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20세기 폭스

다트무어 동물원. 3만 평 정도 되는 규모의 땅에 250여 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 동물원은 다른 동물원에 비해 동물의 수나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시설도 좋은 편에 속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다트무어 동물원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물원이 되었다.

다트무어 동물원이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벤자민 미' 덕분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다트무어 동물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동물원 자체에도, '벤자민 미' 그에게도 특별한 사연이 있었고, 그 사연 덕분에 다트무어 동물원이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사연은 영화로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바로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다.

동물들과 함께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

모험심 강하고 열정적인 칼럼니스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벤자민 미(맷 데이먼).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는 두 아이와 함께 살 새로운 집을 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그 집는 폐장 직전의 동물원이 딸려있다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집에 살기 위해서는 그 동물원까지 소유해야 하는 것이다. 동물 자체를 잘 모르는 벤자민 미는 순간 고민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해 그 집을 구입하기로 한다.

엄마를 잃고 부쩍 반항적으로 변한 아들 딜런과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딸 로지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고, 벤자민 미 자신도 모험심을 다시금 불태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벤자민 미는 사육사 켈리(스칼렛 요한슨)와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쓰지만, 쉽지가 않다. 폐장 직전의 동물원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돈도 많이 들고, 동물들을 이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과연 동물원은 무사히 개장될 수 있을까?

함께 동물원을 만들어가는 듯한 기분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 20세기 폭스


영화 <우리는 동물원 샀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잔잔함 속에 깨알같은 재미가 녹아있는 드라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제목 자체가 가족 영화의 느낌이 강하게 들어 자칫 지루함을 우려할 수 있지만, 그 지루함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선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대부분 영화가 그렇겠지만, 실화가 주는 흥미로움이 있다. 특히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의 경우는 동물원 자체를 사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로, 초반부터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실화라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선사한다.

허구로 생각하기 쉬운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실화라는 사실을 알고 관람하면 묘한 짜릿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벤자민 미 가족이 동물원을 무사히 개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게 된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자극적인 요소 하나 없는 착한 영화이면서 아이들에게는 환상 그 자체일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에 순수한 영화다. 그리고 여기에 시시하지만 미소를 짓게끔 만드는 유머와 가슴 따뜻해지는 사연들이 어울어져 꽤 괜찮은 드라마로 완성되었다. 눈물과 웃음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한 곳에 잘 어울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벤자민 미 가족을 통해 보는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20세기 폭스


영화는 벤자민 미 가족이 폐장 직전의 동물원을 재개장 시키는 과정을 주된 줄거리로 삼지만, 사실 그 안에는 다양한 사연들이 존재한다. 영화는 동물원 개장이라는 큰 줄기의 줄거리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그 자잘한 사연들을 건드려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어느덧 그 동물원의 멤버가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우선 벤자민 미 가족에게는 여러 사연이 있다. 벤자민 미 자신은 아내를 잃고 일종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 모험가 기질이 다분한 그였지만, 아내를 잃은 뒤로는 두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졌고 아이들과 대화하는 방법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아들 딜런은 어머니를 잃고 부쩍 반항적으로 변하게 되고 아버지와 대화하는 데에 서툴러 항상 부딪친다. 영화는 이 부자(父子)의 화해 과정을 그려내기도 한다.

게다가 딜런은 동물원으로 이사오면서 첫사랑을 시작한다. 여자와 대화하는 방법에도 서툰 그는 동물원 직원 중 한 명인 릴리(엘르 패닝)를 짝사랑하지만 표현하기가 어렵다. 영화는 이렇게 십대의 어려운 첫사랑도 건드린다.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20세기 폭스


동물들도 여기에 한 몫을 한다. 동물들 자체는 벤자민 미 가족에게 화해의 매개체가 된다. 동물들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안락사라는 문제를 다루기도 하면서 생각할 여지를 주기도 한다.

영화가 마지막에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런 다양한 사연들을 관객들 모두 알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들이 원하던 바를 이루게 되었는지가 모두 이해가 되는 것이다.

벤자민 미 가족은 물론 켈리와 릴리를 포함한 다양한 성격을 지닌 동물원 직원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도왔기에 가능한 일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보여주면서 관객 스스로를 포함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을 동물원이라는 작은 공원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볼 수 있는 영화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20세기 폭스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따뜻하고도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볼 수 있는 영화다. 특히 설 연휴에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화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함께 보면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재미들이 있다는 것이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적당히 잔잔하면서도 중간에 과하지 않은, 살면서 있을 법한 유머들이 깔려 있다. 적당한 무게감에 이러한 재미들까지 겸비한 좋은 영화인 셈이다.

한 가지 관람 팁을 주자면 실제 벤자민 미 가족이 영화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 동물원에 입장하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 벤자민 미 가족이 있다고 하니 실제 벤자민 미의 얼굴을 확인하고 영화를 보면서 그를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겠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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