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설된 다큐멘터리 관객상은 조세영 감독의 에 돌아갔다.
부산국제영화제
입양조차 외주주는 나라, 한국의 초상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관객상을 수상한 < K-Number >는 한국의 해외입양 체계, 그로부터 고통 받는 입양인들의 현실을 내보인다. 미국에 입양을 가 수십 년을 살아도 국가가 절차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탓으로 시민권조차 받지 못한 이들이 2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이들 중 상당수가 저를 보낸 나라와 받은 나라 사이에서 떠돌며 고통 받는 참혹한 지경에 있음을 보인다.
조세영 감독은 해외입양이 마땅히 한국사회가 책임져야 할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문제라고 강조한다.
"다큐를 제작하며 스스로 생각한 화두는 '돌아오고 있는 입양인들과 함께 지내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였어요. 그래서 '준비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죠. 그러다 배냇을 알게 됐고 이들을 따라가다 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작업을 하다 보니 원하는 방향으로 다큐가 흘러가지 않았죠. 힘들었어요. 6개월가량 편집을 하면서 그동안 안 풀리고 답답한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질문이 틀렸던 거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란 질문이 성립하려면 입양인들이 돌아와 우리와 함께 있다는 '인지'부터 해야 하는데, 한국사람들은 입양인들이 20만 명 넘게 입양을 갔다는 사실도, 정부와 기관과 평범한 한국 사람들 모두가 힘을 보태서 그 부조리한 체계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인지를 못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질문을 바꿨어요. 그제야 다큐의 방향이 잡히더라고요. 해외입양인들이 한국인들에게 하는 질문, '한국인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이 거였죠. 사실 유럽에 촬영을 갔을 때 현지 입양인에게 직접 받은 질문이었는데요. 제가... 사실 제대로 대답을 못했어요. '한국인들은 입양인에 대해 관심이 없어',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었던 거죠. 이 모든 체계를 알고 난 뒤 내 문제가 아니라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던 거예요. 굉장히 창피한 상태인거죠. 그래서 이 영화로 한국 관객에게 입양이 입양인과 기관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라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다큐멘터리의 매력이자 고통은 사실을 진실한 방식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점일지 모르겠다. 카메라를 든 이는 카메라 앞에 펼쳐질 일을 꾸며낼 수 없다. 기대하고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불행히도 그 기대와 예측이란 수시로 비껴 나간다. 그 비껴나감이 때로는 더 멋진 순간을 빚기도 하지만. 듣자니 < K-Number > 또한 마찬가지.
"대부분이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갔죠. 이 다큐는 지금 입양인들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를 따라가면서 그 현재를 관객에게 체험시키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모험의 성격이 강했죠. 미오카님이 엄마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서류가 이렇게까지 엉망진창일지도 예측하기 어려웠고요. 반대로 어떤 입양인은 서류가 정확히 맞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체험'을 중심에 놓고 계속 가기로 결정했어요. 그래서 너무 특별한 서사를 가진 개인이나 캐릭터가 너무 도드라진 사람보다는 미오카님이 하나의 사례로 적합해 보였고 나머지는 상황을 따라가자고 판단하고 흐르는 대로 흘러갔습니다.
미오카님이 기대 없이 들렀던 과거 아동보호소가 있던 장소에서 옛날 서류를 읽어줄 줄 알았던 사회복지사가 다음 단서를 찾을 수 있는 결정적 힌트를 알려줄 때 저와 스태프들이 그 자리에서 모두 소름이 돋았던 적이 있어요. 다들 본능적으로 '이 장면은 찍어야 해' 하고 느낀 거죠. 당시 저희가 계획 없이 그냥 들렀던 곳이고, 담당자도 카메라를 경계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의외의 힌트를 얻고 모두 너무 흥분해 눈빛이 달라지면서 촬영을 요청하니까, 담당자가 그 자리에서 윗선에 가서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돌아와 그 자리에서 촬영을 허락해 주셨죠.
아쉽게도 다큐 안엔 그 느낌이 온전히 표현되진 않았는데 저희가 미오카님의 상황에 너무 몰입이 되어 우리끼리 더 흥분했던지라... 도리어 미오카님이 한국어를 할 수가 없어 상황을 정확하게 따라오고 있지 못했는데 저희 상태를 보고 이건 직감적으로 중요하단 걸 아셨어요. 그래서 모두가 다 같이 담당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물어보게 됐고요. 옛날 서류들이 너무 뒤엉켜 있고 엉망이라서 그런 부분을 자세히 표현하다보면 관객이 더 헷갈릴 것 같아 축약하다보니 영화가 제작진이 느낀 강렬함을 조금 벗어나 있긴 합니다. 하지만 관객들도 그 부분을 신기해하면서 재밌어 하더군요. 물론 과정이 재밌는 거지 드러난 사실은 끔찍함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