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롱레그스>장면
그린나래미디어(주)
하얀 얼굴의 롱레그스는 영화에서 가장 기괴한 존재로, 영화는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이 캐릭터는 그의 실제 얼굴을 거의 드러내지 않아 기괴함은 더욱 증폭된다. 왜 흰색 페인트로 얼굴을 덮었는지조차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저 하얀 얼굴과 하얀 눈밭, 하얀 집이 영화에서 강조되며, 이러한 색채의 일관성은 그의 기괴함을 극대화한다.
롱레그스는 리에게 계속 '천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 말은 마치 비꼬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데, 롱레그스가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존재라는 걸 암시한다. 그는 평범하고 행복해 보이는 중산층 가정을 파괴하려는 악마의 대리인 같은 존재로, 그의 등장 장면마다 영화는 관객에게 섬뜩한 공포를 안겨준다.
롱레그스는 직접적으로 사람을 죽이기보다는 그들을 저주에 빠뜨리고 파멸로 몰아가는 역할을 한다. 주로 저주 인형을 만들어 아이들을 현혹하고, 이를 통해 평범한 가정의 안정을 무너뜨린다. 그가 평범함을 파괴하려 한 이유는 끝내 밝혀지지 않지만, 그 미스터리함이 오히려 롱레그스를 더 기괴하고 두려운 존재로 만들어준다. 어쩌면 롱레그스는 행복을 파괴하는 가부장의 또 다른 모습은 아니었을까.
영화가 담은 미국 중산층의 풍경
영화 <롱레그스>는 평범한 가정이 파괴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갑자기 변한 아버지가 모든 가족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반복되는데, 이는 과거 미국 내에서 있었던 가부장제의 폭력과 그것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기도 한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일어난 파괴는 그만큼 일상적이고 안전해야 할 공간이 무너지는 공포를 상징한다.
또한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하얀색은 천사의 순수함을 상징하면서도, 그 순수가 피로 더럽혀지고 망가지는 과정을 통해 아이러니한 공포를 자아낸다. 롱레그스의 하얀 얼굴이 피로 물들 때, 그 장면은 관객에게 극도의 기괴함과 불편함을 남긴다. 이 영화가 단순히 오컬트 호러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롱레그스>는 오컬트적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관객 스스로 영화의 빈칸을 채워나가야 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롱레그스>는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공포를 전달한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는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며, 그의 기괴한 모습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제작비 대비 큰 수익을 올린 이 영화는 미국 중산층의 불안을 공포로 승화시켜, 관객들에게 잔잔하지만 섬뜩한 공포를 전달한다. 평범함 속에 숨겨진 기괴함을 탐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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