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CJ ENM
미국 격주간 경제매체 <포브스>가 지난 9월 꼭 봐야 할 한국영화 30선(
30 Great Korean Movies Worth Watching)을 뽑아 소개했다. 공개된 서른 편의 영화 가운데 어느 것은 자연스럽고, 또 어떤 것은 낯설거나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다. 한국인의 시선에선 별반 새로울 것 없는 영화가 높은 자리에 올라있다 여겨질 수도 있고, 해외 언론에 소개된 것뿐이지 한국에선 얼마 새롭게 조명 받지 못한 작품도 있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건 그래서 새롭다. 그를 통해 우리의 것을 다시금 조명하는 기회가 되니 그대로 만족스러운 일이다.
서른 편의 영화 중 12위, 무척이나 높은 순위에 <패스트 라이브즈>가 들었다. 셀린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어릴 적 캐나다로 이민을 간 젊은 감독이 한국 사회의 단절과 미주에의 적응이 이뤄진 자신의 경험을 녹여 만들어낸 작품이다.
영화는 지난해 시카고비평가협회상, LA비평가협회상, 뉴욕비평가협회상에서 모두 수상하며 미주에서 발표된 작품 가운데 단연 기대작임을 알도록 했다. <넘버3>로 유명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란 사실, 또 그가 차기작 <세기말>이 작품 가운데 영화평론가를 비판했다가 호된 혹평을 마주한 뒤 흥행에 참패하고 곧 이민을 갔다는 이야기도 새삼 조명 받으며 화제가 됐다.
제목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전생'이다. 지금의 생 이전에 먼저 산 삶이 있다는 동양적 윤회관을 바탕으로, 돌고 도는 영원의 삶 가운데 찰나가 바로 지금 이 순간임을 일깨운다. 때로 전생은 오늘의 관계를 특별하게 여기도록 한다. 현생에서 어딘지 신경 쓰이는 이를 만나면 '전생에 뭐가 있었나'하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을 마음 깊이 담아두곤 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그저 우연한 일만이 아닌 어떤 예비, 또 관계성이 있다는 인식을 동양인들이 특별히 더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전적 세계의 느슨한 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