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에는 부부싸움 도중에도 애국가가 흘러 나오면 싸움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했다.
CJ ENM
웃음으로 시작해 눈물로 마무리되는 '한국형 코미디 영화'의 대표 감독인 윤제균 감독은 2009년 <해운대>를 통해 천만 감독에 등극했다. 전작으로 스케일이 큰 재난영화를 만들었기에 관객들은 윤제균 감독이 가벼운 코미디 영화를 차기작으로 만들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윤제균 감독은 2014년 대한민국 역사의 격변기를 경험한 산업화 세대의 이야기를 조명한 <국제시장>을 차기작으로 선보였다.
사실 <국제 시장>은 개봉 당시만 해도 타깃 관객층이 뚜렷하지 못하다는 우려를 듣기도 했다. 극장가의 주 고객인 10~30대 관객들에게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윗 세대의 이야기고 그 시대를 경험한 세대는 극장과 영화관람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시장>은 공감 가는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 배우들의 호연으로 다양한 세대에게 어필하며 1425만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126분의 런닝 타임 내내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나오지만 역시 관객들의 눈물샘을 폭발 시켰던 장면은 덕수와 동생 막순(최 스텔라 김 분)이 재회하는 이산가족 상봉 장면 아닐까. 지난 1983년 KBS에서 138일 동안 진행됐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재현한 남매의 상봉 장면은 1950년 흥남 철수 당시 남매가 헤어졌던 장면과 교차되면서 극장 안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국제시장>은 N포털사이트에서 9.16점의 높은 관람객 평점을 받은 데 비해 기자 및 평론가 평점은 5.81점에 불과했다. 윤제균 감독이 지금껏 해왔던 '억지감동을 강요하는 신파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였다. <국제시장>은 주인공 덕수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기 보다는 덕수가 독일과 베트남 등에서 겪은 고생과 희생을 강조하면서 관객들의 눈물을 억지로 끄집어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제시장>은 이산가족 찾기를 통해 막순이를 찾은 후 다시 2010년대 현재 시점으로 돌아온다. 물론 부마항쟁과 5.18 민주화 운동, 1987년 6월 항쟁 같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들은 정치적인 논쟁을 피하기 위해 제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한·일 월드컵 같은 대한민국의 굵직한 사건들이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덕수와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의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