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후 <파리의 연인>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한 편도 없었다.
<파리의 연인> 홈페이지
'김은숙 시대'의 시작을 알린 드라마
많은 시청자들이 <파리의 연인>을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은 따로 있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해 대학로에서 희곡을 쓰던 김은숙 작가는 친한 후배이자 드라마 제작 PD였던 현 화앤담픽처스 윤하림 대표의 권유에 따라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놓은 데뷔작이 2003년 대학동기 강은정 작가와 공동 집필한 SBS 주말 드라마 <태양의 남쪽>이었다.
김은숙 작가의 데뷔작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년 후 곧바로 차기작 <파리의 연인>을 선보였고 <파리의 연인>은 최 고시청률 57.6%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전설의 드라마가 됐다(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파리의 연인>은 훗날 '연인 3부작'을 비롯해 <온에어>,<시티홀>,<시크릿 가든>,<신사의 품격>까지 김은숙 작가와 여러 작품을 함께 한 신우철 감독이 처음 호흡을 맞춘 작품이었다.
<파리의 연인>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영화에 전념하던 박신양을 드라마에 복귀시킨 것이었다. 1996년 영화 <유리>로 데뷔한 후 1997년 <편지>를 통해 흥행 배우가 된 박신양은 <내 마음을 뺏어봐> 이후에는 오작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배우였다. 하지만 박신양은 <파리의 연인>을 통해 6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고 방영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면서 드라마의 높은 인기를 주도했다.
물론 영화에서 활동할 때도 충분히 스타 배우였지만 <파리의 연인> 방영 당시 박신양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각양각색이었던 연인들의 애칭은 <파리의 연인>과 박신양의 영향을 받아 '애기'로 통일됐고 심지어 조금 크고 두껍게 묶는 '한기주식 넥타이 매는 법'까지 유행할 정도였다.
여주인공 강태영 역의 김정은에게도 <파리의 연인>은 잊지 못할 작품이다. 2001년까지 드라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2002년부터 영화 활동에 전념한 김정은은 <가물의 영광> 이후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그러던 2004년 김정은은 3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캔디형 신데렐라' 강태영 역을 맡아 2004년 SBS 연기대상 공동대상과 2005년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막장 요소까지 이겨낸 드라마의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