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망> 스틸컷
영화사 진진
그러나 이 가운데 한때나마 사랑이라 불리는 감정이 있었고, 또 미련이었다가 공감과 이해였다가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마음이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첫 에피소드의 후반부에서 남자의 현 여자친구 역을 맡은 정수지는 "처음 감독님으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을 때 글을 쓴 걸 보며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면서 "카페에서 직접 캐릭터 설명을 들었는데, 그때 감독님의 개인적인 연애사와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그 여자의 의연함이나 담담함을 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말하자면 사랑이 피어나지 않는 듯한 이야기 곳곳에서 진짜배기 사랑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성국은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더한다. 그는 "김태양 감독의 시선은 사건에 집중하기보다 사건이 지난 뒤 수면 위에 이는 물결 같은 걸 보는 듯하다"며 "포괄적으로 볼 때 로맨스가 포함된 드라마가 아닌가 한다"고 부연한다.
김태양 감독은 직접 <미망>이 로맨스 영화라 주장한다. 그는 "일반적으론 사랑이 이루어지는, 결실을 맺거나 헤어지거나 사랑의 생로병사를 다루는 그런 로맨스는 아닐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제가 착안한 건 사랑의 과정이나 이별이 아니고 타이밍이 어긋나는 순간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타이밍이 맞으면 이뤄질 것도 안 맞으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들었던 마음이 사라지거나 그런 게 아니다"라며 "헤어진 연인이 있을 때 그 친구에게 잘못한 걸 다른 연애에선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일도 생각해 보면, 이전 연인에게서 전이되고 묻어난 것이 아닌가. 이런 것도 로맨스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세 편의 단편 사이를 메우는 상상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