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면 갈무리
kbs
- 휴대전화로 노인 이동 빅 데이터를 활용할 생각은 어떻게 하셨나요.
"이동 데이터를 활용한 건 처음이지만 그 전에 데이터를 사용하는 보도를 꽤 많이 해봤어요. 그래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면, 정부의 공식 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노인과 관련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처음에는 지하철역 노인 이동 데이터를 분석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데이터를 보니 서울 시민 생활 이동 인구 데이터라는 게 있더라고요. 서울시에서 분석하는 이동통신 데이터였습니다. 이를 노인만 따로 떼어 분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 취재 중에 가장 놀란 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다단계와 관련된 내용이었어요. 테헤란로는 우리가 다 아는 벤처의 성지잖아요. 대한민국 강남 도심의 심장과 같은 지역인데 이 지역에 노인이 있더란 말이죠. 그냥 노인도 아니고 가난한 노인이요."
- 왜 그곳에 노인을 상대로 한 다단계 업체가 있을까요.
"정확한 분석은 좀 더 추가적인 취재가 필요하긴 합니다. 다만 지금까지 취재한 걸 종합하면, 테헤란·선릉역 이쪽이 어르신들을 상대로 한 다단계 사업의 중심지로 보였어요. 언론에서도 '코인 다단계'나 '각종 생활용품 다단계' 사건이 이곳에서 벌어졌다고 다뤘더라고요. 왜 일까 추측해보면, 선릉역은 업무 중심지 잖아요. 아무래도 정보가 모이는 곳이다 보니 사무실도 많고 그 사무실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을 거고요. 또 선릉역 지하철역이 있어 노인들은 지하철이 있는 곳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물론 추가 분석이 좀 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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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에 계신 분들 만나셨는데 어떠셨어요.
"일반인들이 쪽방촌에 가면 충격을 받습니다. 전문가는 이를 두고 오감이 충격을 받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실제로 쪽방촌은 모든 것이 열악합니다. 방의 사이즈만 작은 게 아니고요. 저는 여름에 쪽방촌에 갔는데 코로 들어오는 후각적인 충격이 컸습니다. 방은 좁고 습하고 굉장히 낙후되어 있고 곰팡이도 많고 벌레도 많고 그래서 모든 오감이 한꺼번에 충격을 받는 거죠."
- 유품 정리사인 김현섭씨도 인터뷰하셨잖아요.
"대한민국의 고독사 혹은 혼자 사시다 돌아가시는 노인의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김현섭씨는 정부 강연도 많이 하고 해외 상황도 보는 분이에요. 그분 말씀이 곧 우리가 일본을 따라갈 텐데 우리가 일본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지금 일본의 고독사는 대부분 노인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고독사 중 노인이 아닌 세대도 있는데 그건 그것대로 문제라고 볼 수 있죠."
- 프로그램 마지막에 팝송 부르는 노인이 나오더라고요.
"LH에서 내준 장기 임대주택으로 꽤 괜찮은 집에 사는 노인이었어요. 이분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취재했습니다. 이분은 빈곤한 노인이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수급비도 받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LH 장기전세주택에 살기에 거주 환경도 괜찮았거든요. 월세도 10만 원 안팎인데 이것도 정부에서 지원해 줍니다. 그러고 매일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에 있는 노인복지센터에 다니면서 다양한 취미 활동도 하시고 사회 활동도 하시는 분이고요. 근데 이런 분조차 밤이 되면 외롭습니다. 밤의 외로움을 그 노래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리고 이분이 교육 못 받고 돈 벌지도 않은 삶을 산 분이 아니라는 걸 드러내고 싶었어요.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이 젊은 시절을 보내고, 팝송도 배웠고, 대학 시험도 쳤고 공장에서도 일했고요. 남들 일할 때 다 일하고 평범하게 살았는데 노인이 되어 정부에 위탁해서 살아야 하는 삶이 된 겁니다. '팝송 부르는 노인'이라는 게 그런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방송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다면요.
"'한국의 노인이 이렇게 불행합니다. 그냥 노인이어서 불행한 게 아니고 한국이어서 노인이 불행하게 살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취재만 하는데도 정말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요. 가난을 일상으로 만드는 사회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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