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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MC 프러덕션
가로등은 예쁜 조명으로 바뀌고 허름한 쓰레기하치장은 훌륭한 무대로 변한다. 뮤지컬 <브루클린>을 보는 관객들은 이렇듯 마법처럼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무대 위에 있던 자동차보닛을 열면 주인공 브루클린이 연주할 피아노 건반이 들어있고, 기자회견장에서 쓰이는 마이크는 마시고 난 음료 캔으로 만들었다.

뮤지컬 <브루클린>은 공연이 무대에 올려지기 전부터 모 업체와 공동으로 의상공모전을 통해 아이디어가 숨쉬고 폐품이나 재활용품을 활용한 패션쇼를 진행한 바 있다. 실제 무대 위 배우들의 의상 또한 모두 재활용한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행여 의상이 너덜너덜하거나 지저분할 것이란 편견은 버려야 한다. "폐품이 저리도 아름답게 만들어질 수도 있나"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화려하고 멋스런 작품들이 무대 위를 휘젓기 때문이다.

▲ 기타를 치고 있는 테일러 콜린스(이필승 분)와 거리의 가수 역을 맡은 강필석의 공연 장면
ⓒ PMC 프러덕션
뮤지컬 <브루클린>은 원작자이자 음악감독인 마크 쉔펠드(Mark Schoenfeld)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쉔펜드가 실제 노숙을 하며 거리에서 공연을 하던 이야기는, 다섯 명의 거리공연자들이 만들어 내는 "길거리 동화'로 재구성돼 무대에 올려지게 된다.

소극장뮤지컬이 아님에도 이 공연에는 다섯 명의 배우가 나올 뿐이다. 허나 이들이 내뿜는 열정과 혼신을 다한 연기는 객석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브루클린>은 그렇게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진 뮤지컬은 아니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배우들이 노래하는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감동받고 행복해할 수 있는 작품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출연배우 다섯 명의 가창력은 한 사람 한 사람 어느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해서,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노래배틀'을 지켜보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 <브루클린>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주는 세 명의 여배우. 왼쪽부터 주인공 브루클린을 맡은 문혜영과 페이스 역의 이찬미, 그리고 파라다이스를 열연한 홍지민의 모습
ⓒ PMC 프러덕션
그럼에도 그 중 단연 돋보이는 배우는 파라다이스 역의 홍지민이다. 관객들을 자신의 노래와 연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그녀는, 넘치는 에너지와 끼로 객석을 계속 흥겹게 만드는 존재이다. 브루클린을 조롱하며 비열한 연기에 몰입해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보면, 흡사 정말 독한 악녀가 그 안에 숨어있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인공 브루클린 역에는 문혜영과 김소현 두 사람이 캐스팅돼 열연을 펼치고 있다. <아이다>에서 히로인을 맡았던 문혜영의 음색이 이토록 아름다웠는지 믿겨지지 않을 만큼, 문혜영은 브루클린 역할이 적격인 것처럼 보인다. 갓 태어난 아기 연기도 놀랍게 소화해 낸다.

사실 그녀의 얼굴이 무척 귀엽거나 아기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연기력과 발성법으로 거의 완벽하게 아기 역할을 수행한다.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하지만.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홍계훈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 바 있는 이필승은 이 작품에서는 브루클린의 아버지 역할을 맡아 역시 실감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자신의 딸과 극적으로 조우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숨길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아버지의 심정을 개성있는 목소리와 표정연기로 잘 전달해 준다.

또한 거리의 가수 역할을 연기하는 강필석은 노래실력과 연기는 기본이고 작품에서 맡은 캐릭터에 적합한 외모를 지녀 눈길을 끌기도 했다.

▲ 또 한 명의 브루클린으로 연기한 김소현(왼쪽)이 홍지민과 함께 듀엣곡을 열창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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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브루클린
때론 우리 눈물로도
꽃에 물을 줄 수 있어


어려운 여건에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언젠가 다가올 희망찬 미래를 위해 당차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보잘것없던 폐품으로 화려한 의상을 만들었던 것처럼 뮤지컬 <브루클린>은 현실 속의 동화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뮤지컬 <브루클린>은 8월 13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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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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