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스틸컷
영화사 진진
서울 도심의 일상적 풍경을 담았다
<달팽이>는 20분짜리 짤막한 단편 영화다. 한 남자와 다른 여자, 다시 그 남자와 또 다른 여자의 만남을 연속해 다뤘다. 어느 것은 우연이고 또 다른 것은 약속된 만남인데, 그 각각의 관계가 주는 독특한 감상이 보는 이에게 와서 닿는다.
만약 당신에게 일상의 공간을 영화화하라 한다면 어디를 담겠는가. 특별히 공간에 관심과 애정을 두는 시각 없이는 영화 속 공간이 매력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을 테다. 김태양이 선택한 장소는 서울 종로 일대다. 영화의 시작은 을지로3가 근처를 헤매던 한 남자의 모습으로부터다. 약속장소를 찾아가던 중인가. 그가 거리에서 한 때 알고 지냈던,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여자와 만난다. 우연한 만남부터 촉발된 소소하지만 긴장감 있는 대화들, 그로부터 다시 이어지는 분위기의 생성이며 탈락이 특별한 감상을 자아낸다.
화창한 여름날 오후, 기대치 않은 만남이다. 어색한 인사와 애매한 이야기들, 서로가 다르게 기억하는 대화가 보는 이로 하여금 과거의 관계를 생각토록 한다. 연인이었을까. 아마도 그랬을 테다. 연인이 아니었다면 나누기 어려웠을 긴 시간들이 그들 사이에 깃들어 있음을 짧은 대화가 드러낸다. 몇 마디 말로 드러나는 서로의 성격과 연애 스타일, 또 현재의 감상이며 남아 있는 감정 따위가 보는 이의 관심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