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더 드레서> 공연사진
국립정동극장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 <더 드레서>라는 이름의 연극이 공연됐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포탄이 날아다니는 와중에도 공연을 올리는 이들의 이야기였다. 도저히 공연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임에도 공연을 이어가는 <더 드레서> 속 배우와 스태프, 그리고 극장을 찾는 관객의 모습은 팬데믹의 공연계와 오버랩됐다.
당시 상황과 맞아 떨어지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더 드레서>가 다시 돌아왔다. 8일 개막한 작품은 11월 3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되며, 이후에는 두 차례의 지방공연을 진행한다.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12월 6일부터 7일까지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극중 셰익스피어 극단의 노배우로 어려움을 딛고 끝내 무대에 서는 '선생님'을 송승환이 연기하며, 선생님의 드레서 '노먼'은 김다현과 오만석이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이외에도 양소민, 송영재, 유병훈, 이주원, 임영우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전쟁의 참화 속에서 극단의 배우들은 징집되고, 곳곳의 극장에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선생님'이라 불리는 극단의 노배우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인다. 이에 무대감독 '맷지'는 공연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선생님의 드레서 '노먼'은 완강히 반대한다.
"현실을 직시하라"는 맷지의 말에도 노먼은 물러서지 않는다. "덧없는 희망"이라는 병에 걸렸다는 비아냥에도 노먼은 굴하지 않고 공연을 준비하고, 선생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상황은 순탄하지 않다. 공연 시작을 앞두고 선생님이 대사를 까먹는가 하면, 공연이 예정된 극장 근처에도 폭탄이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사모님은 선생님에게 은퇴를 권유한다. 물론 선생님에겐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선생님은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폭탄이 떨어지고,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 와중에, 왜? 하고 말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야. 이건 내 의무야. 난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