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대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 37회 야구 월드컵 8강전에서 미국에게 1-3으로 석패, 결국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16일 벌어진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선 장원준(롯데·4이닝 3실점)과 구원투수 배장호(롯데·4이닝 무실점)가 미국 타선을 3점으로 틀어막으며 선방을 했지만 타자들이 미국의 선발 투수 제프 카스텐스(뉴욕 양키스)를 공략하는 데 실패, 아쉬운 패배를 당해야 했다.

 

 야구월드컵이 한창이지만 국내에선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야구월드컵이 한창이지만 국내에선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 국제야구연맹

 

방송 중계도 없는 그들만의 월드컵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8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이뤄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수고했다고 박수를 보내주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야구 월드컵이 지금 열리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월드컵’이라는 거창한 대회 이름과는 다르게 국내에서는 방송 중계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월드컵’이었다.

 

12월 역시 대만에서 열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으로 인해 대표팀 구성에 욕심을 낼 수도 없었다. 24명의 엔트리 가운데 프로야구팀 소속선수는 14명으로 적지 않은 숫자였지만 유재웅(두산) 이승호(LG) 현재윤(삼성) 송산(KIA) 황두성·송신영·조용훈·유한준·황재균(이상 현대) 장원준·배장호·정보명·김주찬·이승화(이상 롯데) 등 선발된 선수의 면면에서 알 수 있듯이 스타급 선수는 둘째 치고 팀내에서 확실하게 주전을 꿰찬 선수도 드물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에이스‘역할을 하고 있는 장원준 역시 올 시즌 8승 12패 평균자책점 4.67이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대표팀의 인재난은 진야곱(성남고)과 정찬헌(광주일고)이 고교선수로는 18년만에 국가대표에 뽑혔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가 있다.

 

준비 과정 부터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월드컵 대표팀은 팬들의 관심이 베이징 올림픽 예선을 준비하는 올림픽 대표팀에게 집중적으로 쏠리고 있던 11월 4일, 월드컵이 열리는 대만 타이페이로 조용히 출국했다.

 

3연승 뒤 3연패... '경우의 수'에 빠지다

 

 눈부신 호투를 보여준 대표팀의 '에이스' 장원준

눈부신 호투를 보여준 대표팀의 '에이스' 장원준 ⓒ 국제야구연맹

세계최강 쿠바를 비롯해 캐나다, 호주, 네델란드, 베네수엘라, 태국, 독일과 함께 B조에 속한 우리나라가 8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4팀을 따돌려야만 했다지만 독일과 태국을 제외하고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없었다. 8강이 쉬운 목표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와는 다르게 대표팀은 캐나다와의 1차전에서 선발 장원준의 (6이닝 2피안타 무실점)호투로 5-0승리를 거뒀고 베네수엘라와의 2차전에서는 이승호(5이닝 4피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4-0 승리를 거두는 등 3차전 태국전(18-2승)까지 거침없는 3연승을 내달리며 8강 진출의 청신호를 밝혔다.

 

하지만 연승의 기쁨도 잠시, 세계 최강 쿠바에게 2-7패를 당한 데 이어 호주(1-2패)와 네델란드(1-5패)에게 잇따라 패하면서 3연승 뒤 3연패를 당하며 5위로 추락, 자력으로 8강 진출을 하는 데에는 실패를 하게 됐다.

 

남은 경기는 독일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 독일전은 무조건 승리를 한다는 전제 아래 캐나다가 호주에게 패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만일 캐나다가 호주에게 패배를 하면 캐나다와 한국은 4승 3패로 동률이 되지만 ‘승자승’ 원칙에 따라 한국이 조4위로 8강에 진출을 하게 된다. 축구 대표팀에게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경우의 수’에 야구 대표팀도 빠진 것이다.

 

어려운 상황 딛고 소중한 결실 맺은 대표팀에게 박수를

 

한국은 14일,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독일전에서 8-1 대승을 거두며 운명의 퍼즐 한 조각을 맞춰놓았다. 이제 이어서 열리는 캐나다와 호주전의 결과에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호주와 캐나다는 8회까지 4-4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피가 마르기는 패하면 탈락하는 캐나다나 경기를 지켜보는 우리 대표팀이나 마찬가지였다.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 국제야구연맹

 

9회초 호주가 3점을 뽑아내며 7-4 전세를 뒤집었지만 이어지는 9회말 마지막 반격에서 캐나다가 2점을 따라붙는 저력을 발휘하며 1사 만루의 천금 같은 기회를 만들어냈을 때만 해도 승리의 여신은 우리 대표팀을 외면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1사 만루 황금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캐나다의 테일러 그린이 병살타를 때려냈다. 6-5 호주의 극적인 승리로 경기가 끝난 것이다. 승리의 여신이 우리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는 순간이었다.

 

8강 진출!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비록, 16일 미국전에서 패배를 당하며 4강 진출에 실패하고 5~8위전으로 밀려났지만 대회 시작 전부터 선수 구성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대회 시작하고 나서도 철저하게 외면을 받는 등 파이팅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승부를 펼쳐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결실을 맺었다고 할 수 있다.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싸워준 태극전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외국 방송을 통해 우리 대표팀의 경기를 찾아보고 순위표를 앞에 두고 가슴을 졸이며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 팬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야구월드컵 인터넷중계-http://stadeo.tv/baseball_world_cup_2007/games/

2007.11.17 11:32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야구월드컵 인터넷중계-http://stadeo.tv/baseball_world_cup_2007/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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