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극장스틸컷
영화사 진진
폐관한 서울극장, 그 정취를 담다
누가 뭐래도 반세기 넘는 시간동안 한국영화의 한 축으로 기능했던 장소다. 한국영화가 서울극장과의 이별에 나름의 인사를 건네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고 의미 있는 일일 테다. 다행히 그와 같은 영화가 없지 않아서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것이다. 김태양 감독의 2022년 작 단편영화 <서울극장>이 바로 그 작품으로, 영업을 종료하는 극장과 극장 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 가운데 담아 오래도록 남기는 것이다.
이야기는 실제 서울극장이 곧 문을 닫는다 발표한 뒤의 어느 날을 그린다. 서울극장은 폐업을 앞두고 오래 전 서울의 모습이 담긴 옛 작품을 상영한다. 상영 뒤엔 관객과의 대화와 영화에 대한 해설이 진행된다. 모더레이터로 일하는 여자가 극장 앞 테이블에 앉아서는 관객과의 대화를 자연스레 이끈다.
행사가 끝난 뒤 극장 사람들과 모더레이터의 회식자리가 있다. 이제 영화관은 영업을 종료하고, 그녀 같은 모더레이터와 이 극장의 인연 또한 마지막일 것이 아닌가. 그렇게 간단히 술 몇 잔을 나누던 그녀가 선약이 있다며 자리를 일어선다. 이어폰을 연결하고 유쾌한 대화를 나누면서 어서 가겠다고 말하는 그녀, 그 뒤를 한 남자가 따라온다.
따라온 이는 서울극장 팀장으로 일하는 사내다.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멈춰 세운 그가 어찌저찌 대화를 이어나간다. 딱히 용건은 없지만 그저 보내기는 싫은 마음이 보는 이에게도 그대로 느껴진다. 눈치 빠른 여자가 왜 모를까. 그로부터 이런저런 대화를, 매끄럽지만도 않고 어색하지만도 않은 대화를 나누며 둘은 나란히 걷는다. 종로 버스정류장까지, 다시 저기 지하철역까지, 이런저런 대화들이 오간다. 방금 전 상영된 영화 속 옛 서울 거리가 오늘 이들이 함께 걷는 거리와 다르지만 다르지 않다. 종로와 청계천, 그 공간들은 백년 가까운 시간을 건너 탈바꿈하였으나 여전히 서울의 중심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