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틸컷
M&M 인터내셔널
영화의 시대는 종말을 고할지라도
그러나 그 뒤의 운명은 모두가 아는 바다. 모든 것을 먹어 치울 것 같던 첨단의 예술은 이내 고래의 것이 될 처지에 놓였다. 극장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영화제는 OTT 작품에까지 문호를 연다. 예술이란 말이 민망할 만큼 새로운 무엇도 시도하지 않는 작품이 최고 인기작으로 흥행을 거듭한다. 아(我)에서 타(他)로 이어지는 표현과 수용의 시도에 심혈을 기울이는 창작자가 영화예술 전반을 통틀어 한 줌에 불과하다. 창작자뿐인가. 수용하는 이들은 영화를 그저 시간 때우는 용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재미를 넘어 의미를 찾는 일이 비웃음과 마주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사라지고 자리를 잃어가는 영화예술에 대한 영화다. 보다 정확히는 그 예술에 매혹된 적 있는 이들의, 그들이 저들의 예술에 보내온 정성에 대한, 무엇보다 예술이 인간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꿔낼 수 있다고 믿는 믿음에 대한 작품이다. 영화 속 인상 깊게 등장하는 "드레이어 이후로 영화에 기적은 없었어"란 말은, 도리어 감독이 영화가 한때는 기적을 품고 있었다 믿고 있단 걸 방증한다. 영화가 일으키는 기적을 믿는 이, 그런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되겠다.
그 구성부터 독특한 작품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영화 속 다른 영화, 그러니까 필름 시대에 찍은 걸로 보이는 작품의 파편으로 채워진다. 그 영화의 오프닝이 곧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도입이 되고, 그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다시 이 작품의 엔딩을 채운다. 그 절묘한 관계 맺음은 이 영화가 필름 시대의 유산을 이어받은 작품이며, 그 정서를 가지고 있음을 내보인다.
주인공은 스페인의 나이 든 영화인 미겔(마놀로 솔로 분)이다. 어느덧 칠십대에 접어든 그가 한 TV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안을 받는다. 이유인 즉, 22년 전 실종된 제 영화의 주연배우 훌리오 아레나스(호세 코로나도 분)에 대해 말해달란 것. 훌리오는 미겔의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함께 해군 소속으로 근무하며 전 세계 바다를 다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