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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불안증 겪던 아이의 선택... 뭉클합니다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괜찮아, 앨리스> 시사회에 다녀와서

24.10.22 11:13최종업데이트24.10.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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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학교 교육을 흔히들 '사육 교육'이라고들 한다. 오직 정해진 답을 찾는 주입식 교육으로 달달 외워 대학에 가는 제도나 다름없다. 부모와 학생은 수도권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면 원하는 취직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자정이 넘도록 학원을 맴돌면서 공부에 매진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 자녀는 잘 적응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녀가 언제부터인가 학교 가기를 거부하고 시험지를 받아들고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다면 어떡하겠는가.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교육제도에 자식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 아닌지. 남들 다 다니는 학교를 왜 너만 힘들어하는지, 왜 그러느냐고 다그치기만 할 뿐 이해하고, 괜찮다고 다독여 주지 않는 건 아닌지.

아이들은 오늘을 즐기고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다. 부모는 자식들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랄 수 있다. 그러나 자식을 보살피고 교육시킨다는 명목 하에 그들이 가져야 할 행복까지 빼앗을 권리는 없다.

한국 공교육의 불편한 진실을 묻다

'괜찮아, 앨리스' 시사회
'괜찮아, 앨리스' 시사회마동욱

지난 20일 오후 7시 30분 전남 장흥 정남진시네마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괜찮아, 앨리스>(개봉예정일 2024년 11월 13일) 시사회에 다녀왔다. 대안학교인 '꿈틀리인생학교'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성장해가며 갈등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그리고 공교육의 불편한 진실을 묻는 영화이기도 하다.

대안학교는 입시경쟁 구도의 학습 형태가 아니다.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이다. 학생 주도형 학습으로 학습자의 자율성을 지향하는 것이 대안학교의 특징이다.

학생들은 교사와 수평적 관계에 있다. 학생들이 학교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그들은 다양한 활동을 주도한다. 교칙을 수정하거나 학교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는 교사나 학생이 동등한 권한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여기에 있다.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울컥거리는 마음과 소통에 대한 문제점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오늘날 70대 이상의 세대는 가난한 나라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가기 위한 배고픈 시대'를 살아왔다. 그들은 절약해야 했고, 무조건 공부해서 성공해야 했다. 또한 부모를 책임지고 가족들을 돌봐야 하는 가족 유대가 강한 세대다. 그들은 예의범절과 공동체 의식이 잘 정립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60대 세대는 'IMF 세대'로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한 삶을 살아왔다. 그들의 삶은 서바이벌 게임과도 같은 삶이었다. 40~50대 세대는 '경제발전의 세대이다. 컴퓨터가 상용화돼 인터넷과 정보화를 경험한 최초의 세대라고 볼 수 있다. 20~30대 세대는 '풍요의 세대'이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이 자란 세대다. 그러기에 30대 이하의 세대들은 가치관이 다르다.

그렇다면 오늘날 10대들은 어떤 국가에서 살고 있는가. 그들은 '선진 국가에서 최첨단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할아버지 세대와 부모의 세대를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극심한 세대 차이로 소통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성세대는 '라떼'라는 단어에 익숙하지만, MZ세대는 꼰대라고 읽히고 있다.

이처럼 극명한 세대 차이로 인한 소통의 부재는 이제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음에도 입시교육만큼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제도 그대로 MZ 세대에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입시 중심의 교육으로는 학생들의 욕구를 받아들이며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변하지 않는 입시제도로 공교육은 무너지고 사교육으로 내몰리는 문제점의 대안으로 최근 부모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대안학교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안학교를 향한 차별적 시선이 아직도 미미하게나마 상존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흔히들 일반 학교 부적응 학생 또는 공교육의 일탈자가 다니는 학교로 바라보거나 돈 많은 집안에서 귀족 취급받으며 자란 일명 '귀족 학생'이라고 지칭되는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회적 편견을 감수하고 대안학교에 입학시키기까지는 학부모의 용기가 필요하다.

남들과 다르지만 나에겐 올바른 길

'괜찮아, 앨리스' 포스터 포스터
'괜찮아, 앨리스' 포스터포스터유용수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괜찮아, 앨리스>를 관람하게 되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본다. 지난 9월 덴마크 코펜하겐 씨네마테켓 극장에서 주 덴마크 한국대사관이 한국 문화의 달을 맞이해 덴마크인들에게 소개한 한국의 다큐 3편 중 유일하게 미개봉작으로서 <괜찮아, 앨리스>를 발표했다. 영화를 관람한 안드레아라는 학생은 "5번이나 울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고 한다. 또한 이 영화가 "청소년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코켄하겐 주민)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고.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면 실패자로 몰아가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 대안학교는 한 줄기 빛이다. 그러므로 "대안학교의 삶이 곧 교육이다"라고 할 수 있다.

'꿈틀리인생학교'는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의 '에프터 스콜레(Efter skole)'를 벤치마킹한 대안학교로 지난 2016년에 문을 열었다.

학생들은 다양한 문제에 부딪혀 이곳에 입학했다. 성적에 대한 과도한 압박으로 시험 불안증을 겪거나, 섭식장애로 힘든 시간을 보냈거나, 권위적인 아버지와 갈등이 컸거나, 중학교 자퇴 이후 자존감을 잃고 방황하거나. '꿈틀리인생학교'에서 1년간 온전히 자신을 돌보고 탐색하는 시간을 <괜찮아, 앨리스>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에서 생생히 볼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쉬었다 가도 잘하지 않아도 괜찮고", "다른 길로 가도 괜찮다"라고 하는,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행복하고 싶다는 앨리스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들은 '꿈틀리인생학교' 1년 동안 "이미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으며 "쉬었다 가도,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철학에 잘 적응하고 성장해가고 있다. 다른 길로 가도 올바르게 가고 있었다.
괜찮아앨리스 오마이뉴스 유용수 마동욱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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