의미와 감동은 더 크게 다가설 것이다. 예술은 이처럼 어떤 식으로든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기부문화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가.
"미국의 경우도 경기침체가 오면 기부도 영향을 받는다. 자기가 기부한 것으로 인해 생활이나 삶의 방식이 열악하게 바뀌면 안된다는 인식이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이런 분위기로 가기 위한 임계점(critical point)이라고 생각한다. 일정수준에 오르기까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시점이다."

- 특히 비영리기관의 모금 영역은 다른 분야와 달리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최근 경남기업의 비리를 뉴스에서 접한다고 해서 사람들은 한 기업의 비리로 인식하지 건설업의 전반적인 비리로 확대 해석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영리기관의 경우는 상당히 다르다. 비영리기관은 일반 기업처럼 돈을 벌겠다는 목적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이러한 비리에 대해서 사람들이 더욱 용납하기 어렵다."

-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인 비영리기관에서 비리가 발생을 했을 경우 국민들의 분노가 대단했다. 지금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비영리기관의 모금 전문가로서 후배들이나 관계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CFRE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윤리'가 중요하다. 모금 세계에서 보면 그레이존(gray zone)이 생기기 마련이다. 담배회사는 폐 질환자에게 돈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기본적으로 윤리에 대해서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이나 단체의 유혹으로 인해서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모금과 관련된 기관에서 생존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관심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본 게시글은 문화예술전문 시사 월간지 "문화+서울" 6월호 사람과사람 인터뷰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태그:#김홍남, #CFRE, #국제공인모금전문가, #비영리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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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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