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ear's Day' 공식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U2 유튜브
U2는 각종 정치·사회 이슈를 넘어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알리기 위해 누구보다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돌격형 뮤지션이다. 북아일랜드 분쟁을 노래한 'Sunday bloody sunday', 반전을 부르짖는 'Bullet the blue sky' 등 옛날부터 현실의 과제를 노래로 직접 승화했다. 밴드의 시선은 비단 지구 위에만 있지 않았다. 닿을 수 없는 신의 영역까지 그 고찰의 범위를 넓혔다.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가 대표적이며 이 앨범에서는 'When I look at the world'가 그 예다.
앨범에는 밴드의 날카로운 시선과 확고한 신념, 거기에 더해 개인적인 서사가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남아있는 그 안에서 기쁨을 찾는다는 내용의 오프닝 트랙인 'Beautiful day'부터가 그러하다. 제목부터 음악까지 긍정적인 기운이 넘친다. 북아일랜드의 오마그 폭탄 테러에서 영감받은 'Peace on earth'는 버마(미얀마)의 아웅 산 수 치에게 헌정하는 'Walk on'과 함께 2001년 9.11 테러 이후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다. 슬픔과 아픔을 노래해 누구보다 진지하게 사랑과 행복을 표현한다.
거대한 이야기에 몰두하다가도 개인적 사연을 녹여낸 노래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어린 시절 더블린 카운티의 해변에서 아버지와 함께 연을 날리던 때를 회상하는 'Kite', 1997년 자살로 세상을 떠난 마이클 허친스(호주의 뉴 웨이브 밴드 인엑세스의 리드 보컬)와의 상상의 대화에서 나온 'Stuck in a moment you can't get out of' 또한 앨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작이다. 음악과 사운드를 뛰어넘어 그 안에 내실까지 단단하게 채울 수 있는 건 U2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U2' 만의 스튜디오 뮤직
앞서 언급했듯 다니엘 라노이스와 앰비언트-전자 음악의 선구자 브라이언 이노를 다시 섭외한 데에서 이들의 의도가 엿보인다. 여기에는 전성기 사운드를 복구하려는 것과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결심이 담겨 있다. 재회와 함께 이들은 곧바로 마치 방에 모여 연주하는 스튜디오 밴드처럼 멤버들만의 소리 찾기에 몰두했다. 빠르고 간결한 브레인스토밍으로 단숨에 'Kite'가 탄생했다.
과거의 재현과 미래로의 전진을 두고도 끊임없이 사투를 벌였다. 특히 'Beautiful day'에서는 기타리스트 디 엣지와 멤버들이 기타 톤을 두고 초창기 사운드의 복원과 미래 지향적 새로움 사이에서 논쟁을 벌였고 이는 결국 디 엣지의 승리로 끝났다. U2 자신도 과거를 인정한 앨범이라 밝혔지만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정해진 게 없다. 전성기 시절 굳건했던 로큰롤 사운드를 복기하면서도 < Pop >에서의 실험 정신은 잊지 않았다.
심장 소리 같은 킥과 기분 좋게 설레는 탬버린, 그리고 이를 분출하며 터지는 'Beautiful day', 청아하고 맑은 잔향이 도드라지는 'Stuck in a moment you can't get out of', 사운드의 정위감과 공간감을 적극 활용한 'Elevation', 복잡한 기타 음색으로 노래하는 'When I look at the world' 등 스튜디오 사운드와 더불어 편곡의 승리를 보여주는 곡들이다. 그래미 어워즈의 메인 상 중 하나인 '올해의 레코드'를 한 앨범에서만 2년 연속 수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Beautiful day'와 'Walk on')
수많은 뮤지션이 20세기의 추억으로 묻힐 위기에 처한 와중에 '관록'의 뮤지션 U2는 이를 정공법으로 돌파하며 21세기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 이들의 음악적 기둥이 얼마나 튼튼하고 또 단단한지를 다시금 증명하는 순간이다.
데이식스, 실리카겔, QWER 등 밴드 음악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이지만 수십 년이 지나고, 세기가 넘어가도 영원히 회자될 밴드가 얼마나 될까. 잘은 몰라도 U2의 음악을 들어보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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