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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미유 끌로델을 연기한 배해선(오른쪽)과 로댕역의 김명수.
ⓒ 신시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아이다>에서의 암네리스 공주, <맘마미아>의 소피, <토요일밤의 열기>에서 스테파니까지. 셋 모두 배우 배해선이 맡은 역이다. 이 외에도 많은 작품에서 배해선이 연기한 배역은 유독 관객의 가슴에 깊이 그리고 오롯이 새겨져 있다.

그녀는 설령 조연을 맡더라도 그 작품을 본 관객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열연을 펼친다. 그래서 2005년도엔 <아이다>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배해선에게 골수팬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배해선의 배우 생활을 대표할 또 다른 작품을 팬들이 만날 수 있게 됐다. 뮤지컬 <까미유 끌로델>의 까미유 끌로델이다. 다시 한 번 배해선의 소름 돋도록 가슴 저린 연기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 탄생한 것.

<까미유 끌로델>은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으로 세간에 알려져 정작 자신의 작품 세계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비운의 조각가 까미유 끌로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존 인물인 까미유 끌로델이 예술가로서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괴로워했던 한을 풀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뮤지컬은 그녀와 로댕 사이의 로맨스보다 까미유의 갈등과 번민에 초점을 맞추고 세밀하게 잘 그려냈다.

'로댕의 제자'라는 세간의 평가를 거부한 채 '조각가 까미유'로 인정받고 싶어 했지만, 로댕의 커다란 그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다 결국 정신병자로서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까미유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조각가 까미유 끌로델은 "육체의 모든 비밀을 감추지 않고 모두 벗겨내고 싶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예술가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또한 로댕이 까미유를 조수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모델 역할도 주문하자 까미유 끌로델은 "선생님이 먼저 제 모델이 돼 주신다면요"라며 당돌한 태도를 드러낸다.

배우 배해선, 까미유 끌로델로 관객에게 파고들다

뮤지컬 <까미유 끌로델>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두 가지 특별한 매력에 심취할 기회를 맛보게 된다. 첫 번째는 조각가 까미유가 심리적으로 괴로워하는 장면마다 등장하는 그녀의 분신이다. 내면이 분열을 일으키는 과정을 섬세하면서도 실감나게 표현돼 있다.

또 다른 재미는 무대에 올린 조각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댕의 대표적인 작품인 <지옥의 문>과 <키스>, <사쿤탈라>와 <왈츠> 등 작품들이 뮤지컬과 미술의 만남을 통해 객석의 관객들에게 인상 깊게 파고든다.

그렇다면 무대에 올린 조각품들은 어떻게 제작되었을까. 무대장치로 보이는 조각들은 무대디자인을 맡은 심채선의 손으로 만들어졌고, <키스>와 <왈츠> 등 조각품들은 따로 전문조각가에게 의뢰해 제작했다고 한다.

뮤지컬 <까미유 끌로델>에는 여러 갈등구조가 얽혀 있기에 관람객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예술을 이해 못하는 부모와 까미유의 갈등, 까미유를 질투하며 경계하는 로댕의 부인 로즈와 로댕의 갈등, 예술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으로 괴로워하는 까미유의 내면의 갈등, 사랑하면서도 각자의 예술적 자존심 때문에 갈등하는 로댕과 까미유의 갈등까지. 이런 갈등을 눈여겨보면 작품의 매력을 한층 더 느낄 수 있다.

또한 극도로 첨예하게 부딪히는 갈등 구조에서 유난히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음악도 작품의 매력포인트. 피아노, 바이올린, 클라리넷의 실내악 삼중주 라이브 연주는 극중 감동과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까미유 끌로델>은 음악뿐 아니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예술가로서 삶에 반대하는 부모에게 완강하게 저항하며 격렬하게 충돌하는 장면과, 자신의 독자적인 영역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며 스승 로댕과 갈등하고 결국 혼자 남겨진 후 번민하는 까미유.

또한 반미치광이가 된 뒤 로댕을 원망하며 절규하는 배해선의 연기에서는 광기마저 느껴질 정도다. "너의 눈 속에 불타는 정열, 허나 잡을 수 없어 이룰 수 없어." 극중 대사가 까미유의 정신적 고통을 잘 대변해 준다.

아역배우 이미지에서 벗어나 훌륭한 배우로 성장해 2005년 <뱃보이>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자신인상을 거머쥔 김수용(폴 끌로델 역)과 선 굵은 연기로 로댕 역할을 잘 소화해 낸 김명수의 무대 위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극중 로즈와 폴 끌로델의 범상치 않은 노래솜씨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작품 내용상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분위기와,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하는 김명수의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가창력은 아쉬운 대목이다.

"내가 돌아갈 곳은 조각뿐이야."

마지막 장면에서 절규하며 외치는 그녀의 대사에서, 예술가로서 비운의 삶을 마감해야 했던 까미유 끌로델의 가슴 아픈 울림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 극장을 나서는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진다.

▲ 천재조각가 로댕(왼쪽)과 또 다른 천재조각가 까미유 끌로델의 예술적 갈등과 사랑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 신시뮤지컬컴퍼니

덧붙이는 글 | 뮤지컬 <까미유 끌로델>은 8월 6일까지 신시뮤지컬극장에서 공연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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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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