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인지.
사람엔터테인먼트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속 선자(김민하) 엄마, 그의 이름은 양진이다. 일제강점기 한복판을 아내이자 엄마라는 대명사로 살아내야 했던 그 인물은 주인공 선자의 삶에 각인돼 모종의 결단과 선택을 하게끔 음지에서 영향을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드라마가 시즌2까지 모두 공개된 이후인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양진을 연기한 배우 정인지를 만날 수 있었다.
"캐스팅 제안이 사기인 줄 알아"
TV 화면에선 다소 낯설어 보일 수 있으나 뮤지컬과 연극 팬들에겐 이미 탄탄한 실력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베르나르다 알바>, <난설>, <마리 퀴리>, <데미안> 등의 뮤지컬에서 팔색조의 모습을 보여온 그는 역시 해당 공연 덕에 이 글로벌 프로젝트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다만, 배우 본인은 촬영 예정일이 자신의 공연과 겹쳐서 한 차례 거절한 뒤였다고 한다.
"<파친코> 캐스팅 디렉터 분이 제 공연을 자주 봤다고 하더라. 수첩에 제 이름을 적어놓고 다녔다고. 당시 <난설>이란 작품을 하고 있었는데 제작사를 통해 연락이 왔다. 처음엔 사기인 줄 알았다. 연말 촬영이라는데 연초에 연락이 왔다. 공연 연습실에서 일단 5시간 동안 오디션 영상을 녹화에 보냈다. 그 뒤에 한 번 더 온라인 오디션을 봤는데 연말에 캐나다에서 촬영한다더라. 제가 공연이 예정돼 있어서 안 된다고 하니 캐스팅 디렉터가 너무 놀라시더라(웃음)."
다행히 제작사와 <파친코> 측의 원만한 합의로 정인지의 출연이 성사될 수 있었다. 캐나다 현지로 넘어간 정인지는 선자 엄마, 즉 양진의 삶을 이해하며 오롯이 그 시대를 살아내려 했다고 한다. 드라마에 전면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출연 배우들이 직접 모내기를 할 정도로 당시 시대상 고증에 철저했다는 사실이 방영 후 알려졌는데, 정인지는 "다들 어떤 묘한 책임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당시 현장을 전했다.
"한국의 역사인 만큼 틀리면 안된다는 생각들을 다들 한 것 같다. 제작진이 철저하게 준비한 건 맞지만 한국인으로서 아는 사람은 보이는 게 있잖나. 모내기도 그래서 했던 것이고, 자세하게 안 보시겠지만 우리끼린 수저 놓는 위치까지도 철저하게 했다. 그리고 밥상을 놓고 앉는 위치도 배우들끼리 이리저리 바꿔가면서 했었다. 요셉이나 모자수가 있는 자리에 누가 상석에 앉을지 논의하거나, 일본으로 건너가 생활할 때는 일본 식사 전통은 어떤지 물어보기도 했다.
양진을 보면 항상 밥상 모서리에 앉아 있다. 나이든 할머니라 상석에 앉을 법한데 당시 시대는 남아선호가 지금보다 훨씬 심했기에 장손을 상석에 앉혔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건 현지 스태프나 감독님들은 자세히 알 수 없는 한국인만 알 수 있는 것이기에 신경을 더 썼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