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닻을 올린 슈틸리케호가 월드컵 예선 첫 상대를 만난다.

울리 슈틸리케(61, 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오늘(16일) 오후 9시(아래 한국시각) 태국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미얀마와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FIFA 랭킹 58위)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미얀마, 쿠웨이트, 레바논, 라오스와 함께 G조에 속해있다. 5개 팀씩 8개 조로 나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내년 3월까지 경기를 치러 각 조 1위 8개 팀과 2위 팀 중 상위 4팀 등 12개 팀이 최종 예선에 진출한다.  

원래 이날 경기는 미얀마의 홈구장에서 열려야 하지만, 미얀마가 지난 오만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서 관중 난입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 FIFA로부터 제3국 홈경기 징계를 당하며 태국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FIFA 랭킹 143위 미얀마는 축구판에서 최약체의 팀으로 꼽힌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예선을 시작으로 세계무대 진출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아직까지 본선 진출 경험이 없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본선도 1회(1968년) 출전에 불과하다. 1960·1970년대 아시안게임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따내며 한때 신흥강호로 떠올랐지만 나라의 불안한 정치와 경제 사정이 이어지며 미얀마 축구는 자연스럽게 변방으로 전락했다. 

미얀마와의 맞대결은 러시아 월드컵을 향하는 첫 대결인 만큼 매우 중요하다. 지난 3월 국내에서 치른 두 차례 평가전(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에서 골 결정력 부재와 수비 불안으로 졸전을 펼쳤던 한국은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쿰푸르에서 열린 UAE(아랍에미리트)와의 평가전에서 3-0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FIFA 랭킹뿐 아니라 역대전적에서도 13승 7무 5패로 크게 앞서있는 대표팀은 지난 2000년 4월(4-0 승리, 설기현 2골/안효연 2골) 아시안컵 예선전 승리 이후 15년여 만에 치르는 이번 맞대결에서 대승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슈틸리케 감독은 미얀마 전을 앞두고 "UAE전과 비교해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경기서 한국 축구팬들이 대표팀에 큰 확신을 가지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2부 리그 '공격 듀오', 또 한 번 일낼까?

골대 향해 질주하는 이용재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용재가 17일 오후 안산 단원구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축구 A조 예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골대를 향해 쇄도하고 있다.

▲ 골대 향해 질주하는 이용재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용재가 지난 2014년 9월 17일 오후 안산 단원구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축구 A조 예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골대를 향해 쇄도하고 있다. ⓒ 유성호


"이용재에 대한 팬들의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은 걸 알지만 그는 최소한 나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명단 발표식에서 이용재(24, 가와사키)의 발탁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 J리그 2부 리그 V바렌 가와사키에서 뛰고 있는 이용재는 올 시즌 23경기에 출전해 9골을 기록하며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꿰차고 있다.

지난해 이광종 감독이 이끌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발탁돼 주전 공격수로 뛰며 국내 축구팬들에게 얼굴을 알렸지만, 이번 명단발표를 앞두고 그의 발탁을 예언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2007년 17세 이하 대표팀, 2011년 20세 이하 월드컵대표팀에 발탁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이용재지만 그동안 뚜렷할 만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 2009년 프랑스 르샹피오나(1부 리그) 낭트 FC에 입단해 화제를 모은 것도 잠시, 4시즌 동안 8골(53경기)에 그치며 2013년에 프랑스 3부 리그 레드스타 FC로 방출 당했고, 지난 시즌부터는 J리그 2부 리그 무대에 새 둥지를 틀었다.

줄곧 하부리그에서 뛰어온 이용재가 이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자,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국가대표팀 공격수로 뛰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 11일 UAE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용재는 환상적인 데뷔골과 함께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샛별' 이용재와 '동갑내기 공격수' 이정협(24, 상주 상무)은 그런 점에서 매우 닮았다. 지금은 슈틸리케호의 없어서는 안 될 공격카드인 이정협은 지난해 12월 국가대표팀 발탁 당시 2부 리그에서 뛴다는 이유로 대표팀 공격수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1월 A매치 데뷔전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으며 논란을 불식시켰고, 이후 아시안컵을 포함해 A매치 4골(10경기)을 기록하며 슈틸리케호의 주축 공격수로 성장했다.

