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 스틸컷
미디어나무(주)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학교는 평가하는 곳이었던 것 같아요."
17살의 이주연 학생은 자신의 학창 생활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지만, 끊임없이 주어지는 평가받는 일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때. 결국 중학교 2학년 때 극심한 공포로 인해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도 문제 하나 풀 수 없는 정도가 돼버렸다.
학교를 갈 수도 없고, 가는 일조차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날들 사이에서 그는 1년제 기숙형 전환 학교인 꿈틀리 인생학교를 찾는다. 인천 강화군 불은면에 위치한 대안학교로 현재의 입시제도 속에서 다양한 문제를 경험한 학생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다큐멘터리 <괜찮아, 앨리스>는 꿈틀리 인생학교의 설립 배경과 운영 과정을 중심으로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는 작품이다.
설립자인 오연호 이사장은 경쟁 위주의 교육 속에서 목표를 달성하고 승리를 쟁취한 학생들에게만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뛰어난 학생과 평범한 학생 모두가 성취를 경험하고 나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재의 구조 안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실패만을 경험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상태'로 아이들을 몰아넣으며 장차 성인이 돼서도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02.
이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주요 배경이 되는 꿈틀리 인생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고 또 어떤 부분을 경험하며 시간을 보내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하나.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더불어 아이들이 진정 배워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여주는 지점이 또 하나다. 두 지점의 내용이 서로 보완적이라는 점, 다큐멘터리의 목적 자체가 대안학교의 활동을 보여주는 일 외에 어떤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서로 떨어뜨릴 수 없는 내용이다.
꿈틀리 인생학교의 설립 목적과 이와 같은 대안 학교의 필요성과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부분은 오연호 이사장이 직접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이미 이와 유사한 내용과 목적으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이어온 바 있다.
여러 물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출발점에는 왜 우리 학생들이 충분한 고민이나 탐색 없이 중학교나 고등학교로 바로 진학해야 하고, 또 다른 선택지 없이 입시로만 내몰리느냐 하는 고민이 있다. 몇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교육관과 현재 입시제도의 문제에 대해 말하는 그의 이야기에는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이라도 한 번쯤 귀를 기울여볼 만한 깊이가 있다.
그가 집중했던 것은 덴마크의 입시제도인 애프터 스콜레(Efterschole)다. 이 제도는 누구나 본인이 원할 때 학업을 중단하고 1년 동안 하고 싶은 활동을 마음껏 경험한 뒤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이 시간은 여유를 갖고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 삶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오연호 설립자가 깨닫게 된 것은 이를 교육과정에서 배우고 사회에 나와 구성원이 될 때 비로소 그 사회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공동체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게 해줄 수 있기를 바라며 꿈틀리 인생학교를 설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