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 시리즈를 비롯한 tvN 드라마는 종종 의미심장한 부제를 단다. 항상 그 부제는 매회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지난 4일부터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도 예외는 아니다. 1회 '예의바르게 이별하는 법'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18일 5회 '오직 너에게만 할 수 있는 말'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은 '오직 너'에게 집중해서 흘러갔다. 극 중 캐릭터가 모든 말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풀어냈다. 주장미(한그루 분)은 현재 공기태(연우진 분), 한여름(정진운 분), 이훈동(허정민 분)과 미묘한 감정선을 타고 있다.

바지에 똥 싼 여배우...손에 땀을 쥐게 해

 

 

<연애 말고 결혼>은 드라마틱하지만 현실에서 있을 법한 연애로 시청자들을 달콤하게 만들어 준다. SBS <상속자들>처럼 현실에서 보기 힘들 정도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극 중 인물들은 마치 진짜 현실처럼 허술함이 흘러 넘친다.

 

주장미는 극 중에서 시련과 고난을 겪지만 보통의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가녀린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니다. 그렇다고 혼자 울면서 이겨내는 들장미 소녀 캔디도 아니다. 주장미는 외로움과 싸우며 홀로 살아남으려 애쓰면서도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는 현실적인 20대 후반 여성이다.

 

이날 방송은 인물들의 사랑타령보다 '태풍상륙 20시간 전' '태풍상륙 2시간 전' 등으로 어떤 '폭풍'이 불어닥칠 것임을 예고하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말미에 그것이 '주장미가 태풍처럼 길에서 실례를 하는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것을 우습게 연출하지 않았다. 그 사건을 통해 인물들의 관계는 더욱 미묘해졌고 이 사건은 드라마에서 중요한 장치로 작용했다.

 

주장미가 배가 아파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배탈을 야기한 한여름의 음식을 집어삼킨 주장미의 마음은 어땠을까. 한여름을 좋아하면서도 공기태를 위해 어려운 공기태 어머니와의 술자리를 지키는 게 이해가 안되기도 했지만, 그 모습을 통해 주장미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런 일련의 사건들로 극 중 인물의 개성은 더욱 짙어져갔다.

 

그러면서도 주장미를 연기하는 여배우 한그루는 어떨까 궁금해졌다. 한없이 예쁜 연기를 하고 싶을 법도 한데 주장미는 '스토커'로 시작해 '길에서 똥 싼 여자'까지 됐으니 말이다. 여배우로서 이런 연기를 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텐데 너무도 현실적인 표정에 그 장면에서 손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마치 주장미가 된 듯...드라마와 연애하는 기분

 


극 중 주장미는 현실성이 흐르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주장미는 이훈동(허정민 분), 공기태(연우진 분), 한여름(정진운 분) 세 남자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드라마틱한 상황에 놓여있다. 마치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가 지극히 현실을 담으면서도 연하남에게 사랑받는 영애(김현숙 분)을 통해 대리만족 효과를 보여주듯 <연애 말고 결혼>도 그렇다.

 

좋아하는 남자가 준 음식이라면 달게 삼키고, 치명적인 비밀도 그 앞에서는 술술 털어내는 주장미. 드라마 속 그는 완벽한 여느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아니라 그저 사랑에 빠진 평범한 여자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왠지 내가 주장미가 된 것만 같다. 그래서 주장미가 사랑받으면 기쁘고 상처받으면 슬프다.

 

<연애 말고 결혼>은 매력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한다. '너도 이런 적 있지?' 하다가도 '너는 이런 연애 못할 걸? 이건 드라마야' 하면서 놀리듯 말이다. 현실 연애와 환상 속의 연애를 적절하게 배합해 '밀고 당기기'해 마치 드라마와 연애하는 듯한 기분이다.

 

앞으로 주장미는 덜 상처받고 진실한 사랑을 찾았으면 한다. 더이상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고 드라마속 여주인공답게 백마탄 왕자에게 사랑받는 모습도 보고싶다. 극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당분간 주장미가 되어 <연애 말고 결혼>을 계속 짝사랑 할 것 같다.

2014.07.19 10:25 ⓒ 2014 OhmyNews
연애 말고 결혼 한그루 연우진 한선화 정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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