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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선발 레예스, 삼성 '가을 영웅' 등극

[KBO리그] 13일 PO 1차전서 6.2이닝4피안타1자책3실점 호투, 삼성 10-4 승리

24.10.14 09:48최종업데이트24.10.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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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안방에서 화끈한 타격 쇼를 펼치며 플레이오프의 기선을 제압했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10-4로 승리했다. 역대 33번의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경우는 25회에 달한다. 삼성은 귀중한 1차전 승리를 통해 75.7%의 높은 확률을 선점한 셈이다.

삼성은 1회 선제 희생플라이를 때린 르윈 디아즈가 결승타와 함께 5회 투런 홈런을 터트렸고 구자욱이 3회 3점 홈런을 포함해 3안타3타점3득점, 2번 우익수로 출전한 윤정빈도 3안타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타선의 화력에서도 앞섰지만 삼성이 경기를 보다 쉽게 풀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따로 있었다. 바로 1차전 선발로 등판해 6.2이닝을 4피안타3실점(1자책)으로 틀어막은 데니 레예스의 호투 덕분이었다.

외인 투수도 성적은 '연봉 순' 아냐

 1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선수들이 승리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1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선수들이 승리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 구단은 시즌 전 외국인 투수 듀오를 꾸리면서 나름대로 1선발과 2선발 요원을 구분한다. 물론 겉으로는 두 투수 모두에게 똑같이 기대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두 선수의 연봉 차이를 보면 두 투수에 대한 기대치의 차이가 나타난다. 하지만 많은 연봉을 받는 외국인 투수가 언제나 더 좋은 활약을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을 받은 외국인 투수가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때도 있다.

정규리그 우승팀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윌 크로우를 총액 100만 달러, 제임스 네일을 총액 70만 달러에 영입하며 외국인 투수진을 꾸렸다. 실제로 크로우는 빅리그에서 4년 간 활약하며 통산 10승을 올렸던 투수였고 네일은 빅리그에서 17경기에 등판해 승리가 없었다. 연봉 총액으로 보나 빅리그 경력으로 보나 KIA 구단과 팬들이 시즌 개막 전까지 기대했던 에이스 후보는 네일이 아닌 크로우였다.

하지만 크로우는 8경기에서 5승1패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한 후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끝내 마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반면에 네일은 턱관절 부상을 당할 때까지 26경기에 등판해 149.1이닝을 던지며 12승5패2.53의 뛰어난 성적으로 정규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수술을 받고 순조롭게 재활하고 있는 네일은 연습경기에 등판하며 한국시리즈 등판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키움 히어로즈도 2년 연속 연봉을 적게 받은 외국인 투수가 더 좋은 활약을 해줬다. 4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따내며 키움과 총액 150만 달러에 계약했던 에릭 요키시는 작년 12경기 만에 부상으로 키움과 결별했다. 반면에 총액 100만 달러를 받았던 새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는 30경기에서 183.2이닝을 던져 11승8패2.65를 기록하며 정상급 외국인 투수로 활약했다.

후라도는 올해 130만 달러에 키움과 재계약했지만 빈약한 타선 지원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23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10승8패3.36으로 기대만큼 많은 승수를 쌓지 못했다. 반면에 총액 80만 달러로 키움과 계약한 좌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는 30경기에서 13승11패3.68의 성적으로 대표적인 '가성비 외국인 투수'로 활약했다. 물론 후라도와 헤이수스 모두 내년 재계약을 추진할 확률이 높다.

아웃카운트 20개 책임진 레예스의 역투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초 2사 2루 LG 신민재 타석 때 교체투입된 삼성 투수 김재윤이 역투하고 있다.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초 2사 2루 LG 신민재 타석 때 교체투입된 삼성 투수 김재윤이 역투하고 있다.연합뉴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우완 레예스도 KBO리그에 진출하는 여느 외국인 투수들처럼 빅리그 경력은 12경기2패6.26으로 초라한 수준이다. 삼성과 계약할 때도 총액 80만 달러로 신규 외국인 선수의 몸값 상한선인 100만 달러를 꽉 채운 코너 시볼드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원태인이라는 토종 에이스가 있는 삼성으로서는 레예스가 최대 2선발, 최소 3선발 정도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레예스는 올 시즌 26경기에 등판해 11승4패3.81의 성적으로 원태인, 코너와 함께 삼성의 선발 트로이카로 활약했다. 하지만 승수에서는 원태인, 투구 내용에서는 코너에게 뒤지면서 삼성의 '원투펀치'로 인정받진 못했다. 무엇보다 전반기 7승3패3.40이었던 성적이 후반기 4승1패4.56으로 떨어지면서 팬들을 실망 시켰고 198cm, 113kg의 체격과 달리 맞춰 잡는 유형의 투구 내용도 보는 맛이 떨어졌다.

그렇게 가을 야구에서도 3선발로 활약할 것이 유력했던 레예스는 플레이오프가 다가오면서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플레이오프 1선발이 유력했던 코너가 광배근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 베테랑 좌완 백정현마저 부상을 당한 삼성은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레예스와 원태인 밖에 남지 않았고 박진만 감독은 장고 끝에 1차전 선발로 다승왕 원태인 대신 후반기에 부진했던 레예스를 낙점했다.

삼성팬들 사이에서는 위험한 선택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박진만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 레예스는 4회 오지환에게 허용한 솔로홈런을 제외하면 LG 타자들에게 단 하나의 적시타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20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삼진은 단 한 개에 불과했지만 시속 149km의 빠른 공을 비롯해 커터,체인지업,슬라이더,싱커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면서 LG타선을 영리하게 요리했다.

1차전에서 3번째 투수로 등판해 8개의 공을 던진 좌완 이승현이 2차전에서도 불펜으로 등판하면 삼성은 3차전에서 프로 통산 2승에 불과한 신예 황동재를 선발로 써야 한다. 그리고 시리즈가 4차전까지 이어진다면 3일을 쉰 레예스가 다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올 확률이 높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1차전의 눈부신 호투를 통해 정규리그 3선발이었던 레예스가 삼성의 '가을 에이스'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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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24플레이오프 삼성라이온즈 데니레예스 1차전승리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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