지난 UAE전에서 나란히 선발과 조커로 나선 이용재와 이정협은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하며 한국축구 A매치 사상 처음으로 2부 리그 출신 공격수가 득점을 쏘아 올리는 진기록을 남겼다. 이름값이 아닌 실력이라는 선수 발탁 철학을 고수해온 슈틸리케 감독의 안목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용재는 "2부 리그 선수에 대한 편견을 깼다는 것이 즐겁다"며 "앞으로도 지금의 마음처럼 더 열심히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슈틸리케식 실리축구의 중심에 선 이용재와 이정협이 이번 미얀마와의 경기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할 지 주목된다.

손흥민, 오늘 밤 '골 가뭄' 씻을까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 대한민국 대 호주 경기. 손흥민이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 대한민국 대 호주 경기. 손흥민이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축구의 '에이스'는 단연 손흥민(23, 레버쿠젠)이다.

골이면 골, 득점 뒤풀이면 뒤풀이, 축구판에서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손흥민은 동북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통했다. 2008년 대한축구협회가 추진한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뽑힌 손흥민은 2010년 18세의 나이에 레버쿠젠의 유니폼을 입고 뛴 프로데뷔전에서 데뷔 골을 터트리며 139년 동안 이어져 오던 구단의 최연소 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결정력과 폭발적인 스피드로 브라질의 '동갑내기' 네이마르(23, FC 바르셀로나)와 함께 세계축구를 이끌 유망주로 꼽혔던 손흥민은 지난 2010년 12월 조광래 감독이 이끌던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이래로 지금까지 꾸준한 성장세 속에서 A매치 43경기(10골)를 소화하며 한국축구의 '핵'으로 부상했다.  

특히 올 시즌엔 유럽무대에서도 한국인 선수가 통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무대를 오가며 43경기에 출전해 17골을 터트리며 주포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기록(11골)만 놓고 보더라도 클라스 얀 훈텔라르(9골, 네덜란드), 마리오 괴체(9골, 독일) 등 리그 정상급 공격수들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손흥민의 활약은 곧바로 몸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3년 이적료 1000만 유로(약 118억 원)에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현재 기존 몸값의 2배를 뛰어 넘는 2250만 유로(약 267억 원)의 몸값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잉글랜드 명문 리버풀과 토트넘에서 러브콜을 보냈을 만큼 손흥민은 유럽 이적시장에서도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런 손흥민이 최근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쉽다. 

골 가뭄의 시작은 지난 4월 18일 하노버와의 리그전부터다. 4월 11일 마인츠와의 리그 경기서 시즌 17호 골을 터트린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전설' 차범근이 세운 유럽리그 한국인 최다 골(19골, 1985-1986시즌) 기록 경신도 2달 전부터 시작된 골 침묵 여파로 다음 시즌으로 미뤄야 했다.

최근 국가대표팀에서 치른 경기들을 볼 때 손흥민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하지만 문전 앞에서의 세밀함과 결정력이 아쉬웠다. 또 과거에 비해 오른발 프리킥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수비수를 앞에 두고 시도하는 드리블 돌파가 번번이 가로막히는 점은 최근 무득점의 원인으로 꼽힌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파 공격수들이 살아나고 있는 점은 반갑지만 축구팬들과 코칭스태프가 유럽파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최근 골 침묵에 그치고 있는 손흥민으로서는 이번 미얀마와의 경기에서 골 가뭄을 씻어낼 절호의 기회다. 손흥민은 "(UAE전에서) 컨디션은 물론 슈팅 감각도 100%가 아니었다"며 미얀마 전에서는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활약을 예고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